회의는 지루하고 비생산적이기 쉽다. 활발한 참여와 의견개진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즉흥극 무대에서 쓰이는 두 단어가 회의 분위기를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바꿀 수 있다. 바로 "Yes, and..." 이다.
이 두 단어는 원래 배우들이 무대에서 상대의 대사를 받아치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쓰던 기법이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비즈니스 세계에 들어와 창의성과 협업, 문제 해결의 촉매제가 되었다. 중요한 점은 “Yes”가 동의가 아니라 인정이라는 사실이다. 상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그 위에 “And”를 붙여 더 나아간 생각을 얹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경험 개선 회의에서 “지원 시간을 늘리자”는 제안이 나오면, “네, 그리고 전화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 채팅을 도입할 수도 있다”라고 답한다. 이렇게 하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아이디어가 연속적으로 쌓인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이나 실리콘밸리 기업 교육에서도 이 기법은 오랫동안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동시에 오용되는 경우도 많다. 형식적인 구호로만 쓰이거나, 모든 상황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면 오히려 회의가 산만해지고 협업은 힘을 잃는다. 따라서 “Yes, and…”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단순한 문구 뒤에 숨겨진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무조건적 사용이 아니라 맥락을 읽는 힘"
많은 리더들이 이 기법을 회의에 적용하는 데 주저한다. “아이디어만 쌓이다가 결론을 못 내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Yes, and…”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서 무분별하게 쓰면 속도와 집중력을 잃는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맥락을 읽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는 이 기법이 특히 효과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디어의 양이 많을수록 최종 결과물의 질도 높아진다. 따라서 초반 10분 정도는 “Yes, and…”로 흐름을 열고, 이후에는 평가와 선택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전환 시점을 미리 공지하면 팀원들이 당황하지 않는다. 반대로 짧은 상황 보고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회의라면 이 기법은 과감히 생략해야 한다.
프로젝트 회고 자리에서도 유용하다. “고객이 이번 제품을 좋아했다”라는 발언에 “네, 그리고 그 성공을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라는 식으로 연결하면 성과와 개선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결국 “Yes, and…”는 언제나 쓰라는 공식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선택적으로 쓰는 도구이다. 리더가 회의의 본질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거기에 맞게 이 기법을 배치할 때 회의는 속도와 창의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동의가 아니라 존중이다."
많은 리더가 가지기 쉬운 오해는 “모든 아이디어에 동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Yes”의 의미는 동의가 아니라 존중이다. 이는 발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기여하려는 의도와 태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 순간 팀원은 안전하다고 느끼고, 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꺼내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HR 부서 회의에서 “온보딩 기간을 두 주에서 한 달로 늘리자”는 제안이 나온다면, 리더는 “네, 신입사원이 더 충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주셔서 좋다”라고 답할 수 있다. 이어서 “그 방법도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해 보자”라고 덧붙이면 아이디어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대화를 확장시킨다. 이는 팀원에게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신호를 주면서 동시에 조직의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한다.
결국 “Yes, and…”는 합의 제조기가 아니다. 그것은 발언자가 어떤 관점에서 생각했는지를 드러내고, 그 속에서 가치 있는 요소를 찾아내어 발전시키는 대화의 기술이다. 리더가 이를 올바르게 활용할 때 팀은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혁신의 씨앗이 자란다.
"단어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
일부 리더는 “나는 ‘Yes, and…’라는 표현 자체가 어색하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한 단어가 아니다. 핵심은 상대의 기여를 인정하고 대화를 앞으로 이끄는 태도이다. 굳이 같은 문구를 쓸 필요는 없다. 자연스러운 대체 문구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그 아이디어가 적용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또는 “그 제안이 해결하는 문제는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도 같은 효과를 낸다.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깊이 탐구하게 만든다. 혹은 “방금 나온 제안이 앞서 나온 아이디어와 연결될 수 있다”라고 말하면 자연스럽게 맥락이 확장된다.
따라서 리더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두세 개의 문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는 단순한 말버릇을 넘어서 리더의 태도와 습관을 형성한다. 진심 어린 관심과 연결의 의도가 담겨 있다면, 어떤 표현이든 “Yes, and…”의 정신을 담아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말의 형식이 아니라 리더의 의도와 태도이다.
"창의적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데이터 중심 산업이나 보수적인 조직에서는 “우리는 정답이 중요한 곳이지, 창의적 발상이 필요 없는 곳”이라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이는 큰 오해이다. “Yes, and…”는 창의적 영감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혁신과 소통의 도구이다.
예컨대 금융기관에서 규제 대응 방안을 논의할 때, 법규를 단순히 따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네, 그리고 동시에 고객 신뢰를 높이는 기회로 삼자”라는 발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도 품질 관리 문제를 논의할 때 “네, 그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해보자”라고 이어가면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시스템 혁신으로 발전한다.
리더가 “창의성은 우리 업계와 상관없다”라고 선을 긋는 순간, 조직은 새로운 가능성을 잃는다. 오히려 데이터와 근거가 중요한 분야일수록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경쟁력을 만든다. 결국 “Yes, and…”는 모든 산업의 리더가 가져야 할 보편적인 대화의 기술이다.
"존중을 가장한 차단. Yes, but..."
마지막으로 가장 흔한 실패는 “Yes, but…”이다. 표면적으로는 긍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이디어를 차단한다. “Yes, or…”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의 발언을 무시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로 대체하는 태도는 협업을 방해한다. 더 나아가 형식적으로 “Yes, and…”라는 말을 붙이면서 속으로는 차단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오히려 신뢰를 무너뜨린다.
리더가 이런 말을 습관처럼 쓰면 팀원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점점 발언을 줄인다. 특히 신입 직원이나 소수 의견을 가진 구성원에게는 치명적이다. 혁신은 대체로 기존의 틀을 깨는 의견에서 나오는데, 이런 의견이 사라지는 순간 조직은 점점 보수화된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이 왜 즉각적으로 차단하려는 충동을 느끼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것은 대개 통제욕이나 익숙한 방식에 머물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그 순간을 의식적으로 멈추고, 대화가 더 이어질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Yes, and…”의 힘은 단순히 두 단어가 아니라, 열린 태도와 존중의 의도에서 나온다. 이를 제대로 지킬 때 조직은 심리적 안전을 확보하고, 몰입과 혁신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Source: Debra Schifrin (11 Aug 2025), "When “Yes, and…” Backfires", HBR Blog (ChatGPT 활용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