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변화를 옳은 타이밍에 선택하는 능력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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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7

옳은 변화를 옳은 타이밍에 선택하는 능력

아이들의 편도를 제거해야 나라가 산다!


1900년대 초, 영국은 보어 전쟁에서의 실패를 분석하다 뜻밖에도 '군인의 건강'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편도가 모든 질병의 원흉처럼 지목되면서, 편도 절제술이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술이 오히려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이 과잉 치료는 사회적 비판 속에 사라졌다.


이 사례는 '공급자 유발 수요(Supplier-Induced Demand)'의 고전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를 권하는 이가 동시에 그 서비스를 판매하는 구조는 필요를 초과한 추천을 낳기 쉽다. 


공급자 유발 수요는 형태만 달리해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반복된다. 고액의 컨설턴트, 외부 자문가, 투자 은행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과 변화를 제안한다. 때로는 필요하지 않은 프로젝트까지 권유한다. '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포장된다.


리더라면 이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진짜 필요한 변화만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전문가 의존의 함정"


오늘날 경영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술, 법률, 금융, 운영 등 모든 분야가 세분화되었고, 매년 수많은 새로운 도구와 규제가 쏟아진다. AI, 블록체인, 규제 변화, 디지털 전환처럼 생소하고 어려운 이슈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경영자는 모든 것을 직접 파악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처럼 복잡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전문가를 찾는다. 컨설팅 회사, 로펌, 투자은행 같은 전문 서비스 업체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혼란을 이해하고 정리해준다'는 약속을 내세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경우,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전문가를 찾을수록, 스스로 판단할 기회는 줄어든다. 


특히, 진단과 해결을 동시에 맡긴 경우, 전문가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전문가는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제안하고, 그것을 실행까지 이어간다. 경영자는 점점 "이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전문가가 하자니 하자"는 쪽으로 흐르게 된다.


게다가 복잡성이 클수록 정답은 더욱 모호하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은 전문가들이 '추가 솔루션'을 제안하기 쉽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공급자 유발 수요가 생겨난다.


결국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전문가 의존을 키우고, 때로는 불필요한 프로젝트와 비용 낭비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경영자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알고, 외부 조언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가 필요하다.



"공급자 유발 수요를 피하는 6가지 방법"


공급자 유발 수요는 전문가의 악의가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어떻게 이를 해소할 수 있을까?


첫째, 전문 업무를 선별적으로 내부화한다. 복잡하고 민감한 프로젝트는 아예 외부에 맡기지 않고, 내부 인력을 키워서 처리하는 방법이다. 특히 M&A, 고난도 소송, 첨단 기술 구축 같은 분야는 내부 전문가가 있어야 외부 조언을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내부에 전문성과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모든 일을 내부에서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외부 업체를 감시하고 진단할 수 있는 독립적인 'SWAT팀'을 두어야 한다. 이들은 진행 상황과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프로젝트가 쓸데없이 커지는 것을 막는다.


셋째, 문제 진단과 해결 실행을 분리한다. 진단은 한 업체, 실행은 다른 업체에 맡기면, 한쪽이 필요 없는 문제를 만들어내고 이익을 챙기는 구조를 막을 수 있다.


넷째, 지식과 과정을 체계화한다. 모든 결정 과정을 기록하고,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어떤 대안이 있었는지를 문서로 남긴다. 나중에 되짚어보면서 잘못된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다섯째, 상징적 프로젝트를 피한다. 남들이 다 한다고 따라서 컨설팅을 받거나, 이미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쓰는 것은 위험하다. 필요한 경우에만 객관적으로 외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여섯째, 신중함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든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때로는 가장 현명할 수 있다는 점을 조직이 인정해야 한다. 침착하고 절제된 리더십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이 여섯 가지 방법은 공급자 유발 수요를 막기 위한 방어선이다. 복잡한 환경에서도 조직이 주도권을 잃지 않고, 스스로 필요한 변화를 선택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진짜 리더는 변화를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처럼 여겨진다. 새로운 전략, 새로운 기술, 새로운 프로젝트를 재빠르게 도입하는 기업이 '혁신적'이라 불린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 자체를 맹목적으로 쫓는 것은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진짜 리더는 변화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다. 변화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즉, 어떤 변화를 수용해야 하고, 어떤 변화를 거부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공급자 유발 수요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변화를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 틈을 타서 외부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리더가 스스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매번 새로운 유행에 휘둘리고, 불필요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현명한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만 묻지 않는다. '지금 이 변화를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이 변화가 진짜 조직의 핵심 목표에 부합하는가?'를 함께 따진다.


가장 탁월한 리더십은 변화를 거부할 용기를 갖는 데서 나온다. 필요할 때는 과감히 움직이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전략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선택의 문제다. 빠른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옳은 변화를 옳은 타이밍에 선택하는 능력이다. 이 균형 감각이 바로 오늘날 복잡한 경영 환경 속에서 리더를 빛나게 만든다.


Source: Maxim Sytch (Apr 18, 2025), "When Outside Experts Diagnose Your Problem—and Sell the Solution", HBR Blog (ChatGPT 활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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