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렌지 한 개라도 제대로 협상할 수 있을까?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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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당신은 오렌지 한 개라도 제대로 협상할 수 있을까?

협상자들은 협상을 win-win 또는 win-lose 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렇게 표현하는 순간, 협상에 임하는 시각이 협소해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게 힘들어진다.


win-lose라고 인식하는 순간, 협상은 엄정해지고 제로섬 게임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군가는 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우월적인 힘을 사용하거나 공격적으로 밀어 붙일 수밖에 없다. win-lose 라고 명명하는 순간, 운명처럼 자기 예언적인 상황 전개가 이루어진다. 나눠 가질 수 있는 가치는 제한되고, 협상 상대는 이를 다퉈야 하는 적이 된다.


자연히 상대에게 정보를 숨기게 된다. 그런데 정보를 공유하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오렌지 하나를 반쪽으로 가르는 협상자의 지혜?"


Getting to Yes의 저자인 Roger Fisher는 오렌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소녀가 오렌지 하나를 두고 다툰다. win-lose 상황이다. 자매의 말다툼은 계속 이어지고, 엄마가 와서 오렌지를 반쪽으로 나눠 주자 드디어 지리한 싸움을 멈춘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나면, 전형적인 win-lose 사례처럼 보인다. 


그런데, 오렌지 반쪽씩 받자 자매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어린 소녀는 껍질을 버리고 오렌지를 먹는다. 언니는 껍질을 벗기고 오렌지 알맹이를 버려 버린다. 언니는 오렌지 케익을 만들기 위해 오렌지 껍질이 필요했다.


이 이야기는 협상에서 Positions(요구)와 Interests(욕구)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곧잘 인용된다. Positions는 특정하게 한정된 모습으로 융통성없이 고정된 요구를 의미한다. 반면에 Interests는 어떤 형태로 전달되든 진정 얻고자 하는 가치를 뜻한다.


요구와 욕구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오렌지 다툼은 win-lose가 아니라, win-win 게임이 될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Positions는 '나는 오렌지를 원해' 였지만, 진정한 interests는 '나는 오렌지를 먹고 싶어', 그리고 '나는 케이크를 굽고 싶어' 였다. 


이처럼 우리가 대면하는 상황은 정적으로 고정된 win-lose, 그리고 win-win 게임이 아닌 경우가 많다.


"선택(choices)이 협상 상황을 바꾼다."


두 소녀가 상황을 win-lose 게임으로 인식했다면,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choices)은 제한적이다. 언성을 높이거나, 힘을 쓰거나 엄마에게 어필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에, 두 소녀가 서로 같은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가정했다면 어떠했을까? 몇 가지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약간의 정보를 교환했다면, 그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솔루션을 찾았을 것이다.


협상자들이 취하는 선택(choices)은 협상이 전개되는 방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win-lose, win-win으로 가정하면, 현실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미래도 엄정하고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융통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선택(choices)에 초점을 맞추면, 협상자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유연하게 변화한다. 유능한 협상가는 어떤 상황에서든 그들이 취하는 선택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주어진 상황을 고착된 시각이 아니라, 늘 새로운 프레임으로 유연하게 바라보려 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기 위해 다양한 옵션과 선택을 고심한다. 


예컨대 협상자가 힘을 행사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면, 상대로부터 저항이 발생하고 서로 간의 정보 공유는 제한될 것이다. 자연히 새로운 정보에 기반한 생각하지 못한 가치 창출과 국면 전환도 힘들게 된다.


"말이 생각을 형성하고, 현실을 지배하게 된다"

(Words shape thoughts and create reality.)


사실 협상에서 win-lose는 없다. 


Deal을 체결했다는 것은 Deal이 충분히 만족스럽거나, 적어도 Deal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다고 할지라도, 모든 것을 잃은 게 아니다. 단순히 lose 하는 거라면, 이미 협상장을 떠났을 것이다.


아무리 협상 결과가 나쁘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 보다는 여전히 나은 것이다.


협상자들은 때로는 너무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가진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상정하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 수준 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lose를 뜻하지 않는다.


요컨대, 협상 상황이나 결과를 win-lose 또는 win-win으로 인식하면, 서로에게 더 나은 Deal을 만들 가능성을 제약하게 된다. 하지만 표현과 생각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이게 된다.


Source: Horacio Falcao (Apr 2022), "Stop Labelling Negotiations as Win-Win or Win-Lose", Insead Know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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