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비효율? 겉만 그럴 듯한 워크슬롭(workslop)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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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9

AI 시대의 비효율? 겉만 그럴 듯한 워크슬롭(workslop)

AI를 쓰면 일이 줄어든다고들 한다. 그래서 회사는 AI 도구를 활용하라고 독려한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분명히 빨라졌는데 팀 전체의 일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어난다.


MIT 미디어랩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의 95%가 AI 투자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쓰는 사람은 늘었는데 손익에는 안 잡힌다. HBR 연구진은 이 간극을 설명할 한 가지 답을 내놓았다.


보내는 사람은 10분, 받는 사람은 두 시간

2025년 9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연구가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스탠퍼드 소셜미디어랩과 베터업랩스 연구진이 제시안 용어는 워크슬롭(workslop)이다. AI로 만들어 겉은 그럴듯하지만 알맹이가 없어서, 받은 사람이 뜻을 해석하고 빠진 맥락을 메우고 결국 다시 작업해야 하는 산출물을 가리킨다.


연구진이 미국 정규직 1,150명에게 물었더니 지난 한 달 사이에 이런 문서를 받아 봤다는 응답이 40%였다. 받아 본 사람들은 자기가 받는 문서 가운데 15% 남짓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한 건을 처리하는 데 들어간 시간은 평균 1시간 56분이었다. 연구진은 응답자가 답한 소요 시간에 각자의 급여를 곱해 한 사람당 월 186달러의 보이지 않는 비용이 든다고 계산했는데, 1만 명 규모의 조직에 그대로 대입하면 연간 900만 달러가 넘는 생산성이 장부에 잡히지 않은 채 사라진다는 뜻이 된다.


흐름의 방향도 눈여겨볼 만하다. 동료 사이에 오간 경우가 40%로 가장 많았지만,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올린 경우가 18%,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경우가 16%였다. 조직 안에서 전방위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일은 내가 쓸 머리를 기계에 넘기는 것이지만, 워크슬롭은 내가 쓸 머리와 시간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다. 나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직 전체로 봤을 때는 비효율이 증폭된다. 


비효율이 나에게서 다음 사람으로 옮겨진다

AI가 시간을 아낀 게 아니다. 옆자리로 옮겨 간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목요일 오후에 스무 장짜리 검토 자료가 올라온다. 목차는 반듯하고 문장은 매끄럽다. 그런데 3장의 숫자와 11장의 숫자가 어긋나고, 결론이 앞의 분석과 이어지지 않는다. 되묻자니 껄끄럽고 그냥 넘기자니 뒤탈이 걱정된다. 결국 받은 사람이 주말에 다시 만든다. 회의록에는 그 두 시간이 남지 않는다.


시간보다 소모적인 것은 그 다음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런 문서를 받은 사람의 절반가량은 보낸 동료를 이전보다 덜 창의적이고 덜 유능하며 덜 미덥게 보게 됐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신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42%, 덜 똑똑해 보인다는 응답이 37%였다. 감정도 남는다. 짜증이 났다는 응답이 53%, 혼란스러웠다는 응답이 38%, 모욕감을 느꼈다는 응답이 22%였다.


그리고 그 평가는 조용히 퍼진다. 받은 사람의 34%는 이 일을 다른 동료나 상사에게 알렸고, 32%는 그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10분을 아끼려다 몇 달치 평판을 잃는 구조다.


왜 이런 워크슬롭이 양산될까?

물론 사람들이 작정하고 동료를 괴롭히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서가 계속 발생하는 걸까? 같은 연구진이 2026년 1월에 후속 글을 냈는데, 답이 뜻밖에 단순했다.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는 것이다. 위에서는 AI를 쓰라는 지시만 내려오고 어디에 어떻게 쓰라는 기준은 없으며, 아래는 이미 일이 넘쳐 지쳐 있고, 모르겠다거나 도와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겹친다. 이 세 가지가 만나면 사람은 손쉬운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리더가 언제 어디서나 AI를 쓰라고 두루뭉술하게 밀어붙이면, 직원도 가릴 것 없이 두루뭉술하게 쓴다는 것이다. 판단 기준을 주지 않은 채 도구만 쥐여 준 셈이다. 이런 과정에서 AI 도구를 쓰게 되면, 워크슬롭이 양산될 수 밖에 없다.


AI 생산성, 앞으로 생색내고 뒤로 까진다

조사된 사례에 따르면, 유통업의 한 임원은 받은 자료에 적힌 내용이 맞는지 직접 다시 조사해 확인했고, 그 문제를 정리하려고 다른 관리자들과 회의를 잡았고, 결국 그 일을 처음부터 자기가 다시 했다. 기술기업의 한 팀장은 메일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관련된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아 내용을 정리해 주는 데 한두 시간을 추가로 써야만 했다.


한 건이 세 겹으로 번진 셈이다. 연구진이 계산한 1시간 56분은 문서를 받은 사람 한 명이 쓴 시간이다. 실제로는 그 한 사람이 옆 사람을 부르고, 회의가 생기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시간이 또 나간다. 연간 900만 달러라는 추산은 받은 사람 한 명의 시간만 담은 숫자다.


과연 AI로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을까? 보낸 사람이 아낀 10분은 겉으로 드러난다. 보고가 빨라졌고 산출물이 늘었다. 그러나 받은 사람이 쓴 두 시간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그 뒤에 열린 회의는 협업으로 기록된다.


AI 도입 성과를 재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득은 이름표를 달고 올라오고 비용은 이름표 없이 흩어진다. 95%가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답한 것도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성과와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절약하고 뒤로 까지는 AI 워크슬롭, AI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극복해야 할 핵심 걸림돌이다.


Source: Kate Niederhoffer, Gabriella Rosen Kellerman, Angela Lee, Alex Liebscher, Kristina Rapuano, Jeffrey T. Hancock (Sep 2025), "AI-Generated 'Workslop' Is Destroying Productivity", Harvard Business Review

Kate Niederhoffer, Alexi Robichaux, Jeffrey T. Hancock (Jan 2026), "Why People Create AI 'Workslop'—and How to Stop It",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