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프로세스에 AI만 덧칠하는 회사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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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6

과거의 프로세스에 AI만 덧칠하는 회사들

회사마다 AI 열풍이다. 리더들은 경쟁에 뒤처질까 앞다투어 최신 도구를 도입하고 전사적인 사용을 독려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BCG가 2026년 6월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일선 실무자들의 74%가 이미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한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이들 중 42%가 매주 약 8시간(하루 근무 시간)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당장이라도 놀라운 혁신이 일어나야 맞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다르다. 왜 그럴까?



"새어나가는 시간과 방향을 잃은 실무자들"


AI가 실무자의 물리적 업무 시간을 크게 줄여주었음에도 비즈니스 혁신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현장에서는 매주 하루 치의 귀한 시간을 아꼈지만, 정작 이 아낀 시간을 어디에 재투자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직원의 66%는 이 절약된 시간을 어디에 재투자해야 할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다.


새롭게 창출된 잉여 여력이 신규 서비스 기획이나 고객 대응 강화 같은 영역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허공에 뜬 상태로 남게 된다. 결국 절약된 시간은 핵심 업무로 흐르지 못하고 흩어지는 '시간의 누수(time leakage)' 현상이 발생한다. 



"AI 채택률의 함정과 역설"


경영진의 가장 큰 착각은 조직 내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인원수(adoption)'를 비즈니스 성과 자체로 오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AI 사용법은 가르치면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리더십의 AI 관련 소통이 명확하다고 답한 실무자는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조직의 명확한 전략이나 전체 워크플로의 재설계 없이 AI 툴만 도입되고 있다. AI 채택률이 높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직원들의 고립감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덩달아 높아진다.


조사 대상자의 41%가 AI 도입 이후 직무 만족도가 올랐음에도 동시에 심리적 압박감(mental strain)이 커지는 '기쁨의 역설(joy paradox)'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소외된 중간 관리자와 짙어지는 불안감"


현장 실무자들의 피로감은 리더십과 현장을 잇는 중간 다리에서 더욱 짙어진다. McKinsey의 2026년 7월 리포트는 중간 관리자 계층에서 이러한 AI 불안감(AI anxiety)이 유독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기술 도입 속도전에 치여, 일하는 방식을 조율하고 부서 간 갈등을 조율해야 할 관리자들이 정작 변화 과정에서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의 지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직원일수록 직장 내 변화가 주는 불안감을 느낄 확률이 1.5배나 높았다. 직원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이 어떻게 재정립될지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AI 도구를 쥐여주기 전에 낡은 판을 엎어야 한다."


결국 AI는 낡고 망가진 업무 프로세스를 저절로 고쳐주는 마법이 아니다. 조직 전체의 워크플로가 과거 관성에 묶여 있다면, 아무리 비싼 최신 툴을 도입해도 절약된 시간은 허공으로 흩어질 뿐이다.


McKinsey와 BCG의 제언은 단호하다. AI 기술을 쇼핑하듯 도입하기 전에, 기술을 담아낼 조직의 운영 모델(operating model)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McKinsey 리포트는 기업들이 단순한 도구 채택(adoption) 단계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창조(reinvention)하는 새로운 지평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짚는다.


AI 도구 도입에 앞서, 일하는 방식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직원에게 툴 사용법을 가르치는 선에서 머무른다면, 결국 낡은 관성을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할 뿐이다. 과거의 프로세스 위에 AI만 덧칠하는 기업은, 태생부터 AI를 중심으로 워크플로를 짠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 


Source: Vinciane Beauchene, Jessica Apotheker (Jun 2026), "AI at Work: Why Strategy Matters More Than Tools", BCG

Aaron De Smet, Drew Goldstein (Jul 2026), "From adoption to impact: Three horizons of AI transformation", McKins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