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혁신 프로젝트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목표부터 세우고 합의해야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리더들이 그리는 좋은 팀도 대개 그렇다. 처음에 목표를 맞춰 놓고 삐걱거림 없이 굴러가는 팀이다. 혁신을 연구해 온 학자들도 이런 추진 방식을 지지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애초에 제대로 세웠는가?"
IMD의 Julia Binder 교수와 Michael D. Watkins 교수는 리더와 팀이 문제를 풀기 전에 그 문제를 살피고 규정하는 데 쓰는 노력이 너무 적다고 주장한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Paul Nutt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에서 내려진 의사결정 350건을 들여다봤다. 절반 넘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 시간에 쫓겨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따져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곧바로 해결로 뛰어들면 팀이 만들 수 있는 해법의 폭이 좁아진다. 혁신 프로젝트의 앞단에서 문제 규정(problem-framing)에 시간을 더 써야 하는 이유다.
이미 규정된 과제를 놓고 답을 여럿 내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이라면,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문제에 대한 규정 자체를 흔드는 프레임스토밍(frame-storming)이다. 두 교수는 이 순서가 자주 빠진다고 봤다.
"초기에 문제를 명확히 한 프로젝트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Johnathan R. Cromwell 교수와 HEC Montreal의 Jean-Francois Harvey 교수는 이 이야기를 실제 결과로 확인했다. 초기의 문제 명확화(problem clarity)가 늘 이로운지 따져 보기로 한 것이다.
대상은 Fortune Global 500 기업의 사내 혁신 공모전(internal innovation competition)에 나온 579개 팀이다. 출발할 때 문제가 흐릿했던 팀과 또렷했던 팀으로 나눠 결과를 비교했다.
두 사람은 가상의 두 팀을 세워 차이를 설명한다. 침착하고 효율적인 Team A는 문제를 빨리 정하고 비전을 맞춘 뒤, 빠르게 하나의 해법으로 모아 계획대로 밀고 간다.
어수선한 Team B는 목표가 흐릿한 채 출발한다. 격하게 다투고 방향을 자주 튼다. 중반에 가서야 선택지를 추려 하나의 해법에 이르는데, 그러면서 문제도 같이 또렷해진다.
"초기에 어수선한 팀이 이긴다!"
통념대로라면 아이디어를 조직에 구현(implementation)하는 쪽은 Team A여야 한다. 결과는 반대였다.
구현까지 간 팀을 더 잘 맞히는 쪽은 시간을 두고 문제를 발견(problem discovery)해 낸 Team B였다. 목표를 둘러싼 모호함(ambiguity)을 조금 더 오래 남겨 두는 편이 혁신에 낫다는 것이 두 사람의 결론이다.
"정의한 문제와 발견한 문제의 차이"
정의한 문제는 시작할 때 아는 것으로 만든 문제다. 착수 시점의 팀은 아직 다루고 있는 사안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초기에 세운 문제가 빗나가 있으면, 팀은 빗나간 문제를 효율적으로 푸는 방법을 찾는데 매진한다.
중반까지 이어진 이견은 낭비가 아니다. 문제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Team B에서 문제가 또렷해진 시점은 선택지를 추려 해법에 이른 시점과 같았다. 해법을 고르는 일과 문제를 고쳐 세우는 일이 한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처음부터 명확히 정의된 문제가 아니라, 절반만 정의되고 다듬어질 여지가 있는 문제가 더 효과적인 결과를 발휘했다.
Binder와 Watkins가 권한 것이 앞단에서 문제를 넓게 보라는 처방이라면, Cromwell과 Harvey는 그 시한을 중반까지 늘려 잡아도 된다고 말한 셈이다.
"중간 점검을 문제 재정의의 자리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중간 점검이나 보고가 이루어지는 시점이 되면 프로젝트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상당수의 프로젝트는 문제가 잘못 정의되었거나 진행 방식에 대폭적이 수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항에서도, 중간 보고가 이루어지면 마무리 단게로 들어간다. 현재 주어진 여건 하에서 마무리에 들어가고, 수정이 필요한 핵심 사안 마저 다음 후속 과제로 미룬다.
이쯤되면 "문제"를 푸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여하간 "푸는 게" 중심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착수 회의에서 문제 정의를 확정짓는 관행을 다시 볼 만하다. 중간 점검 역시, 단순한 진척 보고에 그치거나 이미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중간 점검에서 문제를 다시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Source: Johnathan R. Cromwell, Jean-Francois Harvey (Mar 2026), "The Hidden Power of Messy Team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Julia Binder, Michael D. Watkins (Jan 2024), "To Solve a Tough Problem, Reframe It", Harvard Business Re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