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전사에 AI 도구를 배포하고, 계정을 나눠 주고, 사용률을 집계한다. 숫자는 꾸준히 올라간다. 그런데 분기가 끝나고 손익을 열어 보면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맥킨지가 2026년 2월에 내놓은 조사는 이 간극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미 AI 도입비율은 88%를 육박한다
맥킨지는 15개국 16개 산업의 고위 경영진 1만여 명에게 물었다. 이 보고서가 함께 인용한 별도 조사를 보면 AI를 어떤 형태로든 도입한 조직은 88%에 이르는데, 그중 손익에 의미 있는 변화를 봤다고 답한 곳은 소수에 그쳤다. 도구는 이미 대부분의 회사에 들어가 있고, 문제는 그다음 구간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라이선스를 더 늘리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 손익에 잡히지 않는지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짐작이 간다. 지금 대부분의 조직에서 AI는 개인이 자기 일을 조금 빨리 끝내는 데 쓰인다. 문서를 요약하고, 초안을 잡고, 번역을 맡긴다. 개인의 시간은 분명히 줄어든다. 그러나 부서와 부서 사이에 걸쳐 있는 절차, 결재가 올라가고 내려오는 경로, 자료를 주고받는 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낀 시간이 회사 전체의 숫자로 모이지 않고 중간에 흩어진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6%는 자기 조직이 AI를 일상 업무에 녹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그다음이다. 조사 대상 여섯 곳 가운데 한 곳은 AI 도입을 책임지는 C레벨 임원이 아예 없었다. 리더가 분명한 전략과 실행 계획을 갖고 꾸준히 앞장선다고 답한 조직은 14%에 그쳤다. 도입은 전사 과제로 선포해 놓고 실행은 각 팀에 떠넘긴 모습에 가깝다.
우리 회사로 옮겨 놓고 보면 이렇다. 전사 라이선스를 끊고 교육을 몇 차례 돌렸는데, 어느 업무를 어떤 순서로 바꿀지 정한 사람이 없다. 각 팀은 각자 알아서 쓴다. 잘 쓰는 팀은 잘 쓰고 안 쓰는 팀은 안 쓴다. 그 차이를 관리하는 사람도 따로 없다. 그러다 연말에 성과를 물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대답할 근거가 없다. 무엇을 바꾸겠다고 정한 적이 없으니 무엇이 좋아졌는지 견줄 기준도 없는 것이다.
도구를 사는 것은 결정이 아니다. 무엇을 바꿀지 정하는 것이 결정이다.
막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응답자들이 꼽은 걸림돌의 순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1위는 AI 자체에 대한 우려가 46%였고, 규제와 윤리, 법률 문제가 44%로 뒤를 이었으며, 변화 관리를 비롯한 조직 문제가 39%로 세 번째였다. 성능이나 비용 같은 기술 항목은 상위에 없다. 막고 있는 것은 도구의 한계가 아니라 사람과 제도 쪽이라는 이야기다. 기술팀을 아무리 닦달해도 풀리지 않는 것이다.
리더가 확인할 한 가지
물론 리더들도 답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직원의 AI 역량을 제대로 키우면 생산성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본 리더가 55%였고, 정보 접근이 좋아진다는 응답이 48%, 단순 행정 업무가 줄어든다는 응답이 47%였다. 반대로 열 명 중 한 명은 직원들이 이 기회를 놓치고 아무 변화도 겪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알면서도 손을 못 대고 있는 것이다.
조사의 더 큰 그림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응답한 리더의 72%는 앞으로 닥칠 변화에 자기 조직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방향은 아는데 해낼 힘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AI를 보는 눈높이도 아직 낮다. 앞으로 1~2년 안에 AI가 주로 사람을 거드는 도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 리더가 53%였고, 사람과 나란히 일하는 자율적인 팀원이 될 것이라고 본 리더는 25%였다.
다음 회의에서 AI 도구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두 가지만 확인해 보면 된다. 우리 회사에서 AI 도입을 책임지는 사람의 이름을 댈 수 있는가. 그 사람이 바꾸기로 정한 업무의 목록이 문서로 남아 있는가. 둘 다 없다면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는 도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무도 무엇을 바꿀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ource: Alexis Krivkovich, Damian Klingler, Dana Maor, Patrick Guggenberger, Michael Anzenhofer (Feb 2026), "The State of Organizations 2026: Three tectonic forces that are reshaping organizations", McKinsey & Company
"The state of AI in 2025: Agents, innovation, and transformation", McKinsey, Nov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