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안정감은 편안함이 아니라, 불편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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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9

정서적 안정감은 편안함이 아니라, 불편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말은 이제 리더십 교육에서 빠지지 않는다. 실수를 인정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조직이 배운다는 뜻이다. 1999년 하버드의 에이미 에드먼슨이 이 개념에 이름을 붙였고, 그 뒤로 이 말은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 상식이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다. 좋은 것이니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에 나온 연구는 바로 이 대목을 다시 들여다본다.


어느 지점부터 성과는 거꾸로 간다

2023년, 한 연구진이 병원 간호 인력을 비롯한 여러 일터를 조사했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지면 성과도 같이 올라갔다. 그런데 어느 수준을 넘어서자 성과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정해진 절차를 정확히 반복해야 하는 일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

이상할 것 없는 결과다. 마음이 놓이면 사람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쪽으로 옮겨 간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일에서도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한 번쯤 다르게 해 보게 된다. 물론 새 제품을 구상하는 자리라면 그런 시도가 그대로 자산이 된다. 하지만 재고를 대조하고 계약서 조항을 확인하는 자리에서는 같은 시도가 사고로 이어진다. 분위기 좋은 팀에서 어이없는 사고가 나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보았다.

연구진이 내놓은 답은 안정감을 낮추라는 것이 아니었다. 결과를 함께 책임진다는 원칙을 같이 세우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안정감이 아주 높은 조직이라도 그런 원칙이 자리 잡혀 있으면 성과가 떨어지지 않았다. 말할 자유만 주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묻지 않으면, 자유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 회사로 옮겨 놓고 보면 이렇다. 토론을 자유롭게 하자고 강조해 온 조직인데, 신제품 회의는 유난히 활발한 반면 결산이나 품질 검사에서는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이 게을러진 탓이 아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일에 같은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온 탓이다. 말이 오가야 하는 자리와 절차를 지켜야 하는 자리를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책임과 짝을 이룰 때 비로소 성과가 된다.


안전감은 편안함이 아니다

에드먼슨도 2025년에 미카엘라 케리시와 함께 이 개념에 쌓인 오해를 정리했다. 두 사람이 짚은 것들을 모아 보면 뿌리는 하나다. 안정감을 기분 좋은 상태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자리가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우리는 그동안 안전이라고 불러 왔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안전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워서 불편한 말이 오가도 팀이 깨지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편안한 것이 아니라 불편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이 차이를 놓치면 제도를 아무리 갖춰도 회의실은 조용하다.


AI 앞에서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그리고 지금, AI의 확산과 함께 정서적 안정감은 또 다른 과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2026년 2월 제이슈리 세스와 에이미 에드먼슨은 AI를 도입한 조직에서 신뢰가 어긋나는 과정을 살펴봤다. 일이 빨라질 줄 알았는데 팀 성과는 오히려 떨어졌고, 사람들은 자기 판단을 자꾸 의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런 상태를 신뢰 모호성(trust ambiguity)이라고 불렀다. AI는 믿어야 한다고 배웠으니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미덥지 않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워서, 사람들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래 쓸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더 뼈아픈 것은 따로 있다. 반론을 펼 만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일수록 오히려 반론을 접었다.


침묵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예전의 침묵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서 생겼다. 지금의 침묵은 정반대다. 내 판단이 맞는 것 같은데도 그 말을 꺼낼 자리가 없어서 생긴다. AI가 내놓은 답에 토를 다는 순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될거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심리적 안정감이 답해야 할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왔다. 말할 수 있는가에서, 말한 뒤에 책임도 함께 지는가로, 다시 AI 앞에서도 토를 달 수 있는가로 말이다. AI가 정리한 초안이나 모델이 내놓은 수치를 두고 이견이 오간 기록이 있는가? 반대 한마디 없이 매끄럽게 끝난 회의만 이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팀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뜻이 아니라 이견을 꺼낼 자리가 사라졌다는 뜻일 수 있다. 


리더가 만들어야 할 것은 조용한 팀이 아니라,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팀이다.


Source: Liat Eldor, Michal Hodor, Peter Cappelli (2023), "The limits of psychological safety: Nonlinear relationships with performanc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7

Source: Amy C. Edmondson, Michaela J. Kerrissey (May-June 2025), "What People Get Wrong About Psychological Safety", Harvard Business Review

Source: Jayshree Seth, Amy C. Edmondson (Feb 2026), "How to Foster Psychological Safety When AI Erodes Trust on Your Team",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