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Ba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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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토요일

행동경제학(Ba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한 마케팅 기법

세계 금융 위기 이후에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경기 변동을 인간 심리를 통해 명쾌하게 풀이한 것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라는 기존 경제학자들의 가정을 부정한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심리적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에 발생한 금융 위기도 이러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통해 설명된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능력을 합리적인 수준 이상으로 과신(Confidence)한 나머지, 현재의 투자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직관적인 성공 예감은 충동적인 투자로 이어지며 자산 가격의 거품을 유발시킨다. 그런데, 이런 맹목적인 낙관론은 투자 손실이 발생하거나 또는 대중들의 신뢰를 악용한 부패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급격하게 위축된다. 시장에 이러한 두려움들이 퍼지게 되면 투자자들은 비정상적인 위험회피 성향을 보이며 돌변한다. 결국, 거품이 붕괴되면서 시장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마케팅에 스며든 행동경제학


이처럼 인간의 경제 행위를 심리적 요소로 해석하려는 행동경제학은 경제학 이외의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최근에 부각이 되었을 뿐이지, 마케팅에서는 예전부터 유사한 기법들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었다. 본 고에서는 2010년 2월자 McKinsey Quarterly에 실린 “A marketer’s guide to behavioral economics”를 토대로, 마케팅 영역에서 행동경제학 활용 포인트를 간략히 살펴본다.

 
l 고객의 지불 Cost 줄여주기


마케터들은 자사 제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경쟁사 제품들의 동향에 신경을 많이 쓰곤 한다. 그러나, 경쟁사 제품을 신경쓰기에 앞서 고객이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데 정작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경쟁 제품들 중에 하나를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들의 구매 부담을 줄이고 구매 의욕을 유발시키느냐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다.

소매상들은 대금 결제일을 늦추어줌으로써 고객들의 구매 의사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동일한 금액을 물품 구매 시에 지불하나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지불하나 액면 금액은 차이가 없다. 물론, 동일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의 차이가 발생하므로, 미래에 지불하는 것이 지금 당장 지불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게 된다. 이런 면에서는, 일견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학적인 논리 이상의 심리적 효과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고객들은 구매 대금을 지불하는 행위 자체를 본능적으로 꺼려한다. 당장에 느껴야 하는 지불의 고통을 회피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구매를 가로막는 중요한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1달러를 잃어버리고 다른 1달러를 주웠다면 전체 효용의 크기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손실 회피 성향’을 지닌다. 똑 같은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얻은 것 보다 잃은 것을 더 강하게 인식한다. 이처럼 고객이 민감하게 느끼는 손실을 줄여주거나 지연시킴으로써, 구매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 판매 진작에 효과적이다.


l Default Option 제공하기

사람들은 현재의 상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휴대폰의 배경 화면을 처음 구입할 때 그대로 설정해 놓거나, 일일 드라마를 본 다음에 채널을 돌리지 않고 같은 채널의 뉴스를 보는 사례들도 이러한 현상 유지 속성을 보여준다.

이런 고객의 특성을 활용해, 제품 패키지를 판매할 때 처음부터 Default로 제공하면 그 상태 그대로 구매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물론, Default로 제공이 되더라도, Default에 포함되어 있는 기능을 뺄 수도 있고 포함되지 않은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런데, 고객들은 이 때에도 어김없이 ‘손실 회피 성향’을 보인다. 100만 원짜리 기능을 추가할 때 보다 100만 원짜리 기능을 뺄 때 더 큰 아픔을 느낀다. 따라서, 이미 Default로 주어진 것을 굳이 빼거나 줄이지 않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통신 회사는 요금제를 제시할 때 이와 같은 방식을 활용한다. “고객님께서는 이미 100분의 무료 통화가 제공되는 요금제를 쓰시고 있습니다. 지금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하시겠습니까?” 고객은 100분의 무료 통화를 잃는 것이 싫어서 그 요금제를 유지하게 된다.

다른 사례도 있다. 장기 기증을 신청해야 하는 독일과 모두가 장기 기증하도록 Default로 정해져 있고 기증할 의사가 없을 때 신청하도록 한 오스트리아의 경우, 여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독일은 12%, 오스트리아는 99%가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 예를 들어, 50년 전에 5달러에 구입한 와인은 현재 100달러를 준다고 해도 팔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현재 그것과 똑 같은 와인을 누가 판다고 하면 35달러만 지불 의사를 밝힌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Default 옵션 역시 현재 내가 보유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l 너무 많은 Choice 주지 않기

다양한 제품 종류를 보여주면 고객들이 많이 몰려들게 할 수는 있지만 실상 구매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구매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수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을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 이는 구매 자체에 대한 부담과 장애로 다가온다. 또한 각 제품들은 서로에게 없는 특성을 부각시키는 부정적인 영향(Negative Halo)을 주게 된다. 당신은 어떤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제품에서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이는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심리적인 박탈감을 도드라지게 해준다. 선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잔상이 남아 고객의 효용을 두고두고 떨어뜨리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고객들은 진열된 상품들의 절대적인 가격이나 품질 보다는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좋아 보이는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따라서 열세 상품과 동시에 전시함으로써 구매 의사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자사 제품 구매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면, 반대 성향을 보유한 제품을 함께 진열함으로써 차이점을 부각시켜 고객의 선택을 도울 수 있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고객들은 선택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고객들에게는 패키지와 세트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선택에 소요되는 비용과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 시켜주는 것이다.


l 전략적으로 포지셔닝 하기 
마케터들은 명백하게 열등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전체 제품군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사람들은 레스토랑을 방문해서 메뉴를 고를 때, 가장 비싸거나 가장 저렴한 음식을 고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신 가장 비싼 것 보다 조금 싼 음식, 또는 가장 저렴한 것 보다 조금 비싼 음식을 곧잘 고르게 된다.

이를 두고 “Second most expensive product”, “Second cheapest” 제품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특별한 제품을 사려고 하지만 너무 사치한다는 느낌을 덜기 위해서 두 번째로 비싼 제품을 선택한다. 또,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지만 그렇다고 싸구려를 구매하지 않기 위해서 두 번째로 값싼 제품을 구매한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잘 팔리지는 않지만 가장 비싸거나 가장 싼 제품을 배치함으로써, 수익성이 높은 Second 제품의 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제품에 대한 선호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구매 과정과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선호 정도가 변화한다. 고객들이 느끼는 이러한 심리를 이해함으로써 고객과 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이 요구된다.

(장강일. Innovator Review, April 2010, Vo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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