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 시장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고성장을 보여주었다.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하며, 2013년에는 그 비중이 40%를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만 명을
훌쩍 넘겼으며, 연내 4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 여름 아이폰 4세대 출시를 앞두고 안드로이드폰을 위시한 각종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오는 등 그야말로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였다.
超경쟁에
휩싸인 스마트폰 시장
최근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면, 초경쟁시대의 전형적인 속성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경쟁시대의 특성은 일반적으로 3가지가 꼽힌다. 바로,
‘무경계성’과 ‘급변성’, ‘불확실성’이다.
먼저,
산업경계가 붕괴되는 무경계성이다.
스마트폰
시장에는 인접 산업의 다양한 Player들이 경쟁의 장으로 합류하고 있다. 휴대폰과 PC의 경계가 무너지고, 휴대폰 이외에도 각종 모바일 기기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개별 기업간 경쟁을 벗어나 열린 생태계간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존 시장의 틀로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둘째, 급변성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경쟁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이동통신업체가 산업을 주도해 왔으나, 이제는 새로운 응용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업체로 주도권이 옮겨지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가 모바일로 집중되면서 새로운 인터넷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변화들이 급속하게 발생하고 있다.
셋째, 불확실성이다.
삼성은
휴대폰 시장에서 2009년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겨우 3%에
불과한 스마트폰 점유율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 강자도 경쟁 우위를 끊임없이 유지하기 힘들고 앞일을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다.
역량파괴적 변화 속에 승자의 저주
이러한
이동통신 시장 환경을 역량파괴적 변화로도 이해할 수 있다. 역량파괴적 변화(Competence-Destroying Change)란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함으로써 기존의 핵심역량이 무용지물이 되는 환경 변화를 뜻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존 핵심역량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 부정과 변화가 요구된다. 기존 핵심 역량에 안주하다간 거대 기업도 무너지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는 것이다. 역량파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 핵심역량에 의지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니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Flat Panel로 변해가는 상황에서도 CRT 기술과 과거 명품 TV로 불렸던 ‘트리니트론’ 브랜드에 집착하였다. 또한,
워크맨에 집착하여 디지털 기기인 MP3 시장에서 애플에 주도권을 상실하였다.
제록스는
세계 최대 복사기 업체로 ‘첨단기술기업’ 지위를 획득하였다. 그런데, 대형 복사기 분야에서는 장기간 시장을 주도하였지만, 소형 복사기 시장에서는
수익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스캐너와 고성능 프린터, 인터넷 네트워크가 확산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복사기 기술에 집착함으로써 인터넷 혁명의
피해자로 전락하였다.
IBM
역시 메인 프레임 컴퓨터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였으나, 기존 시장의 잠식을 우려해 기술적으로 훨씬 쉬운 미니 컴퓨터 시장을 간과하였다. 결국은
80년대 초반에 컴퓨터 시장에 뛰어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 PC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역량파괴적 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와 고성장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깨어있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세계적 경영 그루인 게리 하멜은 이런 역동적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경영진의 선제적인 통찰력을 강조하였다. “경영진이 미래에 대한 합리적이고
명확한 답변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현재와 큰 차이가 없는 답변을 가지고 있다면 미래에 선도 기업으로 살아 남기
힘들다.”
스마트폰 시장의 역량파괴적 변화
지금
휴대폰 시장도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역량파괴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지금까지의 휴대폰 시장의 경쟁 구도와 경쟁의 Rule을 벗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일반 이동전화라기 보다 휴대용 PC에 가깝다. 1GHz급 프로세서와 수 GB 메모리, 4인치 터치 스크린 등이 기본 사양화
되면서 하드웨어 성능이 PC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PC처럼 범용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제3자가 개발한 응용 소프트웨어도 자유자재로 설치할 수
있다.
혹자는
이러한 특성들을 지적하며, 스마트폰이 삼성과 소니가 포진하는 소비 가전 시장이나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포진한 통신기기 시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스마트폰은 애플과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가 포진한 정보산업 영역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레노버가 미국 라스베가스
가전 전시회에서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다른 PC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휴대폰을 제조한지 불과 3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성과도 바로 이러한 컴퓨터 산업에서의 오랜 역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변변한 PC
플랫폼이나 OS를 만들어 보지도, 컴퓨터 산업에서 단 한번도 주도권을 잡아보지도 못한 한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참조: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만들 수 없는 이유, 오마이뉴스, 2010.4.1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66886
이처럼
스마트폰은 휴대폰에서 발전된 형태가 아니라, 모든 산업이 입체적으로 융합된 열린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측면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인식 차원에서도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전화기로 한정되지 않는다. 이동통신업이나 단말기제조업, PC제조업, 콘텐츠 제조업, 미디어산업 등
특정 산업의 눈으로 국한해서 바라본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 사슬, 시장 지배력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 것이다.
스마트폰을
기존의 휴대폰 Industry Category에 억지로 꾸겨 넣는 것은 다분히 기존 업체들의 둔탁한 접근법이다. 그러고서는, 아이폰의 스펙을
일일이 비교하면서 자사 제품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자기 만족과 관성의 틀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과 접근 방식으로는 기존 산업과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애플에 대응할 수 없다.
기술과 인문학 사이에서 길을 찾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팟과 아이패드는 기존의 산업과 기술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애플의 무한 상상력에 기반한다. 스티브 잡스는 올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패드 출시 발표회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역설하였다.
“애플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사람이 기술을 따라 잡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 기존 제품과 기술의 틀에 얽매여
점진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도발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폰, 넷북이 아니 아이패드라는 독보적인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근간이 된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누리고 있던 우위를 스스로 깨뜨리고 경쟁자보다 늘상 한걸음 앞서 변화해
가는 것이다.
“The
reason Apple is able to create products like the iPad is because we always try
to be at the intersection of technology and liberal arts; to be able to get the
best of both, to make extremely advanced products from the technology point of
view, but also have them be intuitive, easy to use, fun to use, so that they
really fit the users – the users don’t have to come to them, they come to the
user.”
(Steve
Jobs, 아이패드 출시 발표회, 2010.1)
당신은 지금 스마트하게 길을 찾고 있는가?
반면,
우리 기업은 기존 기술의 관점에서, 또는 기존 산업의 시각으로 과거의 핵심역량에만 의존해 새로운 변화와 신제품에 대응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스마트폰 시장의 확산을 두고, 이동통신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예전에 늘상 해왔던 익숙하고 손쉬운 방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SK텔레콤이 각각 어느 Industry에 속해 있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그저 나에게
매력적인 무언가를 선사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가치를 제공함에 있어 하드웨어 업체는 하드웨어로만, 소프트웨어 업체는
소프트웨어로만 대응할 수 없는 무한 컨버전스 상황에 처해있다.
기존
안경으로는 3D 영상을 감상할 수도, 시시각각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역량파괴적 변화를 이해할 수도 없다. 지난 산업의 틀로는 규정지을 수 없는
새로운 관점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기존의 핵심역량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역량파괴적 환경변화를 애써 부정하다가 한방에 훅
갈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는 과연 스마트하게 길을 찾고 있는 것인가?
(장강일.
Innovator Review, May 2010, Vo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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