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영: 미래를 읽는 자가 미래를 만든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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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토요일

미래 경영: 미래를 읽는 자가 미래를 만든다

"미래를 읽어야 경영이 산다."

미래 트렌드를 읽는 역량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질수록 미래 선견력이 기업의 경쟁우위를 좌우하게 된다.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기업만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형성해 나가고 시장 기회도 선점하게 될 것이다. 일류기업의 미래 경영 사례와 시사점을 살펴본다.

“모든 가정에 텔레폰(텔레비전과 전화의 융합)이 설치되어 세계 누구와도 대화하게 된다.”
“인류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게 된다.”
“미국이 북미와 중남미를 지배하고 세계 초강대국이 된다.”

1893년에 콜럼버스의 미국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여 시카고에서 세계 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위에 제시한 전망들은 그 당시 박람회를 기념하여 미국신문협회가 미국내 100 명의 전문가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 내용들이다. 그 시점은 벨이 전화기를 발명(1876년)하였으나 대중화되기 이전이었고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1903년)하기 전이였다. 1873년부터 시작된 장기 불황으로 미국의 경제 상황도 밝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현상들을 나름의 통찰력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 결과가 이내 현실로 나타나 사회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제품과 사업 기회로 연결되었다.


미래를 읽는 자가 미래를 만든다

페이체크(Paycheck, 2003)라는 영화에서는 미래를 읽어내는 기계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 기계가 제시하는 미래들을 그대로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암울한 미래로 치닫게 된다. 기계가 전쟁을 예언하게 되면 그 전쟁을 막기 위해 선제 공격을 함으로써 인류 종말을 초래하게 된다. 이렇게 영화 속의 암울한 전개는 아니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현실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가 주최하는 세계미래회의가 올해 7월 시카고에서 개최되었다. 세계미래학회는 1966년 미국에서 비영리조직으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을 비롯해 세계 80여 개국에 지부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미래 예측 기구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 영국, 호주 등이 미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에서 제시한 ‘2020년 리포트(<표 참조>)’ 이외에도 주정부 차원에서 분석한 미래 예측 활동을 발표하였다. 호주 역시 2020년을 예측한 보고서를 제시하였으며 영국은 2050년까지 전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한국도 과학기술부가 2030년까지의 유망 기술과 그 실현 시기를 전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래 모습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한 국가, 또는 예측한 내용을 그대로 실행해가는 국가에 의해 미래의 모습이 결정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미래에 달려있다

기존의 미래 예측이 거시적이거나 학문적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면 최근에는 기업 차원의 연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선점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험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외부 시장 변화에 단기적으로 대응하여 일희일비했던 기업일수록 장기적인 흐름을 읽어내는 선견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로열더치셀은 시나리오 기법 등을 활용한 미래 예측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 발발로 촉발된 석유 가격 급상승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큰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전쟁이 종료될 시점에는 업계 하위에서 세계2위의 자리로 올라섰다. 이외에도 구소련의 붕괴를 예측함으로써 경쟁사에 앞서 러시아의 자원 개발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당시 ‘소련 붕괴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는 이후에도 다국적 기업의 관점에서 미래 비즈니스 환경을 활발하게 전망하고 있다.

GE는 1968년부터 독자적인 미래 연구 부문을 설립하여 마케팅과 연구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는 시장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상품 개발과 시장 전략에 미치게 될 영향을 분석한다. 이 결과는 신제품 개발에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 민족이나 여성 고용 등 사회적인 정책 수립에도 적용이 된다. 전기 이외에 의료, 방송, 금융 등 다양한 업종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주위 환경에 대한 분석과 적극적인 사전 대응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 예측을 통해 경영진이 향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함으로써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가능성은 적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함으로써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해외 기업들의 미래 연구 기법은 더욱 더 정교화되고 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현실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 기업의 대응은 세밀한 근거에 의하기 보다는 감(感)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키워드 중심의 단발적인 제시에 그치거나 기술 중심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즈니스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 통일 이후에 대한 분석도 심도 깊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 경영의 핵심 포인트

미래 분석의 목적은 미래에 개입하여 특정한 결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트렌드 연구를 통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사업과 제품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기업이 미래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 미래를 공유하지 말고 먼저 읽어라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제시되었거나 남들도 공유하고 있는 미래라면 한 발 늦은 셈이다. 기업들의 미래 대응 방식은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수동적으로 예견하고 받아들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능동적으로 예측한 내용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이 있다. 능동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제시한 미래를 손쉽게 받아들이지만 말고 미래를 먼저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몬 켈리(Eamonn Kelly)는 그의 저서 What’s Next(2002)에서 기업들의 경쟁 역량을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첫째는 내부 관점으로 기업의 가치관과 목적, 조직 구조에 기반한 영역이다. 둘째는 시장 관점으로 시장 규모 및 역동성, 고객, 경쟁 기업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영역이다. 셋째는 광범위한 경제, 정치, 사회, 기술 등 외부 관점의 영역이다. 여기서 시장 관점은 ‘경쟁우위’와 직결되며 외부 관점은 ‘적응우위’를 의미한다. 이제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적응우위가 중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기업 내부에 독자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과 조직을 보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002년에 독일 내 6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43%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미래 예측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는 외부 자료의 단순 취합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며 30%는 별도의 상설 부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예측 분야도 기술에만 한정하지 않고 혁신, 기업, 개인, 사회, 환경, 정책, 법률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었다. 독일 이외에도 대부분의 글로벌 대기업이 상설 부서를 두고 미래 예측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전략과 접목시켜 실행력을 높여라

기업에서 미래 예측을 하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다. 미래 예측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략적 의사결정과 제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BASF는 예측 시나리오에 기반하여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제품 전략까지 연계시키고 있다(<그림 참조>). 먼저, 인구 변화와 글로벌화, 소비 패턴, 자원, 환경, 제도의 변화 등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인을 선정한다. 이와 함께 기술 발전 전망에 기반하여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도출한다.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에 맞추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래 예측 결과를 전사, 지역, 사업 단위의 전략 도출에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BASF는 전략 수립 이외에도 실제 제품 개발에 미래 예측을 반영하고 있다. BASF는 미래 전망을 통해 10여 개의 메가 트렌드를 선정한다. 메가 트렌드라는 개념은 존 나이스빗이 제시한 것으로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보편적 움직임이다. 일반적으로 트렌드가 5년 정도의 흐름을 의미한다면 메가 트렌드는 반세기 이상 지속되는 변화를 뜻한다. BASF는 트렌드 워크샵을 통해 주요 메가 트렌드의 자사 사업 분야에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20개 정도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다. 다음엔 혁신 워크샵을 통해 이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최종적으로 40여 개의 제품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이런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해 메가 트렌드를 세부적인 제품 컨셉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는 미래형 고효율 주택인 ‘3리터 하우스’도 에너지 절감과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메가 트렌드를 적용하여 사업화시킨 아이템이다. 3리터 하우스는 가정용 연료 전지와 에너지 절감형 건축 기법, 단열재 등을 이용해 평방미터당 연간 3리터의 연로만으로 최적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고효율 주택이다. BASF는 이외에도 이동성과 에너지 효율화, 나노 기술이라는 트렌드를 접목시켜 나노큐브를 개발하고 있다. 나노큐브는 PDA와 노트북용 연료전지에 활용될 계획이다.

Shell 역시 미래 예측 시나리오에 따라 향후 전략 방향을 결정한다. 비즈니스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환경 조건을 상정하고 그에 따라 전략적 의사 결정을 내린다. 화학 기업인 AKZO는 미래에 나타날 사회적, 정치적, 기술적 변화에 기반해 정교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상황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한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신사업 개발이나 신제품 개발 역량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는 특정 사업 기회를 모색할 때만 단발적으로 시장성을 타진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상시적으로 중장기 트렌드를 읽고 이에 따라 전략적인 로드맵과 추진 계획을 도출하여 제품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발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신사업 추진과 제품 개발의 효과성이 떨어지고 자원 배분의 최적화를 달성하기도 어렵게 된다.

● 트렌드를 통해 수시로 미래를 타진하라

엄밀한 의미에서 미래와 트렌드는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다. 미래는 향후에 일어날 상황들을 포괄적으로 언급하지만 트렌드는 좀 더 구체적이고 5년 정도의 짧은 기간을 다루는게 일반적이다.

기업은 미래 예측을 통해 트렌드를 예견할 수도 있고 트렌드를 통해 미래 흐름을 수시로 점검할 수도 있다. 미래 예측이 손에 와 닿을 정도로 구체화되고 제품 개발에도 연계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트렌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트렌드에 대한 외부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트렌드 조사 기관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

신제품과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트렌드 헌터로 선발하여 소비자들의 관심과 상품 기획 아이디어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기획 중인 내부 아이디어를 사전에 검증 받을 수도 있다. 태평양은 라네즈 EO(Elite Women)클럽을 통해 25세 전후의 전문직종 여성을 대상으로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 첫 대상은 국내외 근무를 통해 전세계 화장품 트렌드에 민감한 스튜어디스였다. 다음엔 파티를 만드는 사람들로 파티 플래너, 웨딩 플래너, 플로리스트들이 선정되었다. 최근에는 패션업계 종사자인 디자이너, 패션 홍보 담당자들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으로 활동하며 화장품에 국한하지 않고 25세 전후의 세대가 추구하는 패션, 뷰티, 문화 등의 전 분야를 망라하여 의견을 제시한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이 단지 회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 리더로서 외부에 제품을 홍보하고 전파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종의 여성들을 선정하고 트렌디한 그들의 생활모습을 공개함으로써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까지 젊고 신선하게 만드는 부수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트렌드 헌터는 화장품 업계 이외에도 소비자와 활발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 식음료, 광고업계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트렌드 헌터 활동은 제품 생산 과정에 관여도가 높아지고 직접 컨텐츠를 만드는데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물려 더욱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공모전과 같은 외부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 정보와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주기적인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상품 컨셉과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제출된 작품들에서 고객의 관심사와 시대상을 손쉽게 읽어낼 수도 있다. 공모전 자체가 주최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해당 주제에 대한 홍보 활동도 톡톡히 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일련의 광고 테마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모함으로써 아이디어 수렴과 함께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체적인 아이템 발굴과 홍보 수단으로서 공모전의 활용도도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트렌드 분석시에 주의할 점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자칫 눈에 보이는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장기적인 미래 트렌드 보다는 일시적인 유행 분석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 개발 싸이클이 짧고 시장 대응 속도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일시적인 유행에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개별 유행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유행의 기복에 상관없이 이들을 관통하는 일련의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다. 시야를 넓게 가져가면서 신속한 보폭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짧은 걸음에만 급급하다 보면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큰 보폭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파괴적 혁신 시점에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


미래는 현실이다

미래는 눈을 감고 있어도 언젠가는 현실로 실현된다. 현재의 경쟁 구도를 타파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금새 현실로 다가올 미래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하는 문제에 급급해 미래 변화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면 끝이 없이 쳇바퀴를 돌려야 하는 다람쥐와 같은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래 예측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위해서 10년 전으로 돌아가라는 얘기가 있다. 10년 전의 기술 수준과 지금을 비교해보고 기업의 경쟁 구도 변화를 떠올리게 되면 앞으로 10년 후의 급격한 변화와 대응의 필요성을 깊이 절감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시간 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다. 남들과 다른 시간대를 사전에 공략함으로써 이른바 블루오션을 형성시킬 수 있다. 미래를 바로 눈 앞의 현실로 인식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선점하고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장강일. LG주간경제 200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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