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향한 따로 또 같이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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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토요일

고객을 향한 따로 또 같이

1992년 실적 악화로 파산 위기에 처했던 IBM은 전사적인 목표와 개별 사업부 목표가 상이해 여러 부작용을 겪었다. 동일 고객에게 IBM의 각기 다른 사업부가 경쟁적으로 입찰을 시도 하거나 심지어 고객 앞에서 타 사업부의 제품을 비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제품 중심의 사업부 체제의 폐해가 발생한 것이다.

모토로라 역시 2000년대 초반까지 제품 중심적 조직으로 구성되어 각 조직들이 자신들이 맡은 수익에만 몰두하였다. 자연히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거나 사업간 협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이렇듯 기존에 사업부제나 기능제 구조로 조직을 운영해온 기업들은 회사 전체적인 관점 보다는 개별 제품이나 사업의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부서간 장벽, 그리고 사업간 장벽이 경영 성과 달성의 주요 걸림돌로 제기되는 것이다.

급속한 기술 변화와 고객 요구의 다양화로 단일 부서의 대응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기업의 사업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다양한 지역과 산업에 퍼져있는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활동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인접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대상 고객들이 중첩되는 상황에서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조정과 협력이 더욱 더 절실히 요구된다. 그야말로 전방위 팀워크가 필요하다.

팀워크 범위의 확대

흔히들 기업 내부의 장벽을 허물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을 팀워크의 범위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팀워크는 단일 부서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그룹사, 그리고 더 나아가 공급업체와 유통업체를 아우르는 범위까지 확장될 수 있다.

기업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의 혁신으로 연결시키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이러한 기업의 경계를 벗어난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언급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웹 2.0의 참여와 개방, 공유의 철학을 토대로 기업 내부 직원들의 업무 협조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기업 외부의 파트너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팀워크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개별 부서가 아니라 고객 관점의 협력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특정 부서에서의 팀워크는 내부 관점의 효율성 개선에 치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범위가 기업 단위 그리고 그룹사 단위로 커질 때에는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가치 창출을 중요시 해야 한다. 그래야 팀간의 이해관계 조정이나 의사결정 시에도 명확하게 고객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제시할 수 있다.

일례로 인텔은 상품기획에서 연구개발, 마케팅, 생산에 이르는 주요 기능을 통합하여 기업 컴퓨팅, 모바일 컴퓨팅, 의료 등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5개 조직으로 정비하였다. 제품과 개별 사업 중심적인 구조를 탈피하여 고객을 중심에 놓고 솔루션 사업에 적합한 구조로 재편한 것이다.

고객을 향한 계열사간 협력 강화

모든 경영활동과 마찬가지로 팀워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 가치 창출에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주요 그룹이 그룹 단위의 협업을 통해 고객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SK그룹은 올해 6월부터 그룹 차원의 마케팅 컴퍼니를 신설할 계획이다. 마케팅 컴퍼니에서는 그룹 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높이려 한다. SK그룹 안에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는 OK캐시백, 주유소, 스피드 메이트, 위성 DMB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고 통신과 연계된 결합 서비스 판매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OK캐시백과 SK텔레콤에 등록된 3천만 고객의 DB를 활용하고 계열사 관련 부서들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협업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고객에게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룹내 계열사간 협업을 강조하기도 한다. LG그룹은 올해 창립 61주년을 맞아 LG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사랑으로 정했다. LG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고객에게 LG하면 사랑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LG전자나 LG텔레콤 등 개별 그룹사만의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단순히 광고나 홍보 활동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달성될 수 없다. 모든 그룹사의 디자인, R&D, 생산, 마케팅 등 일련의 경영활동이 고객들에게 일관되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 그룹사의 브랜드 담당 임원이 모이는 협의회와 실무 책임자가 모이는 실무 위원회 등을 설립하고 그룹사 관련 부서간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P&G의 래플리 회장은 기업 혼자의 힘으로 혁신하는 시대는 지났다라고 역설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단일 부서 차원의 팀워크에 몰두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부서와 사업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지만 고객을 향해서는 한 방향을 쳐다보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달성하는 기업만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바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장강일. 2008 SK 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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