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 비결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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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토요일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 비결

항공업계는 항공 기술의 발전과 여객 수요의 급증으로 한 동안 호황을 구가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신규 항공사 진입으로 인한 경쟁 심화와 유가 상승 등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2001년 9.11테러와 2003년 전염병 사스 발생으로 주요 항공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미국 10대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기업이 바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사우스웨스트는 1971년 창업 이래 30년 이상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주요 항공사들이 적자를 면하기에 급급한 올 해도 지난해에 비해 15% 이상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읽는다

기존 기업들이 과거의 관행에 얽매여 있을 때 선도 기업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읽어낸다. 경쟁사가 보지 못한 숨어 있는 기회를 발굴한 기업이 시장을 새롭게 형성하고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역시 기존 항공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에 항공편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이 대안으로 무엇을 찾고 있는가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항공편 대신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잦은 교통편’이라는 경쟁 요소를 발굴하였다. 다른 항공사들이 가격과 기내식, 좌석 등 다양한 요소에 골고루 신경을 쓸 때 사우스웨스트는 빈번한 교통편을 제공하는데 주력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의 경쟁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미항공연방청은 ‘사우스웨스트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우스웨스트가 새로운 노선에 진출하면 전체적으로 평균 65%의 요금이 내리고 동시에 승객 수송량도 30%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이는 사우스웨스트가 승객이 많은 시장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사우스웨스트가 들어가면 시장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자동차를 타던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이용하게 되면서 막대한 시장이 창출된 것이다.


• 차별적인 내부 역량을 구축한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였다면 그 시장에 적합한 가장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우스웨스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도요타와 델의 모델과 유사하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의 저원가 모델의 성공 요소는 자산 활용도를 높인데 있다. 다른 경쟁사가 고객의 편의에 따라 비행 스케줄링을 할 때 사우스웨스트는 항공기 이륙 시간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단일 항공 모델을 사용하여 부품 교환 시간을 줄이고 혼잡이 덜한 공항을 이용하여 운항의 방해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결과적으로 다른 항공사가 평균 60분에서 90분을 게이트에서 허비할 때 사우스웨스트는 20분 가량으로 단축시키고 비행기 체공 시간도 20에서 30% 정도 향상시켰다.

어떻게 보면 능률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불편을 안겨 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수적인 서비스 보다는 본질적인 서비스에서 고객이 만족을 느끼게 하였다.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정확한 시간에 중간 경유지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정시 이착률, 수화물 분실 건수, 고객들의 불만 접수 상황 등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 실행의 시작과 끝은 내부 구성원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운영 역량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건전한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선진 기업일수록 경영층의 비전 제시와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인다.

사우스웨스트는 업무상의 관계를 가족의 연대감이나 우정으로 묘사하며 궁극적으로는 고객도 가족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사우스웨스트는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을 이직률을 보이며 포춘에서 선정한 미국 내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대 기업에 수 차례 선정된 바 있다.

그런데 단순히 구성원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도모하는 것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고 관련 업무 담당자와 긴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직무 기술서에도 ‘전체적인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모두 포함’이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업무 기능간 경계를 넘어 최적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하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통해 종업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향상시키는 선순환을 이루어 내고 있다.


잘 나가는 시장은 언제든지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 마련이다. 사우스웨스트의 성공 이후에 수많은 저가 항공사가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저가 항공사라고 하여 단순히 서비스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동일한 시장이라고 하여 누구에게나 다 수익을 안겨다 주는 것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체계는 상대적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 기회를 읽어내는 경영진의 통찰력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조직 문화는 쉽사리 모방할 수 없는 사우스웨스트만의 차별적인 역량이다. 경쟁사들이 이러한 내적인 역량을 구축하기 전까지 사우스웨스트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강일. KTF 사보,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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