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파워포인트 사용은 이제 그만?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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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3일 일요일

회의에서 파워포인트 사용은 이제 그만?

아마존의 Jeff Bezos와 트위터의 Jack Dorsey는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한 CEO로 잘 알려져 있다.

대신 이들은 브리핑 문서(briefing document)를 강조한다. 미팅이 시작되면 참석자들은 회의실에 앉아 종이로 출력된 이 문서를 조용히 숙독하고 나서야 논의를 진행한다.

이른바 요약 보고(executive summary)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세일즈 제안 전문가인 Tom Sant에 의해 개발되고 정교화된 제안 방식이다. 영업 제안서의 첫 페이지에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요약 보고가 영업 목적으로 고안되었다면, 브리핑 문서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내부 미팅에 적합하게 기획되었다.

"브리핑 문서에 담을 6가지 요소"

브리핑 문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채워진다. 통상적으로 각 항목은 하나의 문단으로 쓰여지며, 전체 한 장에 담긴다.

첫째, 도전적인 상황(Challenges).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problem) 또는 기회(opportunity)를 언급한다.

둘째, 바라지 않는 결과(Undesired outcome). 만약에 이 문제나 기회가 적절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원치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가?

셋째, 바라는 결과(Desired outcome). 이 도전적인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결과를 제시한다.

넷째, 제안하는 해결책(Propose solution). 원하는 상황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위험 방지책(Risk remover). 해결책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설명한다.

여섯째, 행동 요구(Call to action). 해결안을 실행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촉구한다.

다루는 상황이 복잡하다면 각 항목을 2~3개의 문단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하간 3장을 넘기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브리핑" 문서라고 불리는 이유는 말 그대로 간단(brief)하게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종이로 출력되어 배포되는 게 좋다. 미팅에서 브리핑 문서를 활용하는 목적은 참석자들이 한 마음으로 논의 주제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자 파일로 배포되면 누군가는 이메일을 끄적거리며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왜 파워포인트는 안될까?"

그냥 브리핑 문서의 6개 항목을 파워포인트에 담아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브리핑 문서는 6개 문단을 1장으로 정리하면 되는데, 파워포인트는 일반적으로 더 많은 슬라이드가 필요하다. 각자의 파워포인트 작성 스킬에 따라 각 슬라이드의 표현 수준과 분량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브리핑 문서라면 5분 정도 숙독하면 될 시간이,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되면 20~30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결정적 단점이 있다. 발표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와중에 논의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참석자는 전체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끝까지 숙지하고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그때까지 들은 "불충분한" 내용만으로 이슈를 제기한다.

예를 들어, 오늘의 핵심 어젠다는 예산 배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인데, 도전적인 상황이나 바라지 않는 결과를 설명하는 시점에, 누가 이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등의 이슈로 논의가 겉돌 수 있다. 그리고 정작 최종 해결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촉구해야 하는 시점에는 참석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남은 시간도 촉박할 수 있다.

브리핑 문서의 경우에는, 미팅 시작과 함께 참석자 각자가 조용히 문서를 숙독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를 통해 참석자 모두가 전체 그림을 동일하게 이해하고 논의를 시작하며, 오늘 내려야 할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렇다고 브리핑 문서는 쉽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브리핑 문서를 작성해보면 파워포인트 보다 더 많은 시간과 숙고가 필요하다. 개별 항목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설득력있는 스토리로 풀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작성하기 쉬워서 브리핑 문서가 파워포인트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 더 적은 시간으로 쉽게 작성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어떤 방식이 논의를 효율적으로 촉발시키고, 회의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느냐이다.

Source: Geoffrey James (Oct 2019), "Adios, PowerPoint. This Simple Document Template Makes Meetings Shorter, Sweeter, and Smarter",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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