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시 없이도 먼저 움직일 수 있는가?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장강일의 경영전문블로그입니다.

2025/05/19

당신은 지시 없이도 먼저 움직일 수 있는가?

창업자와 경영자라면 누구나 채용 과정에서 고민하는 질문이 있다. 이 사람을 정말 뽑아도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직관과 경험, 혹은 감에 기대게 된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나 급성장하는 기업이 채용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자질이 있다.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거나 변화가 잦을수록, 단순히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 사람보다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도 앞서서 행동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인재가 필요하다. 


이를 ‘High Agency 인재’라고 부른다. 이들은 애매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며, 실패했을 때조차 타인을 탓하지 않고 교훈을 구한다. 스타트업이나 스케일업 단계의 기업에게 이 같은 인재는 단순한 구성원이 아니라 조직의 실행력 자체가 된다.



"High Agency란 무엇인가?"


High Agency 인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도 잘 움직인다. (like when roles aren’t clearly defined)

High Agency 인재는 직무 설명서가 부족하거나 경계가 애매한 상황을 혼란스럽게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자율성을 가진 기회로 받아들인다. '무엇이 내 일인가?'보다는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본다.


• 상시적인 지시 없이도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해결한다. (figure things out without needing constant direction)

구체적인 가이드나 상사의 개입이 없어도, 주어진 문제를 구조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할 수 있다. 자율성이 주어졌을 때 멈추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움직이는 사람이다.


• 생각보다는 행동을 우선시한다. (are biased toward action)

계획만 세우고 머뭇거리는 대신,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도 먼저 움직이며 배우는 경향이 강하다. 일단 실행하고, 이후 피드백을 통해 조정해나가는 민첩함이 있다.


• 제약 조건을 불만보다 ‘해결 대상’으로 본다. (see constraints as challenges to overcome)

예산, 시간, 인력 등 자원이 부족할 때도 ‘못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이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한다. 장애물을 피해가는 게 아니라, 넘을 방법을 찾는다.


• 우선순위가 바뀌어도 유연하게 적응한다. (adapt quickly when priorities change)

계획이 바뀌거나 새로운 지시가 주어졌을 때 ‘왜 또 바뀌냐’며 저항하기보다는, 주어진 변화 안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역할을 재조정한다. 변화를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다.


•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결정을 내린다. (make decisions with incomplete information)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결정을 못 하겠다’는 말보다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실행에 옮기고, 이후 보완해나간다. 모든 게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 하나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모자를 쓴다. (like wearing lots of hats)

기획, 실행, 운영,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필요하다면 본인의 전문 영역을 넘어 다른 역할도 기꺼이 맡는다. 직무 경계를 스스로 허물 줄 알고, 회사 전체의 맥락 속에서 자신을 위치시킬 줄 안다.


이들은 권한이 주어져야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권한이 없어도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특히 스타트업처럼 급변하고, 역할 경계가 모호하며, 매일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에이전시’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들은 ‘무엇을 하라’는 지시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최소한의 경계만으로도 움직인다.


반면에, 고정된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를 묻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어떤 스타트업 창업자는 “직무 기술서가 있냐고 묻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장 초기 기업에는 ‘딱 맞는 일’이라는 게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 우선순위가 바뀌고, 역할 경계가 사라지고, 때론 리더 자신도 방향을 재정의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업무 범위, 보고 체계, 책임 구분부터 따지는 사람은 위험 회피형이거나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High Agency 인재를 구분하는 인터뷰 질문 3가지"


정성적인 감만으로는 자기주도형 인재를 찾기 어렵다. 구조화된 인터뷰 질문이 필요하다. 다음은 채용 시 활용할 수 있는 High Agency 탐색 질문 3가지다.



첫째, “방향 지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스스로 해결한 경험이 있나요?”

(Tell me about a time you needed to figure something out without much direction.)


이 질문은 지원자가 얼마나 모호함을 견디며,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좋은 답변은 명확한 가이드가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문제를 정의했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설정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실행에 옮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고,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에는 “그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결과에 대해 주변에서는 어떤 피드백을 했나?”, “지금이라면 무엇을 바꿨을 것 같나?” 등의 후속 질문을 통해 피상적인 대답을 넘어서 깊이 있는 사고 과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당신 일이 아니었지만, 자발적으로 해낸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Tell me about something you did that wasn’t your job, but you did it anyway.)


이 질문은 개인이 얼마나 주인의식을 가지고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행동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내가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자발적으로 맡은 경험이 있는지다. 단순히 상사가 시켜서 도운 것이 아니라,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문제를 인식했고, 그 해결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여야 한다. 후보자가 설명하는 행동이 실제로 팀이나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더욱 신뢰할 만하다. 


이때 “왜 그런 행동을 했나?”, “당시 팀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그 이후 본인의 업무 방식이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나?”와 같은 질문을 덧붙이면, 행동의 동기와 자기인식 수준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달성하지 못한 목표가 있다면, 그 경험을 들려주세요."

(Tell me about a goal you failed to achieve.)


이 질문은 단순히 실패 경험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태도를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좋은 후보자는 실패를 이야기할 때 환경이나 외부 요인 탓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판단 미스, 실행력 부족, 준비 부족 등 내면적 원인을 인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이후 어떤 방식으로 행동을 바꿨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면접관은 “그 실패 이후 어떤 행동 변화가 있었나?”,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다르게 하겠는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습 역량과 회복 탄력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질문은 단순히 ‘좋은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에서 실질적인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한 장치다. 


특히 불확실성과 애매함이 일상인 스타트업이나 변화가 잦은 신사업 부서에서는 이런 사람 한 명이 조직 성과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가르치고 일일이 지시를 해야 일하는 사람, 그리고 상사의 지시 없이도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이 차이가 조직의 경쟁력과 승패를 결정 짓는다.


Source: JEFF HADEN (Apr 15, 2025), "Skill, Experience, and Intelligence Matter, but the Best Startup Employees All Possess 1 Indispensable Trait", Inc. (ChatGPT 활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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