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회의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우리 사용자는 이걸 정말 좋아할 거야”라는 확신이다.
수개월의 개발과 수많은 회의 끝에, 결국 실제 사용자 반응은 미지근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은 단순하다.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때문이다.
확증 편향은 인간의 뇌가 기존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 수집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문제는 제품 관리자들이 의사결정자로서 가설을 세운 후, 이 편향에 매우 쉽게 빠진다는 점이다. 애매한 피드백은 긍정으로 해석되고, 부정적인 의견은 ‘극단적 사례’로 무시된다. 그렇게 자신만의 대체 현실이 형성되면서, 모든 판단이 올바르다는 환상 속에서 제품 개발이 계속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실수나 성향이 아니다. 조직 전체가 그 확신에 투자하고, 방향을 굳히고, 리소스를 집행하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방향 전환이 늦을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더 커진다.
진짜 리더십은 자신의 직감을 경계하고, 지속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이 정말 유저에게 필요한지, 그 가설이 진짜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시장은 당신의 멋진 비전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도구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조사는 왜 ‘연극’이 되었는가?"
많은 팀에서 사용자 조사를 한다. 인터뷰도 하고, 설문도 돌리고, 피드백을 수집한다. 그런데도 제품은 빗나간다. 왜일까? 그건 많은 경우, 사용자 조사가 형식적인 ‘연극(theater)’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용자 조사 연극’은 이런 모습이다:
• 좋은 말만 골라 인용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무시한다
• 유도 질문으로 원하는 답을 얻으려 한다
• 이미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조사한다
• 사용자 침묵이나 혼란을 긍정으로 해석한다
• 비판적인 피드백을 “아직 우리 제품을 잘 몰라서”라고 넘긴다
이런 조직적 패턴은, 사실 ‘이미 결정된 것’을 정당화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가설은 이미 내렸고, 그걸 뒷받침할 데이터만 찾는 것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진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정직한 제품 개발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설이 틀렸을 가능성도 열어두는 데서 시작된다. 제품 관리자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우리는 틀릴 수도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모든 조사는 연극이 되고, 모든 데이터는 착각을 강화하는 도구가 된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는 네 가지 실천 전략"
제품 가설을 진짜 사용자 중심으로 검증하기 위해선, 조직 차원의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조사와 해석을 분리하라.
인터뷰를 하는 팀과 결과를 해석하는 팀을 분리하라. 인터뷰 팀은 오직 사용자 발언만 기록하고, 감정이나 해석은 배제한다. 분석은 제3의 팀이 맡는다. 감정적 투자가 적은 팀이 해석할 때, 비로소 진짜 인사이트가 드러난다.
둘째, 반례를 찾는 사람이 필요하다.
가설을 ‘증명’하려 하지 말고, ‘반증’하려는 사람이 필요하다. 조사 설계 단계부터 “이 가설이 틀렸다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팀원을 둬야 한다. “이 기능 쓰실 건가요?”보다 “이 기능을 안 쓰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가 더 유익하다.
셋째, 말보다 행동을 보라.
사용자는 언제나 “좋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기능을 안 쓴다. 말보다 행동이 진실을 말한다. 기존 기능의 사용 로그, 클릭 흐름,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이 중요하다.
넷째, 틀림을 축하하는 문화를 만들어라.
팀이 실수나 방향 전환을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고집과 방어만 생긴다. 어떤 스타트업은 ‘피벗 파티’를 연다. 잘못된 기능을 과감히 버린 날, 샴페인을 터뜨리며 축하한다. 학습을 실패보다 가치 있게 여기는 조직에서 진짜 혁신이 나온다.
"전문가일수록 빠지는 확신의 함정"
경험은 자산이지만, 동시에 함정이 될 수 있다. 오랜 경력을 지닌 제품 관리자일수록, “이건 분명히 될 거야”라는 직감이 강해진다. 직감은 빠른 판단에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왜냐하면 과거에 봤던 패턴이 현재의 맥락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유능한 제품 리더는 “강한 확신을 느끼되, 쉽게 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실제 데이터가 반대 방향을 말할 때에는 신속하게 피벗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고 있다.
시장은 멋진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일상 속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도구를 원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언제나 사용자의 삶 속에 있다. 그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태도,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함, 그리고 구조화된 검증 방식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Source: Ishaan Agarwal (May 22, 2025), "How Confirmation Bias Is Destroying Your Product — and How to Stop It", Entrepreneur (ChatGPT 활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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