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정신, 기업가 정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그릿(Grit)’, 즉 끈기와 투지다.
실패에서 회복하고, 어려움을 넘기고, 목표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정신력은 수많은 창업 서사에서 영웅처럼 묘사된다.
미디어와 비즈니스 책, 셀럽 CEO의 인터뷰에서도 ‘그릿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물론 그 조언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그릿은 목표 달성 능력, 심리적 안정감, 삶의 만족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는 이 ‘강박적인 버팀’이 오히려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리학자 달링티나 에시아카(Darlingtina Esiaka)의 연구팀은 미국 내 흑인 남성 158명을 대상으로, 일상에서의 그릿 수준과 인지 기능을 조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릿이 높을수록 집중력 저하, 건망증, 정신적 피로감을 더 자주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즉, 끈기 있게 버티는 태도가 오히려 뇌에 부담이 되어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다.
이 결과는 단순히 그릿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릿만으로 문제를 버티는 방식에 경고를 던지는 것이다. 문제를 무조건 밀어붙이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과도한 ‘그릿’은 당신의 뇌를 지치게 만든다."
이 연구는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Allostatic Load(항상성 부담).
이는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와 뇌에 축적되면서 생기는 ‘보이지 않는 손상’이다. 즉,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될수록 몸과 뇌는 점점 더 큰 부담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회복력과 기능 자체가 떨어지게 된다.
에시아카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의 특정 부위를 과도하게 작동시켜 뇌의 학습, 기억, 집중 기능을 저하시키는 데 영향을 준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 피로가 아니라, 물리적 뇌 손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경고다.
예를 들어, 두 개의 고된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는 40세 가장을 상상해보자. 매일 긴 노동 시간을 견디고, 가족을 책임지며,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일 때, 그 대가는 단순한 피로를 넘어 고혈압, 우울증, 인지 저하까지 연결될 수 있다.
그릿은 분명 귀중한 자산이지만, 그릿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자기파괴적일 수 있다. 버티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회복 시스템과 지원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회복력의 진짜 정답은 ‘연결’이다."
창업자나 리더는 종종 ‘나는 괜찮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그러나 진짜 회복력은 강인함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와 관계에 기대는 지혜에서 비롯된다.
에시아카 박사는 명확히 말한다. "명상, 깊은 호흡, 휴식, 수면, 운동, 감정 조절 같은 전략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인지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언제나 사회적 연결(Social Support)이다.
여러 리서치에 따르면, 어려운 순간에 가장 강력한 회복력을 만드는 요소는 타인과의 대화, 공감, 감정적 유대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팀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때론 단순히 누군가와 함께 걷는 그 시간이 뇌를 재정비시킨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반대로 행동한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변에 말하기보다, 스스로 더 세게 밀어붙이고 ‘조용히’ 해결하려 한다.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신체와 정신이 병든다.
"회복력은 혼자서 싸우는 능력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기술이다."
그릿보다 중요한 것은 ‘그릿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기업 문화 속에서도 '그릿'은 때때로 잘못 작동한다.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버텨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고 독려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때때로 ‘조직적 회피’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실제 문제는 인력 부족이거나,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일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그릿만 요구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리더 자신에게도 자기 감정에 대한 솔직한 점검이 필요하다.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는 대신, "내가 지금 정말 버텨야 하는가? 아니면 도움을 요청하고 공유할 때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릿은 강력한 무기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짜 회복력은 몸과 마음을 지키면서, 성과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와 습관, 사람을 곁에 두는 데서 완성된다.
창업자에게 그릿은 분명 중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단순한 투지가 아니다.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고, 동료와 연결되고, 구조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할 줄 아는 능력이다.
그래야 팀도 지속가능하고, 자신도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 내가 더 강해져야 하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기대야 하는 걸까?”
강해지는 것도, 기대는 것도 모두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이다.
Source: JESSICA STILLMAN (May 20, 2025), "New Science: Too Much Grit Can Actually Damage Your Brain", Inc. (ChatGPT 활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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