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셉션, AI가 당신의 기억을 조작한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장강일의 경영전문블로그입니다.

2026/02/15

AI 인셉션, AI가 당신의 기억을 조작한다.

 


누군가 당신의 기억을 편집하고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영화 인셉션에 나오는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닙니다. 바로 오늘도 진행되고 있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뇌는 기억을 저장할 때 비디오테이프처럼 통째로 저장하지 않습니다. 기억들을 조각 내어 저장하고, 기억을 떠올릴 때는 그 조각들을 다시 재구성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와 신념, 타인의 말, 그리고 심리적 태도 등이 섞이게 되고, 실제 사실과 다른 기억, 즉 가짜 기억이 진짜처럼 느껴지는 왜곡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AI 보정 사진이 이러한 왜곡을 심화시킵니다.



“합성된 과거 사진을 보여주면, 없던 기억도 생긴다.”


MIT 미디어랩은 사람들에게 실제 과거 사진에 존재하지 않던 배경이나 사람을 AI로 합성해 보여준 뒤 몇 주를 기다렸습니다. 이후에 소름 돋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피험자 대다수가 그 가짜 사진을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확신하며 생생한 묘사까지 덧붙였다고 합니다. 뇌가 보지도 않은 사건을 경험했다고 착각하는 '기억 이식'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디지털 만델라 효과’도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과거를 다르게 기억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넬슨 만델라가 감옥에서 사망했다고 믿는 잘못된 기억이 집단적으로 확산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착각을 넘어, 대규모의 사람들이 동일한 거짓 기억을 공유하며, 인터넷과 SNS, 밈을 통해 빠르게 퍼뜨리고 서로의 기억을 강화시킨 겁니다. AI에 의한 가짜 사진이 개인의 잘못된 기억을 넘어, 우리 모두를 집단 최면에 걸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뇌는 도서관의 책이 아니라 위키피디아와 같다.”


사람의 기억은 한 번 기록되면 절대 변하지 않는 책과 같을까요? 뇌과학의 관점에서, 우리의 뇌는 변함없는 책이라기 보다는 '위키피디아'에 가깝습니다. 


위키피디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바로, 누구나 접속해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고, '저장' 버튼을 누른 그 마지막 버전이 현재의 진실이 된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기억 재공고화'라는 뇌의 신경학적 특성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주 오래된 장기 기억이라는 금고에서 과거를 꺼내어 떠올리는 순간, 그 기억은 마치 뜨거운 열을 가한 금속처럼 일시적으로 아주 불안정하고 말랑말랑한 상태로 변합니다.


이 '말랑해진 찰나'가 바로 잘못된 기억, 그리고 AI의 조작된 사진이 침투하는 골든타임입니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연구한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기억을 꺼내 보고 있는 동안 외부에서 잘못된 암시나 시각 정보가 주어지면, 뇌는 원래의 기억을 보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섞어서 '업데이트'한 뒤 다시 저장해버립니다.


우리의 똑똑한 뇌가 왜 이렇게 취약 한건지, AI가 만연한 시대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