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추진 전략, 한 방의 홈런이 아니라 타율을 높여라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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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토요일

신사업 추진 전략, 한 방의 홈런이 아니라 타율을 높여라

2010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에 기업들의 도전이 본격화되는 해이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새 역사 창조의 해”, “미래 준비의 원년”, “파부침주(破釜沈舟: 솥단지를 깨고 배를 침몰시키는 배수진의 심정으로 공격경영 추진)”, “승풍파랑(乘風破浪: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 등의 기치를 내걸고 경인년 새해를 열었다.

이러한 다짐들은 그저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 시가총액 200대 기업의 금년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은 “신사업 발굴과 사업 목적 추가”라고 한다. 신사업 발굴을 통한 성장 모멘텀 확보가 국내 기업들의 시급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핵심에 집중하라”의 저자인 크리스 주크는 신사업의 60%가 실패한다고 분석하였다. 그나마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신사업은 고작 10%에 불과하였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비결은 모든 기업들의 관심사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신사업을 추진해야 할까?


l  과거의 성공신화는 잊어라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톰 피터스는 한 시절을 풍미했던 거대 기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를 탁월한 경영이라고 역설한다. 탁월한 경영은 성공의 타성에 젖게 하고 관료주의에 빠진 거대 조직을 양산하게 된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이브 도즈 교수 역시, 기업들이 기존의 핵심 역량에만 집중하게 되면 망하기 십상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 다른 분야에 둔감하게 된다. 마치 빠른 속도로 자동차를 모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다가 옆에서 굴러 들어오는 장애물에 전복돼 버리는 것이다.

신사업 추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존 사업의 수성과 점진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는 자기 부정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애플의 신사업과 신제품들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애플이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회사가 멀티 미디어와 통신, 모바일 기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성공을 이어가는 것은 기존에 성공한 사업에 안주하지 않은 덕분이다.

물론, 기존 사업과 인접된 분야로, 그리고 기존 사업에서 활용했던 핵심 역량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분야로 다각화해 가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ABC로 여겨진다. 그러나, 기존 성공 사업에 대한 안주, 그리고 시너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참신하고 파격적인 신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장애물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기존의 성공적인 기업 문화가 기업의 성장에 가장 큰 짐이라는 것은 참 역설적이다.


l  작더라도, 일단 시작하라

통로 원리(Corridor Principle)라는 개념이 있다. 한 번의 창업을 시도한 기업가들보다 여러 번의 창업을 시도한 기업가들의 실패 확률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일견 매우 당연해 보이는 말이다. 시도하면 할수록 실력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 이외에도 새로운 능력이 덧붙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쌓게 되고, 또 다른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축적하게 된다. 통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통로 안에 들어가게 되면 생각지 못한 기회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신사업 추진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도 만만치 않다. 한 번의 실패 경험이 조직의 사기를 심히 떨어뜨리고 또 다른 신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그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마냥 피할 수만은 없다. 작더라도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 신사업 추진의 첫 단추이다.


l  실패를 두려워 말되, 망각하지 말라

신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그 낮은 성공률로 인해 잦은 실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실패를 어떻게 의미 있게 되새기는가에 있다.

혼다의 창업주인 혼다 쇼이치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혼다에 필요하지 않다”라고 하였다. 이런 취지 하에 혼다는 매년 가장 큰 실패를 한 연구원을 뽑아 100만 엔을 지급한다. 실패에 대한 용인을 넘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꿈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토바이에서 자동차, 로봇, 비행기 개발에 이르기까지 혼다의 끊임없는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실패에 대한 관용이 실패에 대한 무책임을 유발하게 놔두어서도 안 된다.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은 “실패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람에게 줄 자리는 없다”고 하였다. 실패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패로부터 학습하지 않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회비용으로 인식하되,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한 학습 교훈까지 실패와 함께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l  신속하고 시도하고, 유연하게 변경하라

경영학자들은 과거 100년 보다 향후 10년의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더군다나 작금의 환경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에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대격변의 상황이다. 향후 5년, 10년 후를 내다봐야 하는 신사업은 이러한 변화 속도를 포용하고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속도감 있는 실행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속도의 본질은 단순한 빠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브 도즈 교수는 속도 경영의 핵심을 유연성에서 찾고 있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를 건넌다고 합시다. 무작정 처음 결정한 항로로만 가다가는 파도에 휩쓸려 난파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람과 파도의 흐름을 읽으며 수시로 방향을 바꾸어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역량이 핵심이다. 신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신속하게 의사결정하고 실행하는 것 못지 않게, 진행 과정에서도 적시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 방의 홈런이 아닌 타율을 높여야 

신사업은 한 건의 아이템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시도들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GE, IBM, P&G, Apple 등 유수의 기업들이 긴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조직의 오랜 역사 속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수행하는 역량을 성공적으로 체화하였기 때문이다. 한 방의 기획과 M&A로 전세를 뒤엎으려는 마음가짐 보다는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성공 사례를 재현해내는 조직 문화 구축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장강일. Innovator Review, March 2010, Vo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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