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을 요란하게 추진해야 하나?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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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5일 일요일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을 요란하게 추진해야 하나?

혁신(transformation)이라고 하면, 회사의 근본적 변화를 떠올리기 쉽다. Lee Iacocca가 Chrysler를 되살리고, Steve Jobs가 Apple을 탈바꿈 시킨 것과 같은 무언가 대단한 변신!

그러나 변화는 이사회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보다는 실무 현장에서 전개된다.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혁신이 겉만 번지르르한 빈말(lip service)로 떠도는 게 아니라 현장 관리자들과 직원들에 체화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혁신의 승패는 여기서 갈라진다.

"작게 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경영진들은 혁신을 요란하게 시작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변화(transformation)에 대한 아이디어는 누군가의 마음에 열정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이들에게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처음부터 혁신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변화에 두려움을 지닌 직원들이 변화에 저항하게끔 몰아붙이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시끌벅적 하고 다양한 이견들을 안고 진행되는 혁신 활동 치고,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Procter & Gamble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내 연구조직들이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PxG라는 이니셔티브를 출범 시켰다. 그런데 그 시작은 조그만 하나의 프로젝트였다. R&D와 제조, 그리고 IT에서 각각 한 명씩 고작 3명이 모인 팀이었다. 이들은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몇 주일이 소요되던 핵심 업무를 몇 시간으로 단축시켰다. 그 결과가 사내에 알려지고 프로젝트가 전직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Debbie Chamkasem은 글로벌 정보 서비스 제공업체인 Experian이 전통적인 기술 구조에서 클라우드 환경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전환 활동을 이끌었다. 그는 "작게 시작했다고, 그 결과의 의미 또한 작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Experian 역시 첫 프로젝트의 규모는 작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첫번째 프로젝트를 통해 신속하게 실질적인 비즈니스 결과를 창출했고, 그 결과가 알려지면서 모든 직원들이 디지털 전환 활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직원들의 흥미를 끌어야지(attract), 제압하지(overpower) 마라."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변화를 수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상과 같은 일련의 인센티브들이 필요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유인은 직원들의 입(lip service)을 살지는 몰라도 마음까지 얻기는 힘들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변화에 흥미를 느끼는 직원들에게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식품 기업 Mars는 디자인 씽킹을 전세계 직원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사용자 중심(user centricity) 운동을 전개했다. 직원들에게 디자인 씽킹을 주입시키고 대대적인 변화를 강요하기 보다는, 디자인 씽킹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디자인 씽킹을 활용해서 자신의 문제를 풀고 싶어하는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이었다. 교육 과정에서 디자인 씽킹에 열정적이고 회사내 전파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은 추가로 선발해 사용자 중심 운동에 참여시켰다.

P&G의 PxG 이니셔티브를 진행하고 있는 Gadsby는 직원들에게서 변화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야지, 직원들을 강제로 변화에 참여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다.

변화는 회사가 명령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원해서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에는 재미와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옆으로 키워 나간다."

관리자들은 조직의 변화를 단선적으로 또는 계층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의 변화는 계층이 아닌,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어야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래서 일견 시작은 더딘 듯 보일 수 있으나, 변화에 흥미를 지닌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흥미를 지속적으로 전파시킴으로써 폭발적으로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

조직의 혁신 활동이 중앙(center)의 기획과 통제에 머물러선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 조직내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할 수 있는 지역 거점의 공유 활동이나 온라인 포털을 통한 직원간 지식 전파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흥미를 지닌 직원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키우고 격려하고 지식을 나눔으로써 직원들의 DNA에 혁신이 깊이 새겨진다.

"혁신은 자생(self-sustaining)해야 한다."

전환(transformation)과 혁신이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느껴질 때, 진정 제대로 구현된 것이다. 조직에 체화되어 조직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의 일부로 스며들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혁신은 요란하지 않게 시작되어, 흥미를 지닌 직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확산되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Source: Greg Satell (Mar 2020), "You Don’t Need a Grand Strategy to Achieve Organizational Change",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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