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의 시작은 스토리텔링으로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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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2일 일요일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의 시작은 스토리텔링으로

리더들이 의사결정에 실패하는 주요 이유 중에 하나는 문제(problem) 자체를 잘못 정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회사가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태스크 포스 팀은 더 매력적인 업무 공간을 만들어 직원간 격의 없는 협업을 유도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도출했다. 그런데 인사 담담 임원이 이 해결책을 임원회의에 보고하자 임원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사무공간 재배치가 정작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태스크 포스 팀은 회사가 인력 채용과 유지 측면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업무 공간 조정이 인력 관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명쾌히 제시하지 않았다. 사무공간 재배치에 대한 승인을 구하기에 앞서, 회사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할 만큼 더 나은 직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하고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논했어야 한다. 또는 점점 치열해지는 인재경쟁에서 어떻게 회사가 필요한 인재를 모을 수 있는 지부터 시작했어야 한다.


갈수록 풀어야 하는 이슈들이 단순하지 않고, 회사가 처한 전략적 상황도 복잡해짐에 따라 리더들은 종종 잘못된 문제(wrong problem)를 선택하곤 한다.


문제의 원인(causes)이 아니라 증상(symptoms)에 얽메인다든지, 잘못된 가정과 제약 하에서 문제를 이해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간단히 이해하거나 즉답적인 해결책을 손쉽게 제시한다. 어설프게 문제를 이해했으니 그렇게 도출된 답이 잘 될 턱이 없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문제의 구조화(problem framing)"


더 나은 해결책(answer)을 찾으려면, 더 나은 질문(question)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제의 구조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부정확하고 어설픈 문제 인식으로 인한 시간과 자원 낭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700 여명 이상의 다국적 기업의 임원들 중 60%가 조직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 두 가지로 부정확한 문제 인식을 꼽았다. 다른 하나는 이해관계자의 관여 부족이었다.


직급이 높은 임원일수록 새로운 문제를 접할 때, 기존에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크다. 이들은 스스로를 노련한 문제 해결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단지 다른 동료들에게 이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게 유일한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문제 구조화와 이후 의사결정이 어떻게 흐를지 예상되지 않는가?


"리더들의 문제 구조화가 실패하는 이유"


첫째, 모두가 같은 문제를 보고 있다고 착각한다. 

(Assuming everyone sees the same problem.)


임원들은 자신이 감각적으로 문제를 보는 것과 똑같이,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그 문제를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대개의 경우,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문제를 접하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단숨에 구조화한다. 공식적인 분석에 앞서 일상적인 루틴과 지난 경험에 기반해서, 그리고 대충 어림잡어 짐작해서 문제를 재단한다. 문제 유형을 본능적으로 식별하고, 이전의 경험들을 토대로 유사한 해결책을 찾는다.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또는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위험도도 낮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문제 해결법이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 상황이 복잡하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하고 위험도도 높은 문제를 접할 때 동일한 접근법을 취하면 예상치 못한 낭패를 겪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두고 déformation professionnelle (왜곡된 직업병) 이라고 한다. 어떤 문제를 접하든 자신의 전문적인 경험에 기반한 렌즈로 비틀어서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경험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복잡한 전략적 문제일수록, 과거에 먹혔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필요로 한다.


둘째, 잘못된 문제를 타게팅한다.

(Targeting the wrong problem.)


문제를 접할 때 자신의 경험과 본능이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려 해도, 사람들은 종종 문제를 너무 좁게 (too narrowly) 또는 너무 넓게 (too broadly) 구조화하는 실수를 범한다.


예컨대, 차들이 꽉 찬 회사 주차장 사진을 보여주며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물어본다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쪽으로 편향된, 또는 좁은 관점에서 문제를 구조화 한다. 어떻게 주차 용량을 늘릴까? 주차 수요를 어떻게 줄일까? 직원들에게 차로 출퇴근하지 말라고 어떻게 유인할까?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는 문제의 정의가 아니다. 문제로 가장한 해결책(solutions in disguise) 이다. 이 구조화들은 이미 선호하는 해결책들을 담고 있고,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넓게 문제를 구조화 한다. 주차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어떻게 직원들을 회사에 출근 시킬까? 


효과적인 구조화는 문제의 핵심을 끄집어내야 한다. 너무 좁게 보면, 단지 일부의 요인에만 초점을 맞춰서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놓칠 수 있다. 너무 넓게 정의하면, 너무 많은 요소들에 주의와 자원을 분산시킬 수 있다. 개중에는 중요하지도 않고 관련성이 없는 요소들까지 포함된다.


주차장 문제의 경우, '주차장을 어떻게 붐비지 않게 할까' 정도가 적절한 구조화로 보인다. 또는 '주차 공간과 주차 니즈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이렇게 문제를 구조화하면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빠뜨리지 않고 주요 이슈들을 살피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셋째, 하나의 관점을 몰아붙인다.

(Pushing a single perspective)


편향된 방식으로 문제를 인식하거나 유사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끼리 어울려 문제의 구조화를 할 수 있다. 자연히 다른 의견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초두에 소개한 인사 담당 임원에게 사무공간 재배치는 자명한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What에만 초점을 맞춰서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Why에 대해서는 간과했다.


다른 임원들이 보기에는 사무공간 조정은 인재 유치를 위한 여러 해결책 중에 하나로 여겨졌다. 이외에도 좀 더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을 거라 기대했다. 이러한 다양한 시각이 문제의 구조화 과정에서 반영되었다면, 더 다양한 유형의 해결책들이 검토되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으로 문제의 구조화를 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간단한 이야기 구조로 제시하면 복잡한 문제 상화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임원들은 정작 자신이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손쉽고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것저것 서로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다양한 이슈들을 주절주절 늘어 놓지만, 어떻게 그 이슈들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 상충하거나 보완되는지 쉽게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한다.


스토리텔링은 아무리 복잡한 문제 상황도 간단한 하나의 임무(quest)로 묘사한다. 효과적인 임무는 3개의 요소로 구성된다.


- 영웅(hero): 주인공이다. 어떤 도전이 주어지냐에 따라,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거나, 또는 팀이나 그룹, 심지어 조직 전체가 될 수도 있다.


- 보물(treasure): 주인공이 열망하는 것이다. 추구하는 목표로 회사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거나, 조직을 강화하거나, 또는 경력을 바꾸는 것이 될 수 있다.


- 용(dragon): 주요한 장애물이다. 영웅이 보물을 찾지 못하도록 막는 복잡한 상황이다. 압도적인 용일수록 강한 몰입감을 유발시키고 직면한 도전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임무는 하나의 주인공, 보물 하나, 용 하나가 있을 때 효과적이다. 만약에 여러 다양한 이슈가 섞여 있다면, 예컨대 성격이 다른 용이 여러 마리가 존재한다면, 각각의 다른 문제 스토리로 바꾸는 게 낫다.


주인공과 보물이 있는데 용이 없다면, 스토리텔링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누락된다. 바로 긴장감(tension) 이다. 연관성이 있고 분명한 용이 존재해야 이야기의 방향성이 선명해지고, 몰입감과 실행력도 높아진다.


문제 구조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구조화는 없다. 더 나은 구조화만 있을 뿐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문제의 구조화를 하면, 새로운 시각을 다른 이들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동일한 스토리를 이해하고 더 나은 구조로 다듬어 가는데 도움이 된다. 


일단 스토리텔링으로 문제를 구조화한 다음엔 주인공이 적절하게 선정되었는지, 보물이 잘못 선택된 것은 아닌지, 잘못된 용을 선택해서 헛된 전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정교화 해가야 한다.


다시 주차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여기에 스토리텔링의 핵심 구조가 빠져 있다. 바로 용이다. 용은 문제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이나 제약을 뜻한다. 공간과 예산, 시간, 그리고 주차장 이슈와 대립하는 다른 대안 이슈가 바로 용의 역할을 한다. 


"스토리텔링이 도움이 될까?"


문제의 구조화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중요한 이슈들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단 정말 중요한 이슈들만 포함시켜야 한다. 


이에 스토리텔링이 도움이 된다. 스토리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명확히 하는데 효과적이다. 여러 이야기가 섞인 게 아니라 간결하게 정리된 임무는 문제를 함축적으로 정리하고 선명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이야기의 간결함이 곧 힘을 발휘한다. 그만큼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얻기도 쉽다.


또 다른 효과는 이야기에 담긴 가정과 맹점, 제약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자유로워진다. 문제와 해결책을 제안하는 특정 누군가와 논쟁을 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이야기에 담긴 주인공과 보물, 용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것이다. 제안자와 이야기가 분리됨으로써, 서로에게 감정적이지 않은 논의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야기는 그 자체가 흥미를 자아낸다. 그만큼 사람들은 몰입하게 되고 또한 창의성도 자극을 받게 된다. 단 하나의 엔딩으로 해결책을 몰아가지 않아도 된다. 용을 처단할 수도 있지만, 용을 피해갈 수도 있고, 중립화할 수도 있고, 심지어 연합할 수도 있다.


요컨대, 하나의 단선적 가정으로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복합적 문제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자들이 당신의 문제 구조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이들을 당신이 제시하는 문제 구조화로 끌어 들일 수 있다면, 이 이야기를 더 개선해 나가거나 또 해결책을 설득시키는 것은 매우 쉬워질 것이다. 실행력은 덤이다.


Source: Arnaud Chevallier, Albrecht Enders, and Jean-Louis Barsoux (Feb 2023), "Become a Better Problem Solver by Telling Better Storie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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