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한 리더가 조직문화를 유독(toxic)하게 만든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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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4일 일요일

Nice한 리더가 조직문화를 유독(toxic)하게 만든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대량 퇴직(Great Resignation)이 발생했다. 


MIT 연구팀이 채용사이트에 등록된 100만 건이 넘는 퇴직자 리뷰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퇴직을 이끈 가장 큰 원인은 유독한 조직문화(toxic culture) 였다. 유독한 조직문화는 연봉 등 보상보다 10배 이상 직원의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


NYU 연구자에 따르면, 직원들의 이탈이 심해지면서 리더들이 각별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붙잡아 주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이런 배경 하에 많은 회사들의 조직 문화가 더욱 더 나이스(nice) 해졌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새로운 방식의 유독한 조직문화를 발생시켰다는 분석이다.


"그래. 조직문화가 너무 Nice해."


통상적으로 유독한 조직문화라고 하면 직장내 괴롭힘이나 차별, 무시, 그리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Wharton의 심리학 교수인 Adam Grant는 조직문화가 유독해지는 요소를 다른 관점으로 제시한다.


바로 4R이다. 관계(Relationships), 결과(Results), 규칙(Rules), 리스크(Risks).


첫번째, 직원들과의 관계(Relationships)를 위해 싫은 소리나 껄끄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성과가 저조하고 업무 개선의 여지가 있음에도 직원과의 우호적 관계를 중요시하게 한다. 직원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 책임에 대한 부담감과 업무 기대 수준도 떨어진다. 큰 이슈만 드러나지 않으면 어중간한 성과로 그럭저럭 겉으로의 평온이 유지된다. 그저 조직과 사업은 속으로 병이 들어갈 뿐이다.


두번째, 관계의 대척점에는 결과(Results)가 있다. 성과 추구를 앞세워 직원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다.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업무 독려와 무례한 행위, 학대, 비윤리적 의사결정 등이 여기서 비롯한다. 


세번째, 어떤 회사는 규칙(Rules)을 중요시한다. 이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제약하는 관료제로 흐르기 쉽다. 이런 절차와 규정에 대한 압박은 현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억누르고 규칙에 순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의심과 적대감으로 대하게 만든다.


네번째, 규칙의 반대편에는 자유분방함의 위험(Risks)이 있다. 관료제와는 반대로 무정부상태에 비유될 수 있다. 규정을 따르거나, 또는 다른 부서와 조율이나 협의 없이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각자가 행동함으로써 때로는 회사 정책이나 다른 부서와 엇박자가 발생한다. 지난 업무 추진 경험이 남겨지고 회사 차원에서 공유되지 않는다. 그간의 모든 노력과 교훈이 지나면 그저 잊혀져 버리고 또 처음부터 유사한 실수와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Adam Grant는 역설한다. 프로그램 코드는 다시 쓰이면 된다. 제품도 수정하거나 다시 만들면 된다. 그러나 문화는 시멘트처럼 공고하다. 독성 문화는 드릴이 닿지 못하는 조직 곳곳의 구석과 틈으로 스며든다. 한 번 고착되면 조직 자체를 허물지 않는 이상, 쉽사리 수정하기 힘들다.


그만큼 조직문화의 유독한 요소들을 분류하고 적시에 점검하고 개선하는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을 끔찍이 못해도, 사람들과 관계만 좋으면 문제가 없어."


최근들어 직장내 복지와 나이스함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보살피는 것은 분명히 회사가 갖춰야 할 좋은 특성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직원들에게 분명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하고 갈등과 대립적인 관계를 취해야 할 상황이 발생해도, 그저 나이스하게 구는 것이다.


직원들 각자의 업무 태도와 생각의 수준이 다르고 성과가 다른 데도, 모두에게 나이스한 태도를 취하면 리더의 칭찬은 공허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모든 직원들의 업무 및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을 떨어뜨리고, 정작 업무에 더 신경쓰고 잠재력을 더욱 끌어 올려주어야 하는 우수 직원들의 동기까지 잠식 시킨다. 나이스함 뒤로 다른 개선의 여지들이 파묻히고, 직원들의 정직함(honesty)도 떨어진다. 성과도 부족하고 바꿔야 할 것도 있지만 일단 나이스한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내세우면 직장 생활에 큰 무리가 없다. 이렇게 나이스한 조직 문화가 조직을 유독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NYU 심리학 교수인 Tessa West는 엄정한 피드백이 주어지지 않으면 결국 모든 직원들이 개선에 대한 동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도 싫은 소리를 꺼려하고 직원들에게 나이스하게 굴려는 조직에선, 굳이 업무에 힘을 들여서 개선하고 더 나아질 유인이 높지 않다. 리더 역시, 직원들을 더 잘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노력할 이유가 없다. 나이스함이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Nice함과 Kind는 다르다."


그럼 이런 그저 나이스한 조직문화를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Nice와 Kind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나이스함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친절함(Kind)은 상대가 진정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이스함은 정서적이며, 기분(feelings)을 뜻한다. 그러나 친절함은 명확한 도움(help)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원한다면, 겉으로 나이스 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친절함을 추구해야 한다.


때로는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게 곤혹스러울 수 있다. 


경영학의 주요 거장들도 피드백은 리더가 갖춰야 하는 가장 어렵고 힘든 역량이라고 주장한다. 엄정한 피드백은 인간의 본능을 거슬러서, 서로의 유대감을 손상시키고 때로는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서 최선을 끌어내고 성장을 돕기 위해선, 리더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스킬이다. 


나이스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나이스함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겉으로 보이는 나이스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직을 속으로 유독하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쯤에서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조직문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나이스함을 갖추고 있는지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변화와 발전은 문제를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


Source: Jessica Stillman (Aug 2023), "There Is Such a Thing as a Company Culture That's So Nice It's Toxic, Psychologists Warn", Inc.

Jessica Stillman (July 2022), "Adam Grant to Job Seekers and Business Leaders: Beware the 4Rs of Toxic Work Culture",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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