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 making)." 지난 10년간 경영 현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 중의 하나이다. AI가 등장하면서 이 믿음은 더 강해졌다. 데이터를 더 빠르게, 더 정밀하게 분석하게 되면 경영 의사 결정도 더 정확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시나리오만 수십개 — 풍요 속의 결정 마비(analysis paralysis)"
Deloitte의 2026년 글로벌 서베이에 따르면, 임원의 60%가 의사결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활용률이 올라간 만큼 의사결정의 질(quality)도 올라갔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Gartner가 353명의 데이터·분석 및 AI 리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의 AI 투자가 재무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39%에 그쳤다.
왜 기대 만큼의 성과가 발생하지 않는 걸까?
AI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준다. 과거에는 경험과 감으로 두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골랐다면, 지금은 AI가 수십 개의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식탁 위에 펼쳐놓는다. 매출 예측 모델, 고객 이탈 시뮬레이션, 가격 최적화 옵션 등등. 각각의 시나리오에는 전제 조건이 다르고 결론도 다르다. 리더는 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AI가 다양한 분석과 시나리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의사결정을 대신 해줄 수는 없다.
"권한은 표류하고 책임은 분산된다"
AI가 만들어낸 분석을 기반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사업 방향을 조정하는 결정이 매일같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결정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다. IT가 기술을 고르고, 법무가 리스크를 검토하고, 현업이 실행한다. 각자가 각각의 조각을 맡고 있지만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 사이에 놓여 있다. 권한은 표류하고(authority drift) 책임은 분산된다(diffusion of responsibility).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사람에서 알고리즘으로 조금씩 이동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그 누구도 명확하게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Grant Thornton의 2026년 조사 결과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 78%는 90일 이내에 독립적인 AI 거버넌스 감사(independent AI governance audit)를 통과할 수 있다고 온전히 확신하지 못했다. AI는 이미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에 깊이 들어와 있는데, 그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AI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 선택"
AI 시대에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모으는 능력이 중요했다. 지금은 반대다. AI가 쏟아내는 정보 중에서 무엇을 버릴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Gartner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는 자사의 AI 투자가 생산성(productivity)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고 답했다. 의사결정의 질(decision quality)이라고 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하였다.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하는 데는 투자하면서, 그 데이터를 가지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는 투자가 부족한 것이다.
AI가 줄여주는 것은 분석에 드는 시간이다. 그러나 AI가 줄여주지 못하는 것은 "이 방향으로 가겠다"고 판단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무게다. 데이터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포기할 선택지를 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Source: Jodi Baker Calamai, Stephen Harrington, Karen Pastakia (2026), "2026 Global Human Capital Trends: From Tensions to Tipping Points", Deloitte Insights
Gartner (Apr 2026), "Organizations with Successful AI Initiatives Invest Up to Four Times More in Data and Analytics Foundations" — 데이터·분석 및 AI 리더 353명
Dataiku · The Harris Poll (2026), "Global AI Confessions Report: CEO Edition" — CEO 900명
Grant Thornton (2026), "2026 AI Impact Survey" — 미국 비즈니스 리더 약 1,000명
Gartner (Jul 2026), "45% of CFOs Say Their AI Investments Lean Toward Productivity, While 20% Say These Investments Lean Toward Decision Qual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