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백업한다고 지식이 남지 않는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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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1

노트북을 백업한다고 지식이 남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전사적 AI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모든 지식을 데이터로 변환해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정작 조직을 지탱하는 진짜 지식은 매일 회사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른바 실버 쓰나미(silver tsunami)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은퇴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은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운영 리스크로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유실을 꼽는다.


"매뉴얼에는 진짜 노하우가 적혀 있지 않다."

암묵지는 문서화된 표준운영절차(SOP)와 다르다. 예컨대, 기계가 내는 미세한 소리 변화로 고장을 직감하거나, 데이터에 드러나지 않는 고객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최근 PwC와 유럽기계공업협회(VDMA)의 리포트가 이를 잘 보여준다. 수십 년 치 문서를 학습한 AI조차 복잡한 기계 결함 앞에서 그럴듯하지만 엉뚱한 절차를 쏟아냈다. 매뉴얼에는 없지만 작업자들 사이에서만 구전되던 현장의 '부족 지식(tribal knowledge)'이 데이터에 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족 지식은 쉽게 말해 "공식 매뉴얼에는 없지만, 현장의 베테랑 작업자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구전으로 전해지는 꿀팁이나 노하우"를 뜻한다. 예컨대, 공장 기계가 갑자기 멈췄을 때, 공식 매뉴얼에는 "전원 버튼을 끄고 A밸브를 확인하시오"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20년 일한 시니어 작업자는 "이 기계는 겨울에 가끔 이 에러가 뜨는데, 그럴 땐 A밸브 건드리지 말고 B밸브를 발로 살짝 툭 치면 바로 돌아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처럼 문서(데이터)로는 절대 알 수 없고, 특정 그룹 내에서만 공유되는 살아있는 현장의 감각과 예외 대처법이 바로 부족 지식이다. 시니어 전문가가 은퇴하면 그가 쌓아온 이런 암묵지도 함께 사라진다. 그 빈자리는 단순히 새로운 인력을 채용해서는 채워지지 않는다.


"AI는 사람의 직관을 복제할 수 없다."

리더들은 생성형 AI가 이 빈틈을 메워줄 것이라 기대한다. 수십 년 치의 정비 기록과 프로젝트 문서를 AI에 학습시키면 해결된다고 믿는다.

현실은 다르다. AI는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을 처리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맥락(context)이 생략된 암묵지를 온전히 파악하지는 못한다. 암묵지의 유실은 치명적인 장애가 발생하거나 대규모 마이그레이션에 실패할 때 청구서로 날아온다. 이른바 기업의 기억상실(corporate amnesia) 현상이다.

지식 관리 연구기관 스킬패스 프로(SkillPass Pro)의 2026년 분석에 따르면, 핵심 전문가(subject matter expert) 한 명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은 일반 채용 비용의 최대 20배에 이른다. 이를 방치하면 조직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노트북을 백업한다고 지식이 남지 않는다."

무작정 사내 문서를 긁어모아 AI에 쏟아붓는다고 지식이 남지 않는다. 매뉴얼은 기계가 정상일 때의 결과만 담고 있다. 정작 현장에 필요한 것은 기계가 멈췄을 때 베테랑들이 본능적으로 찾아내던 우회로(workaround)다.

최신 글로벌 경영 저널들은 단순 멘토링이나 문서 작성을 넘어 '동시 추출(co-creation)'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베테랑이 신입과 함께 현장 문제를 해결할 때 음성 인식 AI를 켜두고 "이 진동 소리가 날 때는 매뉴얼과 달리 B밸브부터 잠가야 해"라고 설명하면, AI가 그 판단의 맥락(context)을 곧바로 새로운 표준 로직으로 변환하는 식이다. 따로 시간을 내서 기록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과정 자체를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정식 업무로 배정하는 것이다.

방산업체 BAE 시스템스(BAE Systems), 공조 기업 다이킨(Daikin), 그리고 지멘스(Siemens)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베테랑 엔지니어에게 증강현실(AR) 기기나 스마트 안경(smart glasses)을 씌워 투입하면, AI가 그들의 시선과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을 추적해 살아있는 매뉴얼로 변환한다. 책상에 앉아 억지로 문서를 쓰게 하는 대신, 현장의 작업 과정 자체에서 암묵지를 자연스럽게 추출하는 것이다.

거창한 장비가 없는 일반 기업은 스마트폰과 AI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신입 직원이 선배의 수리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서 "이 선은 왜 먼저 자르나요?"라고 묻고 답하기만 하면, AI가 영상 속 대화와 손동작을 분석해 캡처 화면과 순서가 꼼꼼히 적힌 '자동 매뉴얼(video-to-SOP)'을 완성한다. 책상에서 따로 문서를 타이핑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찍은 영상 하나가 그대로 완벽한 업무 지침서로 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경영진은 범용 AI를 도입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결제하면서, 정작 그 AI를 가르칠 사람의 지식을 붙잡는 데는 인색하다. 은퇴하는 베테랑을 단순 퇴사자가 아닌 'AI 코치'로 재배치해, 우리 회사만의 암묵지를 시스템의 가드레일(guardrail)로 세우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Source: Thomas Davenport, Laks Srinivasan (Apr 2025), "How to Stop AI from Undermining Tacit Knowledge", Harvard Business Review

PwC Strategy & VDMA (Mar 2025), "GenAI in Manufacturing", VDMA Industry Report

SkillPass Pro Research (Feb 2026), "Knowledge Management and the Silver Tsunami", SkillPass Ins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