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중국 소비 시장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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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토요일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중국 소비 시장

‘보스톤 리걸’이라는 미국 ABC 방송의 인기 드라마가 있다. 로펌들이 즐비한 보스톤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법률회사를 다룬 내용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을 대변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미국민들의 정치적 성향과 정서를 읽어낼 수 있다. 2008년에 방영된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중국인들에게 법률회사가 합병당하는 내용이다.

“처음에 그들은 우리의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더니, 이제 우리들의 자유를 보호하는 로펌마저 집어 삼키려 합니다. 중국 경제는 우리를 따라 잡을 것입니다. 그들은 미국에 투자할 만큼 충분한 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우스꽝스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들은 우리를 소유하고 있거든요. 미국이 언젠가는 중국 밑에서 일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신세계질서’라는 것이겠지요.” (합병을 반대하는 변호사의 변론 대사에서 발췌)

낙태와 총기 휴대, 안락사, 사형제도, 동성 결혼 등 미국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이슈들을 다루었던 드라마의 마지막 이슈가 바로 중국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 어떤 법률 문제도 승승장구하던 괴짜 변호사들도 중국 자본에는 힘없이 회사를 넘겨주고 만다. 거대 자본으로 미국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위기 의식을 느낄 수 있다. 가히 중국은 미국의 인기 드라마에서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G2)으로 자리매김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Decade의 주역, 중국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반적인 저성장 기조 하에서 중국은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주지하는 것처럼, 다가올 10년 동안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내외 경영 환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외부에서 Rebalancing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적자와 중국의 흑자’로 대변되는 글로벌 불균형(Imbalance)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아시아 등 수출 주도형 국가에 대한 내수 진작 요구가 증대되는 것이다. 2010년에 미국 등 선진국은 1%의 저성장을 보일 반면, 신흥 경제국은 5~7%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중국은 11월 OECD 전망에 따르면 10.2%의 약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내부에서 내수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중국 저소득층과 농민의 구매력 증대로 새로운 잠재 소비층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중산층이 확산되고 있다. 외부 수출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 경제구조로의 개편이 추진되면서 내수 시장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대내외 환경에 따라, 글로벌 경기 진작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부각되며, 그 성장세도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성장 시장으로 부상

중국 시장이 2010년에 역동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는 동인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산업 육성 측면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산업 구조조정에 3,700억 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138개 국유기업을 80~100개로 민영화하는 것이다. 구조조정 사업에는 철강 및 제조, 발전 등 전통 산업의 첨단화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주요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전폭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2011년까지 의료보험 수혜자를 전국민의 9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농촌의 정보화 플랫폼을 구현하고 전자정부 구축도 확대하려 한다. 관련 산업에서 막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파생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둘째, 내수 진작 측면이다. 중국은 2009년 건국 60주년을 기점으로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원바오(溫飽)형’에서 주택과 자동차, 가전제품 구매를 통해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형’으로 소비 구조를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전하향 등의 소비 촉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국적인 고속도로망 구축에 기반한 광역 도시권의 탄생으로 일일 생활권이 확대되는 것도 소비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예정된 상하이 엑스포(5~10월)와 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도 경기 진작에 탄력을 줄 전망이다.

셋째, 경제 인프라 측면이다. 2009년 10월에 오픈한 차스닥이 활성화되면서, 첨단 및 민간 기업의 자금 조달이 더욱 더 용이해질 것이다. 그리고, 대만 및 ASEAN과의 경제통합이 2010년에 가시화되면서 아시아 지역과 연계한 중국의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철저한 중국 현지화를 통한 시장 기회 창출

글로벌 침체 속에서도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철저히 현지화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상품기획과 R&D를 수행하고, 신흥 시장에서 변형시켜 판매하는 ‘Glocalization’은 갈수록 비효과적이다. 신흥국은 열악한 환경에서 에너지와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 보다 혁신에 대한 의지가 높다. 또한, 선진국 시장이 정체되고 신흥 경제국이 급속한 성장을 이루면서, 선진국 주도의 혁신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열과 풍력, 바이오 연료, 담수화, 소액금융, 전기 자동차 등은 선진국 보다 신흥국이 혁신의 중심에 있다고 한다. 중국 등 신흥시장 공략의 관건은 바로 전략적 현지화에 있는 것이다.

Bosch는 인도 시장에서 현지 인력 채용부터 R&D, 조달, 생산 전 과정을 현지화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 회장인 Bernd Bohr는 “인도에 공장을 두고 인도 엔지니어들과 기술을 개발하고, 또 인도 마케팅 담당자와 일해야 한다. 현지 노동력이 싸다는 이유로 공장만 두고 유럽과 미국 사람을 불러 일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역설한다.

GE 역시, 중국 등 현지에 기반한 Reverse Innovation을 추구한다. Reverse Innovation(逆혁신)은 Glocalization의 상대 개념으로 신흥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선진국에 역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중국 등 현지에 독립부서인 성장팀(Local Growth Team)을 10 여 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손익 책임과 함께 전략, 조직, 제품 개발 등의 포괄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본사 자원을 활용하거나 타 부서의 원활한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사업부 최고 경영층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GE는 중국에 특화된 저가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약 $3억 매출의 글로벌 상품으로 성공시킨 성과를 거두었다. 2009년 5월에는 향후 6년간 $30억 규모의 Healthcare Innovation 투자를 선언하였다. 주요 아이템은 중국 등 신흥국에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아시아 시장 공략도 주의해야

그런데,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과 이로 인한 관련 사업기회에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중국의 해외 시장 공략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의 해외 시장 진출은 2010년에 발효되는 주요 경제 협력을 통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과 ASEAN의 FTA가 2010년에 발효될 예정이다. 개도국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로, 인구 19억 명, GDP 약 $6조의 세계 3대 경제블록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아세안 상품의 최대 구매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이 아시아 장악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교역시에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임으로써 ‘통화 블록화’와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 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리고, 한국 기업에게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바로 중국과 대만의 ECFA 체결이다. ECFA는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경제협력기본협정)’로 관세 등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FTA와 유사하나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이 용어를 대신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이완(China+Taiwan)’ 경제권이 급부상하게 된다. 중국의 풍부한 시장 및 자본과 대만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결합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 한국 기업 따돌리기가 심화되는 것이다. 한국의 중국 수출 50대 품목 중에 35개가 대만과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대만이 ECFA를 통해 대만 제품에 부과되는 5% 관세의 감면을 받게 되면 한국의 석유화학, 광섬유, 기계류의 수출이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제 협력과 중국의 대외 진출 전략에 따른 사업의 명암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중국 시장

중국 내수 시장이 급성장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내가 그 성장의 열매를 향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중국 내수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0년이 시장 진입과 점진적 매출 성장의 시기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해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분 부분의 호재에 시야를 좁히지 말고, 중국 시장 전체를 Big Picture로 이해하되, 그 안에서 될 성 부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른바 핀 포인트(Pin-Point)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중국정부 정책에 편승하여 의료와 정보 인프라, 물류 분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정책의 파급 효과가 각 산업별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지역 경제 통합과 맞물려 예기치 않은 경쟁구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 하에, 산업간 성장 편차와 경쟁 여건을 고려한 타깃 진출 전략을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 위협 보다는 막대한 성장 기회로 인해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중국 시장이다.

(장강일, Innovator Review, December 2009, 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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