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는 “360명이 한 방향으로만 달린다면 1등부터 360등까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비유는 경쟁 중심 사회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꼬집는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비교의 무대에 세워졌다. 성적표는 줄 세우기를 강요했고, 대학 입시는 점수로 서열을 나눴다. 사회에 나와서는 연봉과 직급이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 게임의 룰은 애초에 대부분을 낙오자로 만드는 방식이다. 승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가 당연히 이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남들이 달리는 방향이 곧 내가 달려야 할 길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삶은 경주가 아니라 여행이다. 여행에는 1등과 꼴찌가 존재하지 않는다. 풍경을 얼마나 즐겼는지,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그 여정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 주어진 게임 자체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태도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누군가의 룰을 따라가는 대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릴 수 있다. 그 순간 비교의 잣대는 무의미해지고, 삶을 게임이 아니라 여행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내일은 당연히 올까?"
우리는 내일이 늘 올 것이라 믿는다. 오늘 대충 살아도 내일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형수의 하루를 떠올려 보자. 내일이 없는 하루는 순간순간이 절실하다. 작은 햇살도 소중하고, 짧은 대화도 깊은 울림을 가진다. 삶은 사실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다. 다만 우리가 잊고 지낼 뿐이다.
젊을 때는 늙음을 상상하지 못한다. 늙으면 다시 젊음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삶은 매 순간의 축적이다. 결국 삶의 의미는 미래와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오늘 나는 얼마나 충실히 살았는가?” 내일을 전제로 하는 삶이 아니라, 오늘이 전부인 삶. 그 태도가 우리를 깨어 있게 한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기 때문에 미래가 다채롭게 열린다. 그리고 그러한 오늘이 과거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대담하게 선택하라."
사람들은 흔히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다수가 걷는 길은 위험이 적고, 실패의 두려움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은 대개 남이 이미 정해 놓은 인생 시나리오인 경우가 많다. 남이 그린 시나리오를 따라서 얻은 성공이 달콤해 보여도, 결국 내가 진정 원했던 게 아닐 수 있다.
진짜 용기는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 데 있다. 쓰러지더라도,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다는 사실이 삶을 충만하게 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실패조차 나의 것으로 남는다.
대담함은 무모함과 다르다. 그것은 내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 힘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원하는 삶을 추구하는, 그 용기 있는 선택이야말로 삶을 나의 색깔로 빛나게 한다.
"비교는 끊없는 결핍을 낳는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언제나 있고, 더 많이 가진 사람은 늘 존재한다. 비교의 게임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장이라는 다른 여정에 발을 들인다.
성장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는지, 어제보다 조금 더 깊이 느끼고 살았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성장은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를 만든다. 다른 사람은 나보다 앞선 적도, 뒤처진 적도 없는 동료일 뿐이다. 각자가 다른 길에서 다른 풍경을 보고 있을 뿐이다. 이 관점의 변화가 주는 해방감은 크다. 나의 속도로 걸을 수 있고, 남의 시선에 매이지 않는다.
"지금... 살고 있는가?"
삶은 누군가의 점수표에 의해 획일적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결국 삶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으로 완성된다. 삶의 무대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연출자가 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그저 막연하게 남들이 가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얼마나 나답게 또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가가 내 삶의 가치를 정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고 있다면, 지금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매일의 선택들이 삶을 채워간다.
[참고]
이어령, “360명이 한 방향으로만 달리면 1등부터 360등까지….”
Carol S. Dweck,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2006): 성취의 핵심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