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변화는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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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0

조직문화 변화는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날 수많은 경영자들이 ‘문화’를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사내 가치를 새롭게 선포하고,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다듬으며,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온도는 다르다.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순간 문화는 오히려 형식적이고 공허하게 다가온다. 문화가 일회성 캠페인처럼 소비될 때, 구성원은 진정성을 잃고 무관심으로 돌아선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대대적인 문화 캠페인을 진행한 기업의 72%가 직원 신뢰, 몰입도, 이직률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지 못했다. 포스터, 슬로건을 아무리 반복해도 리더십이 변하지 않으면, 메시지는 힘을 잃는다. 반대로, 겉으로는 캠페인이 없더라도 리더들이 회의 방식, 피드백 태도,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었을 때 신뢰 점수가 평균 26% 상승했다. 이는 문화가 문구가 아니라 시스템이며,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일상 속에서 목격하는 ‘작은 순간들’이다.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는가, 리더가 불편한 질문에도 귀 기울이는가,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이러한 장면들이 반복될 때만이 기업 문화는 살아 숨 쉬게 된다. 


결국 문화는 겉으로 보이는 장식이 아니라, 조직의 엔진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용하느냐의 문제다. 문화는 슬로건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행동에서 시작된다.



"가치는 비용을 지불할 때 진짜가 된다."


많은 경영자들은 공감, 포용, 정직 같은 가치를 강조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 단어가 얼마나 자주 언급되느냐가 아니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리더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어떤 불이익을 감수했는지다. 가치는 대가를 치르는 순간에만 진정성을 획득한다.


한 글로벌 은행은 ‘공정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지만, 임원 보상 체계는 여전히 매출 성과에만 연동되어 있었다. 내부에서는 인센티브 구조 개편을 요구했지만 경영진은 시장 상황을 이유로 미뤘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원칙보다 실적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남미의 한 통신사는 임원 보상 중 13%를 리더십 역량, 팀 육성, 피드백 문화와 연계했다.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리더들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1년 안에 직원 유지율이 18% 개선되었고, 내부 승진 비율도 높아졌다. 가치를 행동으로 연결한 결과가 조직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가장 강력한 문화적 신호는 리더가 위험을 감수할 때 발휘된다. 권한을 나누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단기 실적보다 원칙을 지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직원들은 완벽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관성과 용기를 기대한다.


결국 가치는 비용이 따를 때만 살아남는다. 말뿐인 원칙은 연극에 불과하지만,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곧 신뢰의 기반이 된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두려움이다."


많은 리더들은 조직에 이견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동의일 가능성은 낮다. 침묵은 종종 두려움과 체념의 표현이다. 직원들은 반대 의견을 감추고 불편한 진실을 삼킨다. 겉보기에는 조용하지만, 내면에서는 신뢰가 무너진다.


연구 결과, 직원의 69%가 우려나 피드백을 리더에게 숨긴다고 답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말해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체념, 그리고 발언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한 유럽 테크 기업은 익명 Q&A를 도입했지만, 직원의 83%는 질문을 제출하지 않았다. 형식은 바뀌었지만 권력 구조와 심리적 안전망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후 회사는 방식을 전환했다. 직원 위원회가 직접 가장 불편한 질문을 선별해 임원 타운홀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하도록 한 것이다. 질문은 검열되지 않았고, 임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즉시 답해야 했다. 세 분기 만에 신뢰 점수가 32% 상승했다. 직원들은 단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보다 ‘목소리가 변화를 만든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조직의 진정한 정렬은 침묵 속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탈의 신호일 수 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불편한 목소리를 환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발언을 보호하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직원들은 안전할 때, 그리고 그 말이 의미 있을 때만 입을 연다. 침묵은 합의가 아니라 신뢰의 부재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는 문화 실행의 최전선에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이 본보기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간관리자는 불가능한 임무를 떠안게 된다. 리더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 현장은 혼란과 냉소로 가득 찬다.


한 글로벌 서비스 기업에서는 중간관리자의 69%가 문화 실행을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단 14%만이 최고경영진이 실제로 그 행동을 보여준다고 믿었다. 이 괴리는 곧 관리자들의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동남아의 한 대기업은 위에서부터 문화를 바꾸었다. 최고경영진 회의 방식을 새롭게 설계해, 의제는 주니어 직원들과 공동으로 만들었고, 회의에서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심지어 회의는 기록되어 전사에 공유되었다. 1년 안에 임원진의 신뢰도가 전 부문에서 개선되었다.


문화는 메시지가 아니라 행동이다. 그것은 위임되는 것이 아니라 몸소 보여져야 한다. 중간관리자는 최고경영자가 보여주는 문화를 전달할 뿐이다. 문화는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흘러야 한다.



"권력이 움직일 때 문화가 바뀐다."


조직문화 변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신뢰를 말하지만 뒤에서 결정을 내리고, 포용을 외치지만 순응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며, 공감을 강조하지만 반대 의견에는 불이익을 준다.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신뢰성이다.


문화가 변하려면 리더가 먼저 변해야 한다. 가장 건강한 조직은 캠페인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패턴을 따른다. 의사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리더는 무엇을 잃을 각오가 있는가, 어떤 행동이 실제로 보여지고 있는가. 이 세 가지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어떤 문화도 뿌리내리지 못한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 캠페인을 준비하기 전에, 먼저 다음을 질문해야 한다. 우리가 직원들에게 믿으라고 요구하는 것을 과연 우리 스스로 입증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메시지를 멈추고 행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증거가 먼저이고, 선언은 그다음이다. 문화는 캠페인이 아니라 신뢰의 결과다.


Source:  Benjamin Laker, Chidiebere Ogbonnaya, Yasin Rofcanin, Tomasz Gorny and Marcello Mariani (25 Aug 2025), "To Change Company Culture, Focus on Systems—Not Communication", HBR Blog (ChatGPT 활용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