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에 취한 기업들... 혁신을 잃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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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3

효율성에 취한 기업들... 혁신을 잃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기업들은 ‘효율성’을 강조했다. 2022년 테크 경기 침체와 트위터 인수 후 엘론 머스크의 무자비한 구조조정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이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22만 명 이상의 인력을 줄이면서도 시가총액은 약 8조 달러를 불렸다. 효율성은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월가가 선택한 새로운 성과 지표는 ‘직원 1인당 매출’이었다.


문제는 이 흐름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경영 철학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인재 확보가 미래 성장의 신호였지만, 이제는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전략으로 여겨진다. 중간관리자는 ‘불필요한 낭비’로 치부되며 구조조정 1순위가 되었다. 그러나 하버드 연구는 중간관리자의 목적 의식이 뚜렷할 때 기업의 장기 성과가 경쟁사 대비 7% 이상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효율성을 외치며 잘라낸 그 ‘낭비’가 실제로는 성장의 엔진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효율은 단기 성과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지나친 효율 추구는 시스템의 "여력"을 제거한다. 자원이 100% 활용되는 순간, 변화에 대응할 힘은 0%가 된다. 결국 기업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 취약해진다. 효율은 필요하지만, 효율만으로는 혁신과 생존을 보장하지 못한다.



"낭비는 경영의 적이 아닌 자산"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낭비’는 제거해야 할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낭비를 모두 없애는 순간, 실험의 여지도 함께 사라진다. 닛틴 노리아와 란제이 굴라티의 연구는 ‘잉여(slack)’와 혁신 사이의 관계가 역U자형임을 보여준다. 즉, 너무 많은 잉여는 조직을 해이하게 만들지만, 너무 적은 잉여는 실험과 창의성을 질식시킨다. 혁신을 원한다면 적정한 수준의 ‘비효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15% 룰’을 가진 3M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15%를 자유롭게 아이디어에 쓸 수 있도록 허용했고, 그 결과 포스트잇, 멀티레이어 광학필름 같은 혁신 제품이 탄생했다. 오늘날에도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이 실험적 시간에서 나온다. 효율성의 논리로 본다면 이는 낭비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미래를 창조하는 자산이다.


낭비는 투자이기도 하다. 토요타가 품질 개선을 위해 현장 팀에 실험 권한을 부여하거나, 닌텐도가 작은 팀에게 새로운 게임 콘셉트를 실험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존과 차별화를 위한 버팀목이다. 경영자가 낭비를 적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기업의 혁신 근육은 빠르게 위축된다.



"낭비의 네 가지 얼굴"


낭비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바라보면, 경영자는 늘 잘라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낭비는 기업의 회복력과 창의성을 지탱하는 자산으로 바뀐다. 낭비에는 네 가지 중요한 얼굴이 있다.


첫째는 안전망이다. 시스템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만든 ‘카오스 몽키’는 일부러 자사 시스템을 공격해 취약점을 찾아내는 도구였다. 겉보기엔 비효율적인 실험이지만, 덕분에 대규모 장애 속에서도 끊김 없는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안전망으로서의 낭비는 위기 속에서 기업을 살린다.


둘째는 투자이다. 3M은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의 15%를 자유롭게 아이디어 실험에 쓰도록 허용했다. 당장 성과가 없는 낭비처럼 보였지만, 포스트잇 같은 혁신이 탄생했다. 현재 매출의 큰 부분이 이 실험에서 비롯된다. 낭비는 미래 매출을 위한 연구개발비이기도 하다.


셋째는 표준이다. 게임사 밸브는 <하프라이프2> 개발 당시 한 명의 천재 디자이너를 찾는 대신, 여러 분야의 인력이 모여 장시간 토론하는 ‘카발’ 체계를 만들었다. 효율적이지 않은 이 방식은 결과적으로 업계를 바꾼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냈다.


넷째는 안정성이다. NBA 마이애미 히트가 20년간 붙잡은 우도니스 하슬렘은 뛰어난 득점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라커룸 리더로서 팀의 문화를 지탱했다. 효율만 본다면 잘렸을 자원이었지만, 실제로는 팀의 심장이었다.


이 네 가지 얼굴은 기업이 단기 효율만 추구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들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야말로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조직을 버티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낭비는 제거가 아니라 활용의 대상이다.



"효율이 아닌 회복탄력성이 승부를 가른다."


효율성은 위기 속에서 매력적인 처방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약효는 짧고, 부작용은 크다. 월가의 환호에 맞춰 구조조정을 거듭한 기업들은 지금 혁신의 동력을 잃고 있다. 반대로 낭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충격을 흡수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힘을 유지한다.


앞으로의 경영자는 ‘낭비를 잘라내는 사람’이 아니라 ‘낭비를 설계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낭비는 버려야 하지만, 어떤 낭비는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질문의 전환이다. “이 낭비를 줄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낭비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효율은 생존을 돕지만, 회복탄력성은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진화하는 기업만이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살아남는다. 낭비는 오직 버릴 때만 낭비가 된다. 제대로 활용할 때, 그것은 기업의 다음 장을 쓰는 자양분이 된다.


Source: Joey Camire (21 Aug 2025), "Why Efficiency Is Great—Until It’s Not", Inc. (ChatGPT 활용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