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기업의 실패 요인: 무엇이 성공한 기업을 실패로 이끄는가?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장강일의 경영전문블로그입니다.

2015년 4월 11일 토요일

고성장 기업의 실패 요인: 무엇이 성공한 기업을 실패로 이끄는가?

무수한 기업들이 성공을 향해 숨가쁘게 내달리고 있다. 그런데 성공한 기업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이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곤 한다. 이들 기업의 대부분은 지난 성공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지나친 성장 의욕으로 내부 역량을 모두 소진시켜 버린 경우이다. 고성장을 구가했던 기업들이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함정들을 살펴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해마다 사월 초가 되면 봄꽃이 연이어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 때에 꽃이 떨어짐을 미리 염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단은 화사한 봄 기운을 만끽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서는 여유로울수록 앞으로 다가올 위기 상황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위기경영을 선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LG는 원화강세와 고유가 등 어려운 경영여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고객 가치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삼성은 조직이 비대해지고 느슨해짐을 지적하고 내부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장급 이상 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환율 급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해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도 연초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강도 높은 원가 절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이 성공한 기업을 실패로 이끄는가?

흥미로운 점은 우수한 실적을 거둔 기업일수록 위기경영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더 큰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 정비 차원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기업들의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이 절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최근들어 초우량기업으로 일컬어지던 기업들이 예기치 않은 실패에 처하는 것도 이들 기업들의 위기의식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갔던 기업들이 낭패를 겪게 되는 요인들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본 고에서는 과거에 집착하여 실패를 자초하는 경우와 과도한 성장 추구로 조직이 탈진되어버리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 집착형: 어제를 팔아 오늘을 산다

기업이 실패를 자초하는 원인 중에 하나는 기존의 성공 방식에 얽매여 변화된 환경에 발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때의 성공 요인들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발을 묶게 된다.
 
● 성공에 대한 타성

고성장 기업이라도 과거의 성공 방식에만 집착한 경우 실패를 자초하게 될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도널드 설 교수는 기업 경영의 최대의 적은 위기 국면에서도 기존 전략에만 의존하는 관성이라고 지적한다. 많은 기업들이 외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실패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코카콜라가 매출 규모와 순이익, 시가 총액 등에서 펩시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카콜라가 기존의 사업 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시대 트렌드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의 웰빙 경향에 맞추어 펩시는 콜라 등 탄산음료 이외에도 과일쥬스와 이온음료, 스넥 등을 취급하는 종합식품회사로 변모하였다. 코카콜라는 탄산음료의 비중이 80%에 해당하지만 펩시는 20%에 불과하다. 콜라 시장에서의 우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을지 몰라도 더 포괄적인 시장 대응에는 한 수 지고 만 것이다.

화학 필름의 선도기업인 코닥은 디지털 시장으로의 변화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급속한 실적 저하를 경험하였다. 신규 투자 보다는 안정적인 사업에 안주하였으며 피할 수 없는 시장 변화에 애써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그 결과 주력 사업이었던 필름 사업의 매출 마저 급격하게 떨어진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GM은 전통적인 대형 트럭에 집착하였고 소니는 디지털 미디어에 적합한 상품 개발에 소홀하여 ‘한 때 잘 나갔던 기업’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해있다.

시장 자체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의 성공 방식을 유지하고 특정 시장의 성장세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고성장을 유지하는 기업들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주요 제품과 사업 구조를 변화시킨다. 130년 역사의 GE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구조를 끊임없이 재편하고 있다. 잭 웰치는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 수익성이 높은 금융 서비스 사업 중심으로 개편하였다. 뒤를 이은 제프리 이멜트는 금융 서비스 사업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생명과학, 환경, 재생 에너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05년 말 매출 규모 면에서 세계 7위의 거대 기업인 GE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런 기존 방식에 대한 끝없는 도전에서 찾을 수 있다.
 
● 슈퍼 리더의 역습

고성장 달성의 주역으로 열정적인 CEO를 언급하곤 한다. 슈퍼 리더의 강한 조직 장악력과 통솔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최고 경영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기업은 동시에 위험에 처하기도 쉽다. 몰락하기 바로 전까지 강력한 리더를 가진 기업이 적지 않았다. 언론과 주주들 그리고 외부 분석가들은 경영자의 초기 성과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며 점차 견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 때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던 경영자의 과도한 열정과 카리스마가 기업을 실패로 이끌기도 한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의 전CEO 질 배러드는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기업인에 여러 차례 선정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벽에 가까운 완벽주의 성향으로 실패한 CEO로 평가된다. 모든 실무에 직접 관여하여 일일이 챙김으로써 다른 임원들에게 참견꾼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마텔사의 연이은 침체와 함께 배러드는 결국 사임하게 된다.

성공적인 여성 CEO로 통하던 전HP CEO 칼리 피오리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컴펙 인수 등을 추진하며 언론의 연이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HP의 기업문화인 구성원간의 격의 없는 대화 보다는 딱딱한 회의와 사업계획 발표를 선호하며 조직내 불협화음을 증폭시켰다. 결국은 HP 주가가 50%나 급락하면서 CEO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Good to Great’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을 일궈낸 리더들의 특성을 ‘겸손함과 나서기를 싫어하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때 성공을 거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의존했던 경영 활동을 규칙과 시스템을 통해 정착시켜야 한다. 최고 경영자의 지나친 관여와 카리스마는 시스템에 기반한 경영을 저해하게 된다. 과거에 특정 리더에 의해 고성장을 달성하였다면 이후에는 이를 시스템을 통해 안정화하고 성장을 지속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조직의 동맥경화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초기에는 조직의 효율성 보다는 외부의 시장 기회를 인식하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전략적 판단과 추진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조율의 필요성이 증대한다. 더 큰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외형에 걸 맞는 내부 조직의 효율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성장과 함께 조직 정비가 병행되지 못해 부서간 이해 조율이 어려워지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성장 기간이 짧은 기업일수록 기능간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고 조율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부서들은 세부 목표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회사 전체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근시안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부서간에 벽이 발생하는 것을 글레어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글레어 현상은 직사광선 등에 의해 눈이 부시거나 물체를 구별하기 힘든 것을 의미한다. 조직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개별 부서들의 시야가 좁아지는 상황을 이에 비유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기술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실 감각이 부족한 그림을 그린다. 개발자는 시장의 요구 보다는 내부의 기술 한계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공장은 생산 최적화와 원가 절감에만 집중한다. 영업은 고객의 요구 사항에 급급하게 응대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러한 조직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전사적 조정 기능 상실은 결국 시장 대응력 저하로 귀결된다.

GM은 50개국에 36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상황에서 개별 현장의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리스크 징후가 발생하더라도 활발한 공유와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 소형 캐딜락 차종이 기존 모델과 시장이 겹쳐 판매 부진이 이어졌지만 최고 경영진에 잘 보고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사업은 실패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과도한 성공 추구형: 내일의 꿈 속에 오늘을 소진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실패 요인들은 과거의 성장 방식에 안주함으로써 발생한다. 이와는 반대로 숨 가눌 틈도 없이 앞으로만 내달림으로써 실패를 자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적정 성장 속도를 유지하지 못해 가진 역량을 모두 소진시켜 버리는 것이다.
 
● 숨 가쁜 고성장 추구

성장과 외형 지상주의에 따라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조직이 커지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악화된다. 대부분의 실패는 급격한 성장 이후에 찾아 온다. Probst와 Raisch의 2005년 보고서에 따르면 실패 기업의 40%는 붕괴 직전 5년 동안 약 30%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률은 약 7.5%로 여겨진다. 이를 상회하는 고성장 기업들은 차입 비중이 늘어나기 마련이며 경제 위기에도 쉽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케빈 케네디는 그의 저서 ‘100년 기업의 조건’에서 기업의 건강 상태를 감시하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을 장수기업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한다.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들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고성장 기업일수록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이런 리스크 요인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 적절한 숨 고르기를 통해 암처럼 점진적으로 생명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급격한 성장에 의한 돌연사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고성장 전략으로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스피드 경영 역시 앞을 향해 무조건 빠르게 내달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다. LG전자의 김쌍수 부회장은 스피드 경영에 있어서도 “경제 속도”를 언급한 바 있다. 스피드 경영은 서둘러 시작하고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부 역량과 환경에 맞는 최적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경제 속도를 높여가는 것이 목적이다. 무모하게 서둘러서 일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내부 역량을 소진시켜버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 집중력 상실

지나친 성장 추구와 다각화는 끊임없는 조직내 혁신 활동과 조직구조 변화를 요구한다. 지나친 성장 욕구는 경영자들의 관심을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집중하게 하여 핵심역량의 분산을 초래한다.

기존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으로 공격적으로 다각화할 수밖에 없다. 한 때 기업의 다각화와 성장 전략으로 인수 합병이 주목을 끌었다.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경영진들이 높게 평가되고 주식 가치가 단기간에 상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수합병에 의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장기적으로 인수합병의 성공률은 절반을 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이 회사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현실이다. 무리한 인수합병은 사업간 조정의 문제를 유발시키고 조직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끝내는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을 둔화시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는 외형과 성장 추구라는 맹목적인 논리에 이끌려 인수합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살펴보는 균형된 시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GM이 몰락한 요인 중에 하나로 시너지 없는 대형화가 꼽힌다.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는 키워놨는데 정작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였다. 무리한 확장으로 공룡처럼 비대해졌지만 어느 브랜드 하나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했다. 브랜드 차별화에도 실패해 시장에서 자체 모델끼리 경쟁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세계 1위라는 허울좋은 명목에 이끌린 무리한 확장이 결국 생존마저 흔들어 버린 것이다.
 
● 조직의 균열

고성장과 강력한 비전 달성을 위해 조직 내에 경쟁적인 문화가 강조된다. 경쟁 위주로 조속히 성장한 기업일수록 부서 이기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구성원간에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약화시키고 전사 차원의 최적화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IBM의 전CEO 루 거스너는 사업부의 개별 성과 대신에 전사 실적에 기초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전에는 개별 사업부의 이해에 따라 전사 목표가 희생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부서간의 협력을 촉진시키고 사업부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성과 평가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다.

이외에도 조직이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면 그 복잡성을 관리하지 못하고 성장통(Growing Pains)을 겪게 된다. 원래 성장통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아이들의 뼈, 신경, 근육 등 여러 가지 조직의 성장 속도가 달라 균형을 잃게 될 때 나타나는 통증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매출과 외형은 급속하게 성장하지만 조직 문화와 시스템이 함께 발전하지 못함으로써 내부 갈등과 생산성 하락을 겪을 수 있다. 하루 하루 업무에 급급하여 장기적인 계획과 관리 역량을 구축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한 예이다. 이 경우 비효율적인 업무량의 증대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구성원의 피로감이 증폭되고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릭 플램홀츠는 기업의 창업에서 재도약에 이르는 각각의 단계에서 성장통을 극복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구현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기업은 성장 둔화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고 주장한다.
 
성공과 실패의 외줄타기

성공 기업의 실패 요인들을 살펴 보았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바라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금은 실패로 평가되지만 당시에는 과감하고 결단력있는 실행으로 호평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는 외줄타기에 비유될 수 있다. 성공과 실패가 확연히 다른 두 줄을 선택하여 처음부터 쉽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줄 위에서 어디로 무게가 기우느냐에 따라 판가름 된다. 과거에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도 긴장을 놓치는 순간 일시에 실패로 넘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으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라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실적에 연연하거나 한 방의 홈런에 대한 기대를 떨쳐버리고 항상 깨어 있는 감각과 열정을 지닌 기업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게 될 것이다.
 


(장강일. LG주간경제. 200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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