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상상해야, 승리할 수 있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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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7

실패를 상상해야, 승리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전략’을 이야기할 때 자주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 전략이 실제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 ‘미리’ 검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의 Arjan Singh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코퍼리트 워게임(corporate wargaming)’을 제시한다.


워게임은 단순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아니다. ‘어떻게 될 수 있을까’를 넘어서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 ‘그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까’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실행계획까지 도출하는 훈련이다.


이는 일종의 전략적 리허설이다. 시장이라는 전장에 나가기 전에 실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전략의 허점, 경쟁자의 움직임,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까지 미리 경험한다. 무엇보다 이 접근의 핵심은 ‘행동 가능성(actionability)’이다. 단순히 사고실험을 넘어서, 실제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도구다.


실무적으로 볼 때, 워게임은 특히 기존 시장 강자가 놓치기 쉬운 ‘맹점(blind spot)’을 사전에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익숙함에 기반한 자만은 전략 실패로 이어진다. 워게임은 그 익숙함을 의도적으로 깨트리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경쟁자가 아닌 ‘경쟁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많은 조직이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내부 시각’에 갇히는 것이다. 자사 제품, 내부 자원, 기존 고객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면, 전략은 편향되고, 시장의 변화에 둔감해진다. Arjan Singh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로 ‘경쟁자의 시선으로 생각하기’를 제안한다.


워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이 각기 다른 경쟁 기업의 역할을 맡는다. 예컨대 어떤 팀은 테슬라가 되고, 다른 팀은 GM이나 우버, 또는 새로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된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기업 입장에서 ‘무엇이 성공인가’, ‘어떻게 시장을 공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연습의 핵심은 단순한 ‘경쟁 분석’을 넘어서, 그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성공 기준, 시장 해석 방식까지 모의해 보는 것이다. 누군가의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전략을 진지하게 설계하고, 실행 계획까지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역할을 바꾸고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우리는 이런 메시지를 썼지만, 저쪽 입장에선 이런 식으로 공격할 수 있겠구나”, “이 가정이 너무 낙관적이었구나”라는 식의 반성이 나온다.


이 훈련은 단순히 시장을 넓게 보는 게 아니라, 전략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사고 실험이다. 진짜 경쟁 우위는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타인의 전략 속에서 우리를 이해하는 힘’에서 나온다.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언제나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략에는 세 가지 전쟁이 있다: 장기, 단기, 실행."


Singh는 워게임을 세 가지 레벨로 나눈다. 전략적 워게임, 운영적 워게임, 전술적 워게임이다. 각각의 게임은 리더의 위치와 기업의 당면 과제에 따라 다르게 설계된다.


• 전략적 워게임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 집중한다. 거시적 트렌드, 기술 변화, 소비자 습관의 변화 등을 다루며, 조직의 비전이나 장기 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운영적 워게임은 경쟁사와 시장이 어느 정도 정의된 상태에서 “어디에서 경쟁할 것인가?”를 탐색하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신제품 출시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앞서 사용될 수 있다.


• 전술적 워게임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집중한다. 마케팅 전략, 세일즈 메시지, 경쟁사 대응 시나리오 등 단기 실행에 초점을 둔다. 보통 1~2년 이내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팀에 적합하다.


이렇게 워게임은 리더가 조직을 바라보는 고도에 따라 전략적 사고를 구체화하고, 각 수준에 맞는 실행력을 정비하는 도구가 된다.



"실패를 상상하면, 진짜 실패를 피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성공 시나리오만을 중심으로 전략을 짠다. 자신이 가진 강점, 시장의 기회, 낙관적 수요 예측에 집중하며, ‘잘 될 경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Arjan Singh는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만약 실패한다면?” 이 단순한 가정이 전략의 깊이를 바꾼다.


기업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정보 부족’보다 ‘가정의 오류’에 있다. Singh는 이 점을 강조하며 “실패 가능성을 실제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이 워게임의 핵심 효과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 제약회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블록버스터 신약 출시를 앞두고 FDA의 미승인 시나리오를 워게임에 포함시켰다. 당시 회사는 “절대 그럴 리 없다”며 반신반의했지만,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실제 출시일, FDA는 그 신약을 승인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워게임에서 준비한 대응 시나리오가 실제로 활용됐다. 혼란 대신, 데이터 재해석과 전략 재구성으로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신속한 재승인에 성공했다.


이 사례는 워게임이 전략을 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리스크를 줄이는 ‘실행 보호막’임을 보여준다. 예상 밖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조직은, 그 자체로 경쟁 우위를 가진 셈이다. 위기 상황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그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 실패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측으로 그치지 않는다. 조직의 회복탄력성과 전략적 민첩성을 만드는 실질적 훈련이다.



"전략은 모두의 것일 때 진짜 실행된다."


워게임이 단순히 고위 임원의 브레인스토밍으로 끝난다면 아무 소용 없다. Singh는 진짜 효과는 ‘실행 가능한 플레이북(playbook)’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플레이북은 단지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이 아니라, 각 액션에 대해 누가,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리한 실행 계획이다. 이 문서는 외부 컨설턴트가 내려주는 명령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이 스스로 만든 계획이기에 조직 내 실행력이 훨씬 높다.


더 나아가 워게임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조직 내부에 전략적 사고 습관을 심는 교육 과정이다. 한 번의 워게임이 끝이 아니라, 그 사고방식이 문화로 확산될 때 조직은 유연하고 민첩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전략이 불확실할수록, 워게임은 더 필요하다."


워게임을 처음 접하는 기업의 가장 흔한 반응은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Singh는 이럴 때 이렇게 되묻는다. “전략에 실패하는 데 드는 시간과 자원은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전략 환경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시뮬레이션의 가치도 커진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프로젝트 팀처럼 제한된 리소스로 승부해야 하는 경우, 워게임은 ‘실수를 줄이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단순한 롤플레잉만으로도 경쟁사의 반응을 예측하고, 전략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게임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리더와 조직이 현실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더 용기 있게 결정하며, 더 치밀하게 실행하게 만드는 훈련 방식이다. 실패의 그림자를 미리 그려보는 자만이, 진짜 승리를 준비할 수 있다.


Source: Arjan Singh (June 4, 2025), "Stress Test Your Strategy Before It Fails", HBR on Strategy (ChatGPT 활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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