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CEO는 믿을만한 파일롯인가?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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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4일 일요일

우리 CEO는 믿을만한 파일롯인가?

서울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편이 있다. 항로를 1도라도 이탈하면 태평양 한가운데에 착륙하게 될 것이다. 비행기는 운항 중에 95%가 1도 이상 항로를 벗어난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비행기들은 예기치 않은 기상 변화와 폭풍을 뚫고 목적지에 도달한다.

"파일롯의 운항 비결은 무엇인가?"

파일롯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4가지의 중요한 변수들을 다룬다.

첫째, 시작점(starting point)이다. 

파일롯은 그들이 서울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 어디에서 출발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현실 있는 그대로(the current reality as it is)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경영자들도 주어진 현실을 불편하더라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이 리더에게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둘째, 도착점(destination)이다. 

파일롯은 아무 곳에나 착륙할 수 없다. 예정된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운항 중에 주도적이고 선행적인 선택들을 취해야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경영자들은 명확한 비전을 설정하고, 분명한 목표와 도착점, 그리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적지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셋째, 운항계획(plan)이다. 

파일롯은 시작점에서 도착점까지 명확한 운항 계획을 준비한다. 또한 그것을 명확히 이해하기 전에는 절대 이륙하지 않는다. 경영자들도 조직을 현재 상태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미래 상태로 이끌어갈지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넷째, 항로 수정(course correction)이다. 

파일롯은 잘 안다. 비행 중에 수시로 원래 계획했던 항로를 이탈하게 된다는 것을. 유능한 파일롯은 이탈(variation)을 예측하며, 오히려 이를 선제적으로 기대하고 대응해 나간다. 운항실은 그가 어디에 있고, 원래 가고자 하는 항로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알려주는 각종 기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파일롯은 원래 계획과 현재 위치의 차이를 메워줄 지식과 판단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기기들이 시시각각 알려주는 수치들을 모니터링하며, 그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운항 내내 항로를 끊임없이 수정해나간다.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영자들은 원래 의도했던 경영 계획에서 이탈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예기치 않은 항로 이탈이 발생했을 때 어찌 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

"파일롯은 기다리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파일롯은 매 순간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떤 데드라인을 기다리지 않는다. 거의 매분 단위로 판단하며,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한 시간 가량을 기다리거나 하지 않는다.

경영자에 비유하자면, 월말이나 분기말까지 기다리며 판단을 미루거나 뒤늦은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경영에서는 전형적으로 한 달을 마감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경영자가 알게 되는 현실은 이미 지난 달의 상황인 경우가 빈번하다. 몇 주만 지나면 상황이 이미 종료 되었거나 걷잡을 수 없이 엇나갈 수 있다.

경영 현장의 전형적인 년 단위 사이클에서는, 항로 수정을 기껏해야 12번 밖에 할 수 없다. 비행기로 치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는데 12번의 항로 수정 밖에 못한다. 그것도 매번 지나간 시점의 운항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야말로 바다 한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천만다행이다.

우리 조직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휩쓸리며, 목적지와 안전한 착륙까지 운에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Source: Vijay Govindarajan, Srikanth Srinivas (Dec 2013), "Get a Better Return on Your Business Intelligence",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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