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고 싶으면, 느리게 가라.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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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1일 금요일

빨리 가고 싶으면, 느리게 가라.

경영에서는 스피드 갭(speed gap)이 존재한다.

경영층이 전략적으로 신속함(speed)을 강조하는 정도에 비해, 실제 회사가 움직이는 속도의 차이를 뜻한다. 경쟁우위를 잃지 않으려는 기업들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Slow down to speed up."

국제적 정치 경제 분석기관인 Economic Intelligence Unit은 343개 회사를 대상으로 속도과 경영 성과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략적 과제를 선정하고 경쟁사들을 앞서기 위해 빠른 실행에 매진한 회사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마다 멈춰서 적절한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한 회사들은 앞으로 내달리기만 한 회사들보다, 3년에 걸쳐 매출액이 40%가량 더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52% 더 높았다.

"빠름(faster)과 느림(slower)의 진정한 의미"

회사들은 종종 운영적 속도(operational speed)와 전략적 속도(strategic speed)를 혼동한다. 운영적 속도는 말 그대로 빨리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전략적 속도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간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것은 통상적인 스피드 갭을 줄이는 여러 방법들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속도가 높아지다 보면 종종 품질 불량과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속도는 빨라지지만 회사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가치들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적시에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겉으로 보이는 운영적 속도는 빨라지는 데 전략적 속도와 가치를 손상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다.

전략적 속도와 함께 높은 성과를 발휘한 기업들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잘 조율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논쟁에도 열린 문화를 조장한다. 혁신적 사고를 권장하며, 구성원들에게 성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하지만 성과가 저조한 회사들은 언제나 분주히 움직이며, 성과 개선을 위해 동시에 많은 것들을 이것저것 추진한다. 새로움 보다는 이미 검증된 방식에 집착하며, 직원들간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협력을 격려하지도 않는다. 전략적 우선순위와 전사적 조율(alignment)의 중요성도 간과되기 싶다.

"몸은 빠르지만 머리가 느린 기업들"

전략적으로 빠른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전략적 우선순위를 잘 이해하고 있다. 팀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현재 우리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전사 차원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한다. 실행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놓치지 않고, 잘 캐치해서 조직내에 공유하고 전파한다. 경험 많은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반면에 전략적으로 느린 회사에서는 회사 공통의 우선순위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단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집중하며, 자신의 책임 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바쁜 업무 와중에 별도의 시간을 들여 업무를 반추하지 않는다. 업무가 종료되면 지난 업무를 돌이켜보고 교훈을 얻는 시간 없이, 다음 업무로 넘어간다. 기존 업무의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 정도로 성과를 평가하며, 기존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주력한다. 교육과 훈련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전략적 속도를 높이는 건 리더의 책무이다."

생각할 겨를 없이 일에 파묻혀 전속력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팀 보다는, 시간을 내어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생각하는 데 익숙한 팀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성공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역할이다.

Source: Jocelyn R. Davis, Tom Atkinson (May 2010), "Need Speed? Slow Down",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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