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innovation)을 이끄는 제약과 가로막는 제약(constraints)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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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5일 일요일

혁신(innovation)을 이끄는 제약과 가로막는 제약(constraints)

아무런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상황에서 창의성이 빛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가장 혁신적인 결과물들은 제약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약을 극복하려면, 지금까지의 방식을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문제를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제약이 먹히는 가에 있다.


"혁신을 처음부터 좌초 시키는 제약"


리더들, 특히 공공분야의 관리자들은 혁신팀에 통상적으로 두 가지 제약 사항을 제시한다. 예산(budget)과 위험(risk)이다.


혁신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이 예산은 혁신팀이 어떤 수준의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산출된 비용이다. 


그리고 너무 큰 리스크를 무릅쓰면 안된다. 특히 기존 사업에 해를 입혀서는(cannibalize) 안된다고 강조한다. 또는 실패하게 되면 평가와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의를 준다.


그런데 예산과 위험, 이 두 가지 제약사항은 실제 크게 유용하지 않다. 오히려 혁신 활동을 축소시켜 점진적인 테스트 수준으로 전락시키거나, 문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집어서 접근하는 것을 저해한다. 해당 팀의 혁신 잠재력을 초반부터 억누르는 것이다.


"혁신을 이끌어내는 제약 두 가지"


반면에 진정한 혁신을 이끌어내는 제약이 있다. 바로 결과물(outcome)과 시간(time)이다.


결과물(outcome)은 예컨대, "특정 수준의 민감도를 지닌 항체 테스트", "특정 기능을 가진 환풍 장치" 등 특정 목표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을 달성하는 타겟 시간(time)을 정한다. "신뢰성 높은 테스트를 2분기 내에 완성한다." 또는 "새로운 환풍 장치를 갖춘 병원을 1주일 안으로 준비한다."


리더가 매우 명확하게 타겟 기간이 있는 결과물(what)을 제시하면, 관리자는 주어진 제약 하에서 최적의 방법(how)을 찾는다. 


이는 흡사, 지휘관의 의도(Commander's Intent)와 유사하다. 군 지휘관은 병사들에게 무엇(what)을 언제(when)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이 지역을 내일까지 점령한다."


이렇게 작전활동의 명확한 최종 상태가 제시되면, 병사들은 현장에서 어떻게(how) 이 명령을 최적으로 달성할지 판단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지휘관은 "이 정도 이상은 쓰지 않는다" 또는 "우리는 어떤 병사도 희생시키지 않는다"고 언급하지 않는다. 단지 얻고자 하는 결과물(outcome)과 시간(time)을 제시한다. 그러면 군인들이 현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적군의 대응에 따라 시시각각 최적의 달성 방안을 찾아낸다.


"결과물(outcome) 제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결과물(outcome)은 최종 결과를 강조한다. 고객과 회사, 투자자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다. 단 결과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그 과정(process)과 규칙(rule)에 대해서 세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결과물 제약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제를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지금 보다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90% 이상 값싼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식이다.


구글에는 Google X라고 불리던, X 사업부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외딴 지역에까지 인터넷을 연결시키는 게 제시된 목표 결과물이었다. 어떻게 이를 달성할 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이 조직은 지상에 케이블을 설치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성층권에 거대한 열기구를 올려서 목표를 달성했다. 


둘째, 서로 상충하는 제약을 제시한다. 동시에 달성하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들이 있다.


Toyota는 더 빠르고, 가볍고, 그리고 연료효율이 높은 럭셔리 세단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 기능들은 지금까지 서로 배치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속도를 올리기 위해선 더 크고 무거운 엔진이 필요하며, 동력을 유지하면서 가볍게 하려면 럭셔리 세단의 주요 기능들을 덜어내야만 했다. 결국은 수십 번의 시도를 거쳐 그 전에 없던 알류미늄 엔진을 개발했다. 속도와 연료 효율을 높이고, 럭셔리 기능들을 유지하면서 차의 무게는 55kg 줄였다.


셋째, 허용되지 않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가능한 옵션들이 다양하게 산재해 있을 때 이 제약이 효과를 발휘한다. 


MIT는 Covid 19 상황에도 2020년 가을학기에 학생들을 캠퍼스로 복귀시키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했다. 처음에는 모든 옵션이 다 열려 있었다. 수많은 다양한 옵션들 중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그만큼 고되고 느린 작업이었다. 


MIT는 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하나의 상황은 수용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2021년에 졸업 예정인 학생들이 졸업을 못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 상황은 어떤 학생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만들었다. 이 학생들이 캠퍼스에 나오는 것을 전제로 다른 학생들은 얼마나 추가로 나올 수 있는지 계산함으로써 신속하게 대응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결과물과 시간 제약이 합쳐지면"


Covid 19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명확한 결과물과 함께 최대한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시간에 대한 압박도 주어졌다. 일반적인 규정과 테스트 프로토콜로는 불가능했던 백신이 불과 1년만에 만들어졌다.


요컨대 예산(budget)과 리스크(risk)에 대한 제약은 혁신을 촉발 시키기 보다는 혁신 활동 자체를 제한할 수 있다. 이보다는 결과물(outcome)과 시간(time)에 대한 제약이 근본을 뒤집는 혁신에 효과적이다.


Source: Fiona Murray, Elsbeth Johnson (Apr 2021), "Innovation Starts with Defining the Right Constraints",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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