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해야 할 2개의 질문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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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일 토요일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해야 할 2개의 질문

지금껏 받은 교육 과정들은 경영자들에게 하나의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


잘 짜인 문제(well-framed problem)를 신속하게 푸는 게 유능한 것처럼 보인다.


수학 시험이든 물리학 시험이든, 사전에 잘 정의되고 풀릴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은 훨씬 더 모호하다. 심지어 풀릴 수 있는 문제인지조차 알 수 없다.


겉 똑똑이처럼, 당장 눈앞에 드러난 문제를 손쉽게 분석하고 재빠른 의사결정을 보여주기 전에 전략 입안자는 두 가지 질문을 곰곰이 떠올려야 한다.


"지금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가? Is there a problem to be solved?"


많은 회사에서 인식 부족이나 시급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략 수립 활동이 지체된다. 


당장의 경영 성과와 운영 활동에 위협이 되지 안으면 명백한 위협(obvious threat)으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선 지금 적시에 풀어야 할 도전 과제를 인식조차 못한다.


이는 일상적인 재무 지표들, 예컨대 매출액, 성장률, 수익률, 그리고 생산성 수치들에 의해 강화된다. 이들은 과거 성과를 보여주는 후행 지표들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역동적인 경영 환경에선 현재의 성공과 미래의 성공 사이에 연관성이 갈수록 약화된다. 오히려 현재의 안정적 수익성은 미래 성장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될 수도 있다.


회사나 경영자가 지니는 현실 인식과 마음가짐은 무척이나 접착력이 강해서, 이를 깨려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경영자가 인지하는 현재의 사업모델이나 사업이 운영되어야 하는 방식은 명백한 사실(facts)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는 하나의 선택(choice)에 불과하다. 언제나 다른 대안들이 존재한다.


지금껏 해오던 현실에 대한 안주와 무감각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의 성공을 뒷받침했던 숨은 가정들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사고와 행동 방식을 당연한 것처럼 수동적으로 답습하면, 무사안일과 편안한 동의에 젖어들 수 있다. 


Jeff Bezos는 Amazon도 어느 날 갑자기 실패할 수 있다며, 첫 날(Day one)의 겸손함과 굶주림을 늘 유지하라고 독려한다. 어떤 회사는 현재 제기되는 전략과 여러 제안들을 뒤집어 보고 챌린지하는 레드팀(Red Team)을 상시적으로 운영한다. 어떤 CEO들은 조직내 비판자들과 회의주의자들을 의도적으로 방어해준다. 


이런 의도적인 노력이 결여되면, 전략 수립 과정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하나의 의식처럼 일상화된다. 그저 재무 계획을 취합해 단순히 조율하고, 성과 목표를 적당히 협의하고 조율하는 선에서 그친다. 


이런 일상화된 안주에서 탈피하고,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야를 갖추지 못하면 경영자는 지금 현재 시급하고 중대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 자체를 식별할 수 없다. 지금은 그저 흘러가면서, 그렇게 상황이 눈에 보이게 악화된 이후 에야 뒤늦은 기획과 대응이 이루어지게 된다.


"어떤 종류의 문제인가? What sort of problem is it?"


문제를 풀기 위해선, 먼저 문제의 프레임을 짜는 작업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문제들은 초기엔 부정확하게 파악되는 경우가 많아 전략 수립 과정에서 종종 문제의 틀을 반복적으로 정교화 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초기(initial) 문제의 프레임이 고정된 최종(eventual) 프레임인양 문제를 다루어선 안된다. 반복적인 시도를 통해 더 적합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더 나은 프레임을 도출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문제의 프레임을 제대로 짜는 것과 같다. 예컨대, 미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해결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물들은 제거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풀어야 할 문제가 간단해진다. 


그런데 전략 수립을 위한 여러 도구와 기법들에 친숙한 경영자는 문제의 프레임을 정교화하고, 그 이후에 어떤 도구를 선택하는 게 적절한지 숙고하기도 전에, 눈에 익숙한 연장 하나를 들고 바로 답을 제시하려는 충동에 빠져든다. 문제 프레임 보다 입이 먼저 튀어 나온다. 


물론 문제를 프레임(problem frame) 하는 것과 문제를 푸는 것(problem solving) 차이에는 투입되는 시간의 트레이드 오프가 있다. 


하지만 문제 프레임을 정교화하는 것에 더 공을 들이면, 제대로 된 문제(right problem)를 풀 수 있고, 게다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프레임이 잘못 짜여서 풀 수 없는 문제를 풀려고 하거나, 잘못된 문제(wrong problem)를 능숙하게 푸는 건 결국 낭비를 초래하고 결과에 대한 당혹감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85%의 회사들은 이런 문제의 프레임화에 서툴다. 컨설팅회사 BCG에 따르면, 10개 주요 산업 섹터에 포함된 120개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수립 과정을 살펴보니, 시시각각 변화하고 기존과 다른 경영 환경이 단절적으로 진행되며 경쟁 및 문제의 본질 자체가 변동하는 와중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경영환경에 잘 맞춰진 전략 수립 프로세스를 여전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전략은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전략이라고 하면 직면한 경영환경이나 특정 이슈에 대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게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것일까? 이러한 사고법 자체에 대해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것도 전략이다. 


요컨대, 눈 앞에 도출된 문제를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푸는 것은 전략적인 사고가 아니다. 문제를 풀기 전에, 문제의 본질을 숙고하고 문제를 푸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찾아낸 해결책은 더욱 경제적이며, 현실에서도 더 적합하고 강건한 솔루션으로 작동할 수 있다. 


Source: Martin Reeves, Annelies O’Dea (June 2022), "Two Questions to Ask Before Setting Your Strategy",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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