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리더는 마치 장기 전략의 나침반을 품고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들은 모든 선택이 계획된 듯 정교하고, 목표 도달 시점까지도 계산된 듯 정밀하다. 반면 어떤 리더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그대로 읽는다. 제품은 타이밍 좋게 출시되고, 메시지는 시대 흐름과 조화를 이룬다. 두 리더십 모두 성공적인 듯 보이지만, 이 두 가지 방식은 서로 다른 리스크를 품고 있다.
집중력을 지나치게 신봉하면, 결국 도달한 목적지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진 장소일 수 있다. 반대로 유연함에만 의존하면 전략이 시시각각 바뀌며 중심을 잃는다. 제품은 많지만, 핵심은 없고, 메시지는 반응형이지만 일관성이 없다.
이런 긴장감은 실제 산업의 진화 속에서도 반복돼 왔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서 이 균형의 실체를 살펴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워터폴’ 방식이 대세였다. 치밀하게 짜인 로드맵에 따라 연간 단위의 메이저 릴리즈, 분기 단위의 업데이트, 월별 기능 추가, 주간 버그 수정이 정례화됐다.
하지만 시장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이 구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애자일’ 방식이었다. 실시간 피드백, 빠른 릴리즈, 유연한 의사결정이 특징이다. 개발자뿐 아니라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반복 학습했다.
이러한 개발 방식의 진화는 리더십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오늘날 기업 문화 안에서도 워터폴 스타일과 애자일 스타일이 경쟁하고 있다. 각각의 강점과 약점이 공존하며, 지금의 리더는 더 이상 어느 한쪽에만 기대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당신의 리더십은 어느 쪽에 기울어 있는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구조와 계획 중심으로 움직이는 워터폴형인지, 아니면 순간의 흐름과 피드백을 중시하는 애자일형인지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건 성격 진단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로서 얼마나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예를 들어 워터폴 성향이 강한 리더는 전략과 방향성을 중시한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나 사용자 피드백을 무시하면,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반면 애자일 중심 리더는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하지만, 방향 없는 변화는 조직에 피로와 혼란만 안겨준다.
한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마케팅 리더는 여섯 달간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준비했지만, 막판에 오퍼레이션 팀의 반대로 멈춰야 했다. 그 팀은 더 빠르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양쪽 모두 옳았지만 방식이 달랐다. 결국 이들은 두 제안을 절충해 실행했다. 워터폴과 애자일의 충돌은 어느 조직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쪽을 무시하지 않고, 상호 보완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가진 성향을 기반으로 균형을 설계해야 한다. 변화에 반응하되, 목표는 잊지 않는 것. 흔들리되 중심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조직 문화는 리더의 그림자이다."
조직 문화는 단지 분위기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로 그 편향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리더의 스타일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리더가 구조적이면 조직도 보고 체계를 강조하고, 리더가 유연하면 구성원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하지만 문화가 한쪽으로만 기울 때, 조직은 심각한 리스크를 안게 된다. 애자일 중심 문화는 창의력과 속도를 장점으로 하지만, 방향 없는 실행이 반복되면 전략 부재 상태에 빠지기 쉽다. 반대로 워터폴 조직은 질서와 명확한 목표가 장점이지만, 변화에 둔감해지면 혁신은 정체된다.
Boeing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위계적이며 느린 의사결정 구조는 반복된 안전 경고를 무시하게 만들었고, 결국 737 MAX 이슈로 이어졌다. 반면, Netflix는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한 대표적인 예다. 우편 기반 DVD 렌탈에서 스트리밍으로, 그리고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각 전환 지점마다 애자일한 판단과 워터폴식 실행이 균형을 이뤘다.
좋은 리더는 자신의 스타일만이 아닌, 조직 전체가 가진 기본 성향을 인식하고 그 편향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는 리더의 그림자다. 그것이 조직의 힘이 될 수도,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비전과 실행을 연결하는 리더십"
오늘날 뛰어난 리더들은 장기 전략과 실시간 피드백을 동시에 껴안는다. 방향 없는 민첩성은 혼란스럽고, 유연성 없는 전략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중요한 것은 ‘둘 다’ 갖추는 것이다.
2024년 한 연구에 따르면 애자일 리더십은 팀의 협업, 혁신,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장기적인 비전을 버리고 실시간 대응에만 몰입하면 지속 가능성이 약해진다. New Balance는 이 균형의 모범 사례다. 미국 내 제조시설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에 맞춘 브랜드 전략을 동시에 전개해 2023년에만 65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한 CMO는 자신의 전략을 ‘글로컬(글로벌+로컬)’이라고 표현한다. 브랜드의 일관된 정체성은 지키되, 지역 시장의 트렌드와 정서를 반영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리더십은 멀리 보면서도 눈앞을 놓치지 않는 능력이다. 단기 실행과 장기 전략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어야 진정한 성장을 가능하다.
"같은 생각만 하는 팀은 위험하다."
리더는 자신의 편향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해줄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인지적 폐쇄 욕구(Need for Closure)’라는 개념으로 사람의 사고 경향을 측정한다. 빠른 결론을 선호하면 애자일형, 신중한 숙고를 선호하면 워터폴형이다.
조직의 문제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로만 채워졌을 때 생긴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팀은 근시안적 결정을 반복하고, 지나치게 숙고하는 팀은 실행을 미루다 기회를 놓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팀 안에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인재를 고르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반응이 강한 팀에는 숙고를 강조하는 프레임이, 느린 팀에는 강제 마감일 같은 자극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리더 스스로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팀원을 곁에 둘 용기를 갖는 것이다. 그들의 질문과 반론은 리더가 인식하지 못한 전제를 드러나게 만들고, 생각의 빈틈을 채워준다. 전략이 진짜 전략이 되려면 비판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균형 잡힌 팀은 그렇게 탄생한다.
"리더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이끌 수 없다."
진짜 리더는 애자일과 워터폴 사이에서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둘 사이를 의도적으로 ‘조율’하는 사람이다. 속도와 방향의 균형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빠르기만 하면 지치고, 방향만 고수하면 도태된다.
지금 이 순간, 리더는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어느 쪽에 더 치우쳐 있는가? 나의 편향을 균형 잡아줄 팀원과 피드백 루프는 존재하는가?
리더십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언제 속도를 내고, 언제 멈춰서며, 어떻게 조직을 그 속도로 함께 이끌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감각이 핵심이다.
Source: Art Markman, Michel Koopman (Jun 27, 2025), "Why the best leaders embrace both ‘agile’ and ‘waterfall’ thinking.", Fast Company. (ChatGPT 활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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