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여, 조직도를 만지작거린다고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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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0

리더여, 조직도를 만지작거린다고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다.

조직을 다시 설계할 때 많은 리더가 먼저 구조를 바꾼다. 조직도의 박스와 선을 재배열하면 책임이 선명해지고 전략 실행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신 연구가 보여주듯 구조는 지속적 가치 창출의 일부에 불과하다. 조직도를 변경했지만 핵심 프로세스와 행동을 방치하면, 초기의 개선 효과는 순식간에 되돌아온다. 보고 라인은 바뀌었는데 업무 흐름은 기능 중심 그대로이고, 관리자는 우선순위와 무관한 브리핑으로 하루를 보낸다. 쓸모보다 양이 우선인 보고 문화, 우선순위와 무관한 회의가 일상을 잠식한다. 데이터는 스프레드시트와 사일로에 갇혀 확장 가능한 효율을 막는다. 경영진의 3분의 2가 자사 조직이 과도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치는 '누가'가 아니라 '어떻게'에서 발생한다."


전략은 A에서 B로 가는 가장 짧고 확실한 경로를 찾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순해 보이는 이 과제가 가장 어렵다. 이유는 명확하다. 구조는 권한을 재배치하지만, 가치는 흐름에서만 발생한다.


문제의 본질은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잇는 운영 모델에 있다. 구조는 ‘누가’의 문제이고, 운영 모델은 ‘어떻게’의 문제이다. 가치는 ‘어떻게’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운영 모델을 가치에 맞게 조직한다는 것은 사람과 프로세스를 끊김 없이 통합하는 일이다. 회의와 승인, 보고와 예산, 제품개발과 영업계획이 전략과 한 몸처럼 맞물릴 때만 속도와 품질이 동시에 오른다. 


구조 중심 재설계가 단기 호흡이라면, 프로세스 중심 재설계는 체질을 바꾸는 장기 개입이다. 조직도는 새로워졌는데 일하는 방식이 낡았다면, 우리는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다. 조직 변화의 첫걸음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책임은 옆으로 확장될 때 힘을 갖는다."


조직이 느려지는 이유는 리소스 부족보다 마찰 때문이다. 전략기획, 예산, 성과점검 같은 횡단 프로세스가 경영과 관리 인력의 시간을 거대하게 집어삼키지만, 이 시간의 가치 기여도는 충분히 측정되지 않는다. 


가치 창출 책임이 최고경영층과 본부장에게만 머물면 조직은 쉽게 흔들린다. 전략기획, 예산, 성과점검 같은 횡단 프로세스가 경영·간접 인력의 40~65% 시간을 삼키는 동안, 실제로 어디에서 가치가 만들어지고 누가 책임지는지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평행 조직, 불필요한 복잡성, 전략적 자원배분의 실종, 중복된 거버넌스, 파편화된 데이터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소매기업은 본사 관점에서 간접비를 일괄 삭감했다가 핵심 채널의 소비자 활성화가 꺾이며 점유율을 잃었다. 의사결정 권한이 가치 흐름과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소비재 기업은 제품개발을 가치 사슬 기준으로 재정의했다. 연구개발, 생산, 조달이 한 화면에서 같은 정의의 데이터를 보고, 동일한 KPI와 의사결정 포인트로 움직이도록 엮었다. 그 결과 시장 출시 속도가 1.5배 빨라졌고, 직원 몰입도가 동반 상승했다. 


책임은 보고선 위에만 세우면 약하고, 가치 흐름을 따라 옆으로 퍼지게 설계해야 강하다. 회의가 많아서 느린 것이 아니라, 책임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느린 것이다. 가치에 맞춘 책임 배치는 중복을 걷어내고, 재검토와 재승인을 줄이며, 결정을 한 번에 끝내는 힘을 만든다.



"조직내 사일로가 조직을 망친다."


많은 조직에서 가치 창출 책임은 조직도 상의 수직선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기능과 부서를 가로지르는 ‘수평 흐름’에서 만들어진다. 이 수평 흐름에서 간극과 마찰이 발생하면 성과와 효율 모두 흔들린다.


사람은 측정되는 대로 행동한다. 기능 목표로 보상과 승진이 결정되면, 각 부서는 자신이 통제 가능한 지표를 최적화하고 타 부서의 병목을 실패의 핑계로 삼게 된다. 모든 부서가 자신들의 관점에서 현실을 말하게 되고, 공통의 진실은 사라진다. 그 결과 개별 부서의 입장에서 방어적 사고를 하고 과거 업무 행태를 유지하게 된다. 자연히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실험하는 태도는 약해진다. "우리 vs. 그들"의 심리가 고착화되고 조직 변화의 장벽이 된다.



"일의 흐름을 바꾸는 네 가지 레버, 제거·동기화·단순화·자동화"


처음부터 끝까지의 end-to-end 프로세스 최적화는 특정 부서의 효율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실행 품질을 바꿀 수 있다.


첫째, 제거는 결정을 방해하는 군더더기를 없애는 일이다. 의사결정자가 아닌 참석자는 과감히 줄이고, 겹치는 회의와 리포트를 통폐합 한다. 분기 예측으로도 충분하다면 월별 의례는 의미가 없다.


둘째, 동기화는 정보의 시간차와 단절을 줄이는 일이다. 시장 리뷰 데이터가 지역과 본사에 전달되는 시간 격차를 줄이고, 기능·사업부·본사 간 흐름을 하나의 달력으로 박자를 맞춘다.


셋째, 단순화는 의사결정에 무관한 입출력을 정리하는 일이다. 50페이지가 넘는 월별 리뷰는 행동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들이게 한다. 필요한 지표와 권장 행동을 한 장으로 요약할 때 결정이 빨라진다. 


넷째, 자동화는 수작업 보고를 디지털 워크플로로 치환해, 재무·수요·공급·마케팅의 데이터 흐름을 하나의 파이프에 연결하는 일이다. 상위 기업은 이미 생성형 AI와 고급 분석을 얹어 예측과 판단 업무까지도 보조한다. 



"변화는 보이는 것부터 시작될 때 신뢰를 얻는다."


한 글로벌 의류기업은 프로세스 진단 후 월례 회의를 분기 체계로 전환해 4주 만에 시행했다. 한 유럽 리테일러는 15개 거버넌스 보드의 참석자를 일주일 만에 60% 줄였다. 이런 초기 승리는 모멘텀을 만든다. 


중장기적으로는 각 워크플로의 사업 임팩트를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제품개발 흐름을 최적화하는 일이 핵심이다. 제품–시장 적합성을 높이고, 혁신 속도를 끌어올리며, 수명주기를 NPV 기준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다른 기업은 제품 디자인, 수요·공급 계획, 재무 계획까지 하나의 통합 계획 체계로 묶어 판매·운영계획을 통합 비즈니스 플래닝으로 성숙시킨다. 또 다른 글로벌 소비재 기업은 회의·보고 사이클을 줄여 1년 내 업무량을 15% 이상 감축하고, 그 시간을 전략 우선순위에 재투자했다. 변화가 진짜라는 증거는 조직도가 아니라 달력과 대시보드에서 드러난다. 회의가 줄고, 보고서가 얇아지고, 결정과 실행의 간극이 좁아질 때 사람들은 믿는다. 


조직 재설계의 원칙은 단순하다. 전략을 향한 가장 짧고 확실한 길을 설계하고, 그 길 위의 마찰을 제거하며, 학습으로 길을 다듬는 것이다.



"구조는 조연일뿐, 주연은 일하는 방식이다."


과감한 구조조정 없이도 프로세스와 의사결정을 가치에 맞춰 정렬하면 속도는 빨라지고 품질은 높아진다. 시장 출시가 단순화로 가속되고, 불필요한 회의가 줄며, 더 빠르고 나은 결정이 가능해진다. 직원 몰입과 성과관리의 품질이 올라가 장기적 조직 건강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엔드투엔드 최적화는 ‘한 회사’라는 정체성을 강화한다. 기능과 시장의 경계를 넘어 함께 일하는 경험이 누적될 때, 파트너십과 생태계로 확장되는 협업 역량이 생긴다. 


오늘의 변동성 높은 환경에서 운영 모델은 전략의 그림자가 아니라 전략 그 자체의 일부이다. 일하는 방식을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면,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시간을 전략적 목표에 재배분할 수 있다. 구조는 이 정렬을 돕는 받침대일 뿐이며, 주인공은 늘 일의 흐름이다. 


결국 질문은 “조직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아니라 “전략적 목표로 가는 길을 어떻게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조직도는 시작이 아니라 결과이다.


Source: Dana Maor, Patrick Guggenberger with Alina Holzer (27 Aug 2025), "Want to break the productivity ceiling? Rethink the way work gets done", McKinsey (ChatGPT 활용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