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그마, 경영혁신 활동의 발전 단계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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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1일 토요일

6시그마, 경영혁신 활동의 발전 단계

과거와 다른 성과를 꿈꾸는 기업들은 그만큼 부단한 개선과 변화관리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기업들을 위한 경영혁신 로드맵을 6시그마 경영을 통해 살펴본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55년에 45년이었던 평균 존속 연도가 2005년에는 평균 15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기업은 지난 65년부터 95년까지 100대 기업으로 남아있는 업체가 16개사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내부 업무 효율화를 위해 프로세스 개선과 같은 경영혁신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회사만이 영속적인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혁신 기법들이 각 시대별 경영 환경을 반영하면서 새롭게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일본 따라잡기 노력의 일환으로 일련의 혁신 기법들이 시도되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6시그마 경영이 두드러지게 확산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6시그마의 개념 및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고 기존 6시그마 활동에서 한 차원 도약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다루어야 하는 전략적 이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개선과 혁신의 원동력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개념의 주창자인 마이클 해머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운영 혁신(Operational Innovation)이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와 지속적인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운영혁신을 운영 개선(Operational Improvement)이나 탁월한 운영 능력(Operational Excellence)과는 차별화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존의 개념들이 현재 주어진 시스템 내에서 품질(Quality)과 비용(Cost), 납기(Delivery) 측면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면, 운영 혁신은 기존의 업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의 업무설계와 조직구조, 관리기능부터 성과측정과 보상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마이클 해머는 역설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6시그마 경영은 운영개선과 운영혁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거나 품질을 향상시키는 활동만으로는 제한적이며 전사 차원의 프로세스 혁신과 개선 활동이 요구된다. 6시그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총체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근본 목표로 하며 제품개발 및 생산, 고객관리 등 전 영역에 걸쳐 포괄적인 혁신 활동을 추구한다. 요컨대, 6시그마는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운영적 변화(Operational Change)와 조직 전반에서 일어나는 더욱 근본적인 혁신적 변화(Transformational Change)를 동시에 추구한다.
 
6시그마 경영의 확산

6시그마는 1980년대에 모토롤라가 생산현장에서의 품질개선 및 불량률 감소를 목표로 추진하였다. 이후 1990년들어 GE는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수익제고 및 비용절감을 위해 6시그마를 추진하였으며 방법론도 더욱 체계화시켰다. 미국에서는 현재 다섯 기업 중 한 기업이 6시그마 적용을 고려 중이며 모토롤라와 GE의 성공 이후에도 BoA, Ford, Xerox, NBC 등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6시그마는 일시적인 추세가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도입 확산되고 있으며, Dow Jones 산업 지수 30대 대표 기업 중 63% 기업이 비즈니스 변화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론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에 LG전자와 삼성SDI가 최초로 도입하였다. 이후 6시그마는 제조업체 이외에 건설, 금융, IT산업, 병원, 그리고 행정기관에 이르기까지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전사적인 경영혁신 방법론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6시그마를 도입하지 않았던 SK그룹도 기존의 경영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을 필두로 단계적으로 계열사에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6시그마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다양한 산업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품질 혁신 활동이 제조 공정에만 국한되었다면 6시그마는 개선 대상이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개선할 수 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일도 모두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며, 따라서 6시그마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유통, 서비스, 정부 및 공공기관에도 다양하게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6시그마 추진상의 이슈

6시그마 경영의 확산과 전반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6시그마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당면하게 되는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 조사된 국내 6시그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6시그마 활동이 지금까지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문제해결에 주력하여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 목표와의 연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제 선정의 구체적인 절차와 검토 과정이 정립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과제 선정이 부서별로 할당되어 이루어짐으로써 전사 전략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즉, 6시그마를 통해 품질이 개선되고 비용은 절감되지만 기업의 전략적 목표 달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문제 해결에만 주력하여 기업문화, 조직 구조 등 전사적인 경영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미흡하다. 또한 기존 프로세스가 기본적으로 올바르게 설계되었다는 가정에서 프로세스 개선과 최적화를 추구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프로세스 혁신은 취약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자사의 6시그마 경영 수준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기존에 6시그마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6시그마 컴퍼니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별 로드맵에서 자사의 현수준을 파악하고 각각의 단계별로 제기될 수 있는 6시그마 추진상의 이슈를 극복해나가면서 새로운 도약을 추구해야 한다.
 
6시그마 컴퍼니로 가기 위한 전략적 로드맵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IBM BCS(前 PwC Consulting)는 6시그마 성숙도를 5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그림> 참조).
첫번째는 미조직(Unorganized) 단계로 혁신 추진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경영진의 주도에 의해 전사적으로 혁신활동을 추진한 경험이 없고 일시적 유행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아 혁신의 방향과 정책이 일관되지 않은 상황이다.

두번째는 수행(Performed) 단계로 개별과제 중심으로 혁신이 진행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6시그마 방법론에 따라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하지만, 현장 문제 해결에 한정된다. 과제의 선정과 추진이 개별 부서 관점에서 진행되어 고객을 위한 프로세스 관점의 과제를 통합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

세번째는 체계화(Disciplined) 단계로 6시그마 활동을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일관성있게 추진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전사 전략적 차원에서 이슈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운영적 차원의 실무 추진 과제를 선정한다. 최고 경영진의 주도로 임원, 관리자, 직원 등 전계층의 참여가 이루어지며 제도적인 지원과 인재 육성 기반이 전사 차원에서 구축된다.

네번째는 통합(Integrated) 단계로 6시그마가 과제 해결 도구에서 전사 변혁 도구로 확대된다. 시장과 기술의 동향을 감지하고 상품을 기획하는 마케팅 기능이 활성화되며 신제품 개발 수요, 고객의 요구사항 등을 정기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다. 프로세스 관리시스템을 통해 과제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며, 과제추진 결과가 사업목표와 고객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고하게 된다.

다섯번째는 비전(Visionary) 단계로 개선된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의 목표(Stretch Goal)를 설정하고 지속적인 혁신문화를 형성하는 단계이다. 비전 단계에서는 6시그마를 통해 보유한 스킬, 경험, 지식이 전사적으로 공유되고 자발적으로 비공식적인 소규모 연구집단 활동이 활성화된다.
 
국내 추진 기업에의 시사점

본 고에 제시한 로드맵은 6시그마 경영이 심화되는 수준을 개념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 단계를 거쳐야만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는 선형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표> 참조).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단계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6시그마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체계화(Disciplined)와 통합(Integrated) 단계 사이에 처해 있다. 6시그마 추진에 실패하거나 또는 초기에 성과를 거두다가 그 성과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는 때도 대부분 체계화에서 통합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체계화(Disciplined)단계까지는 6시그마 방법론을 개별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활용하는 수준이지만, 통합(Integrated)단계 이후부터는 단순한 과제 해결이 아니라 조직 구조 및 전사 업무 프로세스를 변형시키는 수준으로 6시그마 추진이 고도화된다. 6시그마의 기능이 과제 지원(Enabler)에서 조직 변혁(Transformer)으로 심화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지금까지 운영개선(Operational Improvement)과 운영적 변화(Operational Change)에 초점을 맞추어 6시그마를 추진해왔다면 통합단계부터는 운영혁신(Operational Innovation)과 혁신적 변화(Transformational Change)에 중점을 두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6시그마 경영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

MIT 경영대학원에서 발행하는Sloan Management Review 2002년 겨울호에서는 6시그마 추진상의 주요 이슈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대부분의 6시그마 과제가 개별 부서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과제의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큰 성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둘째, 6시그마 과제는 전사 전략과 잘 연계되지 않는다. 개별과제의 성과는 의미가 있지만 과제들의 성과를 종합해도 전사적인 목표달성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셋째, 조직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6시그마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런 세 가지의 한계점은 6시그마 활동을 조직에 빠른 시일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초기에 단기 성과 위주로 추진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통합단계에서 이루어지며 통합단계에서의 극복 여부가 6시그마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통합단계의 주된 포인트는 과제의 선정-실행-결과(Feedback)의 통합이다. 즉 전사 전략과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과제를 선정하고 과제 추진시에는 6시그마 이외에 린(Lean) 생산방식, 공급망 관리모델(SCOR), 제약이론(TOC) 등 다른 혁신도구와 상호통합하여 추진한다. 과제 수행 후에는 실행 결과가 전략목표와 고객만족도에 기여했는지를 파악하고 다음 혁신활동에 반영한다. 체계화단계에서도 전사 전략에서 과제를 도출하지만, 실행결과가 피드백되는 순환형태(Closed loop)와 6시그마와 다른 혁신기법들이 상호연계되는 형태를 띄지 못한다.

하니웰은 94년부터 전통적 6시그마와 여러가지 개선도구를 통합한 “6시그마 플러스(Six Sigma Plus)”를 통해 생산성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하니웰은 6시그마를 토대로 전사적 자원관리(ERP), 린(Lean) 생산방식 등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듀폰은 99년부터 6시그마 활동을 추진해왔으며 04년부터는 기존의 6시그마 활동을 넘어 경영전략 수립에서부터 실행, 평가에 이르는 전부문에 6시그마를 연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6시그마와 Lean, SCM 등을 통합한 차세대 6시그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부단한 혁신 활동

기업문화의 혁신을 위해서는 가치의 내면화를 통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몰입이 필요하다. 조직의 핵심가치가 구성원들의 내면의식에 자리잡아야 기업문화를 의도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GE는 6시그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 20% 밖에 안되어도 전체 구성원들이 6시그마를 수행한다고 한다. 그만큼 6시그마 활동이 전직원의 업무 방식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다.

통합단계를 거친 기업들은 비전단계에서 조직문화의 변화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지식창출을 도모한다. 선진 기업들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여 종업원들의 도전의식을 일깨우고 기존의 업무 효율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례로, LG전자의 김쌍수 부회장은 “5% 생산성 향상은 어려워도 30%는 가능하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5% 향상을 목표로 삼으면 기존의 틀 안에서 부분적 개선이 시도되지만 30% 목표를 설정하면 기존의 사고 체계를 폐기하고 새 방법론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신과 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6시그마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6시그마 경영이 심화되어가는 로드맵을 인식하고 각 단계별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과 대처해야 하는 이슈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똑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꿈꾸는 것을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하였다. 기존과 다른 혁신 성과를 꿈꾸는 기업들은 그만큼 부단한 개선 노력과 새로운 변화관리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6시그마 경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장강일. LG주간경제 200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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