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성장 기업의 성공 비결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장강일의 경영전문블로그입니다.

2015년 4월 11일 토요일

한국의 고성장 기업의 성공 비결

지속적인 고성장은 모든 기업들의 꿈이다. 그러나 수많은 기업들이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심지어 생존 조차 달성하지 못한 채 아련한 기억 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본고에서는 매출총이익을 기준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고성장 기업 8개사를 선정하고, 이들 기업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성장은 기업의 영속성과 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 끊임없는 성장을 구가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속적인 고성장은 모든 기업들의 꿈이다. 그러나 수많은 기업들이 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성장이 둔화하거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1955년에 포춘 500대 기업에 들었던 미국 기업들 중에 1994년까지 생존한 기업은 160개였다. 한국의 경우에도 1965년 매출액 100위에 들었던 기업 중에 2004년까지 존속한 기업은 겨우 12개에 불과하다. 이렇게 초우량 기업으로 손 꼽히던 회사들도 성장은 커녕 생존도 달성하지 못하고 아련한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생존 자체에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성장을 논하는 것은 자칫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생존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점이 바로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때이다. 기업 활동의 지속과 성장은 양자택일의 선택이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획득될 수 있다. 기업들의 낮은 수명 역시 성장 추구 활동의 부진함에서 기인한다. 근근이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는 오랜 수명을 유지할 수 없고 적정 수준의 활동과 움직임을 유지할 때에 장수와 건강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람과 기업이 매한가지이다.

마이클 트레이시는 그의 저서 ‘고성장 엔진을 가동하라(Double-digit Growth, 2003)’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성장 마비 증세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현 상태에 안주하며 두 자릿수 성장을 복권에 당첨되듯 순전히 운이 좋아서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이란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며 성장은 성공을 위한 선택이고 성장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위한 선택이라고 역설한다.

새로운 성장에 대한 기대로 푸른 초원과 바다를 찾아 나서는 기업들에게 주위에서 실제 고성장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본 고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사례를 통해 고성장 기업의 조건을 살펴본다.

고성장의 5가지 원칙

마이클 트레이시는 약 130 여 개 기업들의 성장 패턴 분석을 통해 5가지 고성장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표 1> 참조). 이 성장 원칙들은 새롭다기 보다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전략적 행동을 고성장 추구라는 개념에서 통합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고성장 기업의 조건 중 기존 고객의 유지와 시장 점유율의 확대는 기업이 속한 산업 내부에서 고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는 고객과 시장 점유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성장을 향한 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리스크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고객 기반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통해 내부적인 성장 토대가 마련되었다면 고성장을 위한 기본이 마련된 셈이다. 그 다음부터는 지속적인 고성장을 위해 내부적인 성장 동력 확보 이외에 신시장, 신사업 진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나 가능성 만으로 고성장이 달성되지 않는다. 정말 푸른 초원으로 가는 길인지, 내가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경쟁사와 경쟁할만한 기술과 재원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적어도 진출하는 시장에서 평균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과 다른 완전히 새롭고 이질적인 사업을 추진할수록 열정 보다는 이성적인 판단과 단순 명료한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이른바 블루오션 역시 뜨거운 가슴 보다는 차가운 머리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고성장 기업의 조건

마이클 트레이시의 분석 방법론을 적용하여 국내 고성장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 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을 살펴 보았다. 고성장 기업의 선정 기준으로는 매출총이익을 적용하였다. 일반적으로 성장을 측정할 때에는 매출과 순이익이 많이 활용되는데 매출총이익은 이 두 가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재료비와 노무비, 제조경비 등 제품 제조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매출 원가를 차감한 것으로 기업의 영업수익의 원천이며 기업이 고객을 위해 생산하는 가치의 직접적인 측정기준이다. 마이클 트레이시 역시 기업의 성장을 평가하는 잣대로 매출총이익을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04년 매출액 규모가 5,000억 이상인 국내 상장사 126개 중에 2000년에서 2004년까지 매출총이익 성장율이 20%가 넘는 기업 25개사를 1차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해당 기업들 중에 IMF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2000년 시점에 매출총이익 실적이 급격히 떨어져 성장률이 과다 계상된 기업들과 지난 5년 동안 매출총이익이 전년 대비 3회 이상 감소한 기업들은 분석의 정확성을 저하시키는 표본으로 간주하여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마지막으로 산업 평균 성장률 대비 자사의 성장률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회사도 성숙 또는 과점화된 산업 특성에 기반한 성장으로 인식하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렇게 최종으로 선정된 기업은 대한해운, 신세계 등 총 8개이다(<표 2> 참조).

분석 과정에서 살펴보면, 특정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표적인 산업은 ‘제철 및 제강업’으로 산업 평균 성장률이 20.79%에 이르렀다. 원유와 금속 등 과점 형태의 산업이거나 IMF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1차 산업의 매출총이익 성장률도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을 포함하지 않았고 일부 조건을 제한하기는 하였지만 국내 상장사 중에서 최종으로 포함된 기업이 8개에 불과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전체적인 저성장 기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종 선정된 기업들은 산업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이들의 성장 추진력이 산업의 평균적인 수익성에 제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들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고성장 기업의 조건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텃밭을 강화한다

고성장이라고 하면 덩치를 키우고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신규 사업은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으며 적지 않은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따라서 고성장의 첫 걸음은 기존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에서 굳건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객 유지와 시장 점유율이 성장 토대로 언급이 되는데 여기서 시장 점유율은 맹목적인 외형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가지 역량 강화를 통한 질적인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뛰어난 제품 품질, 둘째 저렴한 비용, 셋째 고객과 친밀한 관계 형성이다. 시장 점유율이라는 외형적 수치 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3가지 측면에서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성장을 위한 기본 텃밭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고성장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영속성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하는 원칙이다.

신세계는 크게 고마진의 상품을 취급하는 백화점 사업과 박리다매의 저마진 상품을 취급하는 이마트 부분으로 구분된다. 백화점 사업은 1990년대 후반 이후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상위 3개사의 과점적 형태로 운영이 되며 업계 내에서의 외형 경쟁 보다는 고급화와 차별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힘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반면에 1993년에 시작한 할인점 사업은 매년 30%에 가까운 고성장을 하고 있다. 2004년말 매출 기준으로 29.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며 외국의 대형 할인점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확고 부동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의 실적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 고객 지향의 서비스 등 주요 경쟁 역량의 우수성에 기반을 둔다. 가격 측면에서는 백화점과 함께 국내 최대의 할인점 점포를 보유하여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며 효율적인 점포 운영과 물류시스템 확보로 경쟁업체 대비 높은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품질에서는 야채, 쌀, 육류 등 10년 이상의 경험을 지닌 구매 담당자들이 전국에서 질 좋은 제품 구매를 전담하며 판매 상품도 3만 5천 여개로 경쟁사 대비 1만개 이상 많다. 서비스 역시 이마트 특유의 한국화된 쇼핑환경과 고객 대응으로 정평이 나있다.

신세계는 경기가 좋을 때는 백화점 사업에서, 침체될 때에는 할인점 사업에서 매출을 늘림으로써 안정적인 고정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양대 축이 유통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데 굳건한 성장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주변의 성장 시장을 공략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매년 성장이 제한적인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푸른 초원에 대한 동경은 가득하지만 실제는 도심의 정해진 구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기존 시장이 성장 추세에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규모가 제한적이고 저성장, 과잉 공급, 경쟁 심화의 징후가 보인다면 숨겨진 세분 시장을 찾아 내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접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인접 시장은 기존에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주변 시장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을 의미할 수 있다.

에스원은 1981년에 국내 최초로 시스템 경비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상업용 서비스에 이어 1996년부터는 가정용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지속적인 신규 사업 개척과 확장으로 사업 초기의 방범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고객에게 ‘안심’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보안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2001년을 기점으로 전통적 보안 경비 업체에서 디지털 보안 기업으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정보 시스템 영역 중에서도 보안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사업에 적극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통신 보안 사업과 스마트 카드 사업 등을 추진 중에 있다. 일련의 도청 사건을 계기로 통신 보안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도청 방지 및 탐지 장비 판매 등 관련 서비스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스마트 카드는 카드 안에 칩을 내장하여 출입과 방범 이외에 금융 등의 부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전자 태그(RFID) 등을 활용하여 유비쿼터스 관련 사업에서도 지속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렇듯 점진적인 인접 시장 확대와 관련 서비스 개발로 신사업 매출 비중을 꾸준히 확대시키며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팬택은 1991년 이동통신 단말기 부품 사업에서 시작하여 1994년에는 국내 최초로 무선 호출기 개발에 성공하였다. 1998년에는 주력 제품을 휴대폰으로 선정하고 2001년에는 현대전자의 휴대 전화 사업 부문인 현대 큐리텔을 인수하였다.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계열사인 큐리텔의 브랜드로 휴대폰 판매를 하고 있다. 2004년에는 지금까지 주력해왔던 제조업자 설계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ODM)에서 자체 브랜드 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시키고 시장 성장률이 높은 러시아, 멕시코, 이란 등 해외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브랜드 사업은 영업 이익률이 약 10%로 ODM 사업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2004년 현재 31% 수준이 브랜드 사업을 2006년까지 9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부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신규 시장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3세대 기술, 위성 DMB 제품 개발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매출 성장에 걸맞은 수익성 제고가 과제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브랜드 사업 추진과 인접 시장 개척을 통해 고성장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 성장 엔진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사업화한다

기존 사업을 조정하거나 인접 시장에서 수익성을 제고시키는 활동만으로 장기적인 수익원과 고성장을 확보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기존 산업의 테두리에 얽매인다면 새로운 도약을 하지 못하고 시장의 쇠퇴와 함께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은 운명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현대모비스는 IMF 외환위기 이후에 구조조정을 통해 탱크와 갤로퍼, 싼타모 등을 만들던 중장비 제조업체에서 자동차 종합 부품 업체로 변모하였다. 현대모비스의 매출 구조는 크게 모듈 및 핵심 부품 사업과 AS 부품 판매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AS 부품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성에 기반해 모듈 부문을 향후 성장 엔진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현대 기아차의 해외 진출에 맞추어 중국 등 해외 모듈 공장 설립에도 주력하고 있다. 중국 이외에도 미국과 슬로바키아, 인도 지역 등 새로운 성장 지역에 생산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 업체와 신차 모듈 생산 계약도 모색 중에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와 기아차의 지주 회사 격으로 부품 공급에 독점적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고수익을 달성하는 면도 있지만 차량 제조에서 부품 업체로, 그리고 모듈 전문 업체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발굴해내는 능력은 인정할 만하다. 고성장 기업은 현재의 안정적인 성장에 자족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여 성장을 재생산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끝없는 도전

고성장 기업들의 특성을 몇 개의 원칙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이 있다면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기존에 이룩한 성과에 결코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GE의 1등주의라고 하면 기존 시장 내에서 1등 혹은 2등을 추구하는 것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GE는 1등주의가 주어진 시장에 안주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는데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10X’ 운동을 이어나갔다. ‘10X’ 운동은 타깃 시장을 10배 더 넓게 재정의함으로써 GE의 시장 점유율을 1/10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의 경계를 새롭게 접근하도록 유도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에도 적극성을 띠게 하였다.

P&G는 자기 만족 리스크(Complacency Risk)를 관리하고 있다. 기업 성과가 좋은 경우 기업 목표를 상실하고 고객에 대한 이해를 소홀히 하거나 원가 상승에 무디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시장 리더로서 자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여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고객 유지와 시장 점유율 확보에만 머물지 않고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진정한 고성장을 원한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신성장 엔진 발굴이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영 활동으로 정착되어야 하며 경영진의 주요한 업무로 인식되어야 한다. 고성장은 기업의 실천 의지에 달려있다.



(장강일, LG주간경제 2005.08.15)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