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한다고 착각하는 경영자들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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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일요일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한다고 착각하는 경영자들

품질 관리의 대가인 미국의 통계학자 Edwards Deming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In God we trust. All others bring data.

"신이 아니라면,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라."

수많은 경영자들이 데이터 경영에 열중이다. 그런데 의사결정의 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데이터를 구하기 전에 의사결정의 맥락을 구조화(frame the decision context)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스킬은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익히려면 사회과학과 경영학에 대한 이해가 추가로 필요하다.

통계학은 불확실성(uncertainty) 하에서 의사결정 원칙을 다룬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문제의 맥락이 정해진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한다. 통상적으로 교수가 가설 및 조건을 사전에 정의해서 하나의 유일한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다.

"허울뿐인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많은 경영자들이 데이터를 보고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를 엄밀하게 살펴보면, 데이터 주도(data-driven)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데이터에 영감을 받은 정도(data-inspired)의 결정에 불과하다.

숫자의 호수에서 헤엄을 치지만, 결국은 정작 자신이 감정적으로 끌리는 곳으로 표류해 가서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데이터가 쓰이기는 하지만 데이터가 의사결정을 주도(drive)하지 못한다. 단지 의사결정자의 무의식적인 편견과 확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데이터를 찾은 다음에 골대를 옮기는 경영자"

어떤 경영자들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한 뒤에, 의사결정의 골대를 마음대로 옮겨버린다. 골을 차기 전에 골대의 위치는 미리 정해놓아야 하며, 이후에 바꾸고 싶은 유혹도 견뎌야 한다.

의사결정 기준을 정보를 찾기 전에 미리 확고하게 정해놔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가격 데이터를 알아보기 전에, 티켓에 지불할 최대 가격 기준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다.

의사결정 기준을 사전에 정해 놓지 않으면,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이미 경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선택을 강화하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떻게든 경영자가 원하는 결정을 진행할 거면서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기실 경영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렇게 행동한다.

"그래서... 탁월한 의사결정자는 어떻게 하는가?"

진정으로 데이터 주도(data-driven)의 의사결정을 하려면, 데이터 분석에 앞서 의사결정의 맥락(context)을 먼저 구조화해야 한다.

제일 먼저, 더 이상의 추가 데이터가 없다는 가정 하에, 현재 어떤 행동들을 선택할 수 있는지 숙고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취득한 정보 이외에 더 이상의 데이터가 주어지지 않고, 지금 당장 선택을 해야 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이런 질문을 통해 경영자는 지금 처한 비즈니스 문제와 그 답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가야 한다. 그런 고민 하에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의사결정 옵션(default action)들을 추려낸다.

그제서야 데이터 분석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곧장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게 아니다. 수집에 앞서, 앞으로 추가 데이터들이 들어올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사전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게 되면 시장 상황(various stages of the world)이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다. 각각의 시장 상황 별로, 어떤 옵션(default action)들이 최적의 선택인지 미리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시장 상황을 판가름할 수 있는 분석 지표를 미리 설정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석 지표가 어느 정도 강도로 나타나면, 어떤 시장 상황이 현실에 맞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정 시장 상황이 정해지면, 그 시장 상황에 맞는 옵션들을 실행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런 의사결정의 맥락(context)이 정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골대를 사후에 경영자가 임의적으로 변경하지 않을 때, 데이터 주도(data-driven)의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Source: Cassie Kozyrkov (June 2019), "The First Thing Great Decision Makers Do",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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