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참사에서 배우는, 리더의 의사결정 비결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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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4일 토요일

항공 참사에서 배우는, 리더의 의사결정 비결

주요 항공 참사의 원인은 사람의 과실(human error)이다. 특히 조종사의 의사결정 실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1970년대 NASA 항공안전워크솝에서 유래한 프로그램이 바로 CRM 이다. Crew Resource Management, 승무원 자원 관리.

"한 사람이 아니라, 팀이다."

CRM에서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조종실 내에서 계층은 평평해야 한다.
둘째, 모든 승무원들은 비행과 관련된 업무 흐름과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런 팀 기반의 접근법은 기장의 역할이나 지위를 훼손하기 위한 게 아니다. 오늘날 복잡한 항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한 사람만의 역량을 벗어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특히 긴급 상황에 처할수록, 조종실에 있는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15년에 민간항공사 조종사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장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승무원들의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기장이 혼자서 문제를 분석하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는 것 보다, 부기장들이 원활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승무원들이 긴급한 상황에서도 더 안정감 있게 행동했다.

그리고 Yes와 No의 단답형 질문 보다, 오픈형 질문을 나누는 기장들이 더 나은 성과를 발휘했다. "상황을 어떻게 봅니까? 어떤 옵션들이 있을까요? 어떤 게 좋을까요?"

반면에 단답형 질문을 나눈 부기장들은 단순히 기장의 의사결정을 그대로 컨펌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문제 상황에 대한 평가나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이 의사결정의 질을 가른다."

조직 문화와 조직 개발의 대가인 Ed Schein은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의 힘을 강조한다.

동료들을 의사결정의 파트너로 동등하게 대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고, 건설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정보 교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

독일과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있다. 이들은 민간항공사와 달리, 불안정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조사 대상자의 80% 이상이 부조종사가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개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노하우가 있었다. 상관인 주조종사가 먼저 의견을 제시하면, 부조종사는 이를 논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부조종사의 의견을 먼저 묻고, 주조종사의 상황인식이 부적절할 경우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유도한다.

아무리 경험이 많고 노련한 파일롯도 특정한 부분을 간과할 수 있고, 때로는 너무 서두르거나 또 집중력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안전한 작전 수행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협업(collaboration)이다.

"직원의 의견을 청하라(invite opinion)"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도록 훈련 받은 공군 조종사들도 당장 위험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이상, 주조종사가 묻기 전까지 대다수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위험스럽지 않은 의사결정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의견 교류가 중요한 이유이다.

CRM은 항공 상황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경영환경에서도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경영자는 상황을 인식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에 구성원들을 적극적인 자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조직내 의사결정 계층이 너무 가팔라서,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의견 개진하는 게 어렵고 두렵게 만들어선 안된다. 더불어 겸손한 질문처럼 의견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자신이 완벽히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구성원들의 생각을 묻는다고 해서 리더의 권위가 손상되지 않는다.

Source: Jan U. Hagen, Zhike Lei, Avner Shahal (Dec 2019), "What Aircraft Crews Know About Managing High-Pressure Situations",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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