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현장에서 스토리(Story)가 지니는 부작용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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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경영 현장에서 스토리(Story)가 지니는 부작용

스토리의 힘은 막강하다. 복잡한 상황도 쉽게 이해시키며,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 또 아이디어를 머릿 속에 각인 시키는 데도 힘을 발휘한다. 스토리텔링은 경영자와 리더의 중요한 역량으로 부각되곤 한다. 


그런데 스토리는 동시에 많은 부작용을 유발시킬 수 있다. 


스토리는 불확실성을 실제보다 낮게 제시하며, 인과관계를 왜곡해 전달할 수 있다. 이야기가 한쪽으로 치우친 그림을 보여주고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유발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희대의 사기로 회자되는 메디컬 스타트업 Theranos도 이야기로 의사결정자들의 판단을 호도했다는 평가가 있다. 


스토리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대한 문제를 다루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스토리의 본질을 곱씹어봐야 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보이는 Hindsight"


스토리는 시간의 흐름을 단축해서 현실을 단순화시킨다. 그리고 과거에 발생할 수 있었으나 실제 생기지 않은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결국 스토리는 실패와 성공을 실제보다 더 예상가능하고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확연하게 보이는 결과들조차 과거에 의사결정을 내릴 당시에는 불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구글, 해리포터 같은 아이디어들도 초기에 전문성 높은 투자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사실 아이디어 주창자들도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는 것만 보이는 시야의 제약, Myopia"


스토리는 동시에 발생하거나 상관성이 있는 이벤트들을 인과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두 이벤트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원인과 결과 사이에 상당한 시간 차가 존재하는 경우, 이 관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신기술이 채택되더라도 채택의 결과는 금새 드러나지 않는다. 또 어떤 투자들은 개선된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 스토리는 왜곡된 해석을 하기 쉽다.


예컨대 이전 행정부에 의해 발생한 공과 과를 취임한지 얼마 안되는 행정부에 온전히 돌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단기간의 해석이 팽배해지면, 경영자들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단기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증상만 완화시키는 해결책을 선호하게 된다. 


"유효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이야기"


스토리는 과거에 기반한다. 그래서 과거의 상황이 변화하게 되면 그 효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 스토리에 근거한 전통과 관행은 스토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이후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과거에는 대학 학위가 그럴싸한 직업과 안정적인 경제 생활을 보장하였다. 그러나 더 이상 그게 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다니느랴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 


시장 상황과 업무가 비선형적으로 변화할수록 이야기의 유효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이를 직시하지 못하는 경영자들은 변화하고 있는 도로 위, 운전석에서 잠이 든 것과 같다. Nokia, Myspace, 그리고 Blockbuster도 내리막길로 떨어지기 전에 잠깐 동안은 모두 막강해 보였다. 


요컨대 스토리는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현실을 단조롭게 그리기 쉽다. 이를 통해 특정한 메지시를 명쾌하고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현실 인식을 단순화시킬 우려가 크다. 스토리에 담긴 현실은 작성자의 인식에 의해 편협한 현상을 보여줄 수 있다. 인과관계도 불명확하고 변화무쌍한 주위 상황들을 쉽게 예측하고 통제 또는 재현 가능한 것처럼 오도할 수 있다.  


리더는 스토리를 잘 활용하되, 스토리가 지닌 본질적 한계와 맹점을 이해하고 경영 현장에서 시시각각 이야기의 적합성과 생명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Source: Emre Soyer, Robin M. Hogarth (Dec 2020), "Don’t Let a Good Story Sell You on a Bad Idea", HB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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