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수 많은 미팅으로 분주한데, 왜 업무는 제자리걸음일까? - 경영전문블로그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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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6일 일요일

맨날 수 많은 미팅으로 분주한데, 왜 업무는 제자리걸음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미팅과 이메일에도 불구하고, 일의 진척은 더디기만 한다. 올바른 결정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의사결정 자체가 굼뜬다. 


수많은 조직이 이를 해결하려고, 파워포인트에 박스와 라인을 그린다. 누가 무엇을 하고, 누가 누구에게 보고를 하고. 그러나 이러한 수직적 지휘체계를 정비한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McKinsey의 최근 서베이에 따르면, 80%의 임원들이 조직내 회의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의미 없는 미팅과 상호작용에 소모함으로써, 조직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쓸데 없는 정보 과부하를 일으킨다고 응답했다.


"조직내 상호작용은 3가지가 있다."


조직 내부에 협업이 필요한 상호작용은 3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의사결정(Decision making). 투자 의사결정처럼 복잡하거나 불확실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또는 분기 경영 리뷰처럼 부서간 의사결정도 포함된다.


둘째, 문제해결과 조율(Creative solutions and coordination). 신제품 개발 등 혁신 활동에 해당한다. 또는 일일 점검처럼 일상 업무 회의도 있다.


셋째, 정보공유(Information sharing). 일방향의 정보 전달 커뮤니케이션이다. 또는 타운홀 미팅처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해당한다.


"의사결정: 의사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선, 누구에게 의사결정권이 있는지 미팅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또 누구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발언권이 있지만, 투표와 거부권이 없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McKinsey의 연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게 유용할 수 있지만, 모두가 의사결정권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단 한 사람만 의사결정권을 가지면 된다. 


모든 이들이 의사결정에 만족해야 한다는 막연한 관념을 떨쳐버려야, 이러한 의사결정구조를 취할 수 있다. 그래야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상호활동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문제해결: 구성원의 자율성을 촉발시킬 수 있는가?"


구성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세부적인 지침을 내리는가? 아니면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위임하는가?


관료제와 세세한 감독(micromanagement)은 조직이 시장과 외부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조직의 속도를 떨어뜨리며, 구성원들의 주도적인 업무 관여와 몰입감을 약화시키고, 리더 스스로는 다른 전략적인 우선순위들을 다룰 시간을 뺏기게 된다.


중국 가전업체인 Haier는 회사를 4,000개가 넘는 마이크로 사업 조직(microenterprise)으로 나눴다. 각 조직은 10명에서 15명의 직원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조직 운영을 통해,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직접 책임을 지고 열정적인 사업가처럼 활동한다.


Haier의 마이크로 조직은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고, 중앙의 지시는 최소화하며 스스로 발전하고 진화한다. 그러나 목표 설정과 내부 계약, 그리고 조직간 협업 활동은 다른 마이크로 조직과 공통된 업무 방식을 공유한다.


전통적인 조직 구조를 해체하고 기업가적인 소조직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Haier는 2015년 이후에 매년 18% 이상 성장하고 있다.


물론, 직원들에게 권한위임을 한다고 해서 홀로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권한위임(empowerment)은 직원들에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제공하고, 적정 수준의 가이드와 리더의 관여가 동반되어야 한다. 


여기서 리더는 코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세세하게 지시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이 업무를 책임질 수 있도록 가이드와 길잡이를 제공한다. 직원들을 뒤에서 후원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기회를 준다.


여기에 덧붙여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주도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문제나 리스크 요인을 숨기기 쉽다.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체도 꺼려하게 된다. 


구성원들이 남들과 다른, 심지어 리더와 다른 생각도 거리낌없이 제기하고, 조직내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신의 실수도 기꺼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팀간, 또는 팀 내부에서도 활발한 상호작용과 협업이 가능해진다.


"정보공유: 미팅도 자린고비처럼 관리하는가?"


매일같이 미팅에 상당한 시간을 쏟는데, 결정되는 것도 실행되는 것도 없다. 일련의 미팅들을 연이어 참석하는 데, 매번 비슷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이내 진이 빠진다.


대부분의 미팅은 그리 유용하지도 않고, 의도된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진행되던 1시간짜리 미팅을 30분 또는 15분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Netflix는 미팅 시간이 30분을 넘어서지 못하게 한다. 일방향으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미팅은 메모나 팟케스트, 영상 블로그로 대체한다. 쌍방향으로 정보 전달과 협의가 필요한 미팅은 사전에 관련 자료를 리뷰하고 참석해야 한다. 기존에 수행하던 정보 전달용 프리젠테이션은 미팅 전에 자료를 숙지한 것을 전제로 Q&A로 대체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Netflix는 미팅 횟수를 65% 이상 줄였다. 85% 이상의 직원들이 변화된 미팅 방식에 만족하고 있다.


어떤 회사는 미팅 없는 날(no-meeting days)을 채택하고 있다.


Shopify는 수요일에는 미팅을 금한다. 온종일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전념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힘을 쓴다. Moveline은 매주 화요일을 제작의 날(Maker Day)로 정했다. 미팅에 주의를 뺏기지 않고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한다.


구성원들의 미팅 참석을 자본 투자의 관점에서 비용과 효과를 분석한다.


이 미팅의 목적은 무엇인가? 미팅에서 나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무엇인가? 단순한 정보 공유 시간을 줄이고, 미팅 시간을 토론과 의사결정에 더 할애할 수 있는가? 미팅 결과에 내가 영향을 행사할 수 없다면, 미팅 결과를 추후에 공유 받는 건 어떤가? 


미팅에 필수적인 멤버가 아니고, 내가 없어도 미팅이 의도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면 참석하지 않는 게 좋은 선택이다. 


요컨대, 각 상호작용의 목적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취하게 되면 업무 생산성과 의사결정 속도, 그리고 조직의 혁신성을 높이게 된다. 회사내 협업도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Source: Aaron De Smet, Caitlin Hewes, Mengwei Luo, J.R. Maxwell, Patrick Simon (Jan 2022), "If we’re all so busy, why isn’t anything getting done?", McKinsey &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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